라이킷 29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변신_프란츠 카프카

by 서수정 Apr 01. 2025

주말 부부인 나는 월요일 새벽이면 현장으로 출발하는 남편을 배웅도  못한 채 아침에 눈을 뜬다.

새벽에 입맛도 없으니 먹고 가는 것이라곤 바나나 한 개나 계란이다.

먹고 가라고 내 논 떡이나 빵은 손도 안 대고 그냥 가버렸다.

운전이 취약한 남편은 배부르면 졸려서 힘들다고, 그래서 안 먹는 거라고 하니 조금은 위안은 된다.

하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안쓰럽고 미안하다.

가족이란 함께 모여 살 때는 서로 투닥거리면서 자주 못 보면 잘 대해 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가족의 소중함과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른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카프카의 [변신]은 고전을 읽었던 분이라면 잘 알려진 소설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은 그레고르 잠자가 갑충으로 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떻게 변하였는지 그 과정이나 상황은 설명되지 않은 채 주인공을 갑충으로 변신된 모습부터 소설은 전개된다.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르 잠자(주인공)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자신을 헌신하고 있었던 영업사원이었다.

그가 벌어오는 돈으로 부모님과 여동생의 생계와 집안의 모든 생활비를 책임지고 이었던 아들이었다.

그는 갑충으로 변하면서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가족을 걱정하는 것들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잠자는 잦은 출장으로 인해 불규칙한 삶과 식사, 여행에 대한 스트레스,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간적인 교류도 할 수 없었음을 그의 회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아주 가까운 남편과 가족들의 일상을 보니 잠자의 삶과 흡사 비슷했다.

건설업에 몸 담고 있으니 현장을 따라 타지에서 지내는.삶이 불규칙적이고 가족과의 유대관계도 더 깊어지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삶이 재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레고리 잠자처럼…….

몸은 딱딱한 껍질에 쌓였있지만 마음만은 인간의 정서를 가진 잠자…..

인간이기 원하지만 인간의 언어도 인간의 행동도 하지 못하는 딱딱한 껍질에 둘러싸인 벌레...


현대인들의 삶은 어쩌면 삶의 프레임에 갇혀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우리의 삶은 돈과 명예, 권력을 위해서 무던히 애쓰지만 정작 자신의 존재는 어디에도 없어진 슬픈 현실 속에 갇혀있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돈을 벌어 올 때는 가족에게 대우받고 삶이 윤택하고 평화로운 것 같았지만, 정작 힘든 곤경에 빠졌을 때는 존재감마저 부인하고 끝내 죽음으로 몰고 간 가족들의 모습에서 나는 과연 우리 가족과의 관계는 어떤지 돌아보게 된다.


우리의 삶은 어디에 중심을 두고 있는가…..

가장 소중하게 존중받아야 할 가족들에게 깊은 상처만을 주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방에 갇힌 그레고르는 자신의 의지대로 방을 나오게 되지만 가족들의 외면과 폭력 등으로 다시 갇히게 되면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가 죽음으로 삐쩍 말라 버린 몸을 대면하는 장면은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삶의 바운더리를 깨뜨리고 끝내 나오지 못하고 쓰러져가는 한 사람의 삶이라 할까...  

잠자는 죽어가면서도 갑충으로 변한 자신을 비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카프카는 돈이 많고 일만 하며 인간의 미를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레고르 잠자의 가족을 통해 비판한 듯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과 경제적 부유함 등은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들은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나의 아집과 고정관념이 딱딱한 껍질처럼 나의 몸을 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았다.

나이 든다는 것이 두려운 것은 나를 감싸고 있는 프레임을 깨뜨리지 못하게 될까 봐이다.

물질문명을 중시함으로 무엇이든 돈, 명예, 권력 등으로 생각하려는 물질만능주의를 벗어던지고 우리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고 가족 혹은 주변의 관계의 연결이 인간의 가치를 생각하는 모습으로 변화되길 바라 보았다.

그렇게 될 때 진정한 변신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일만 하다가 존재의 의미마저 잃어가며 죽음으로 삶을 마감하고 싶진 않다.

가족 간의 진정한 사랑과 구성원 한 명 한 명 모두 존재의 소중함과 가치를 인정해 줄 때 삶은 빛날 것이다.

나는 지금 이곳에 존재하고...

사랑받고 가치가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나는 남편도 자신의 프레임을 깨뜨리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두 아이를 위해 많이 헌신하고 지금껏 일만 하다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도 못 찾고 노후를 맞이하는 것은 반대한다.

남편의 삶이 생기 있고 에너지가 넘쳐야 우리 가족의 삶도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가족이 나를 알아주겠지 하고 기대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함께 존중하고 노력할 때 우리 가족은 더욱 끈끈해질 것이다.

삶의 가치는 다른 곳이 아닌 나의 가족과 함께 할 때 존재하므로….





“나중에 그러니까 장애가 제거된 후에는, 틀림없이 그만큼 더 열심히, 훨씬 더 집중해서 일하게 될 테니까요.

제가 사장님께 큰 신세를 지고 있는 몸이라는 것은 지배인님도 잘 알고 계시지요. 그런 한편 저는 부모님과 여동생도 보살펴야 합니다.

예, 저는 지금 곤경에 처해있습니다.  하지만, 곧 거기서 빠져나올 것입니다. “



“ '우리 가족이 이처럼 조용한 생활을 해왔다니!' 혼잣말을 하며 그레고르는 어둠 속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부모님과 여동생에게 이렇게 좋은 집에서 이런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준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니 커다란 자부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모든 안락과 행복과 만족이 끔찍스러운 결말을 맞게 된다면 어떡하지? “




 “ "아버지, 엄마!" 여동생이  먼저 입을 열며 식탁을 내리쳤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순 없어요. 두 분은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저는 깨달았어요. 저는 저런 괴물 앞에서 오빠의 이름을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오직 한 가지, 우리가 저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그동안 저것을 돌보고 참아내기 위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어요. 우리를 조금이라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






이전 09화 지금이 최적의 시간이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