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돌아오지 않았고 슬픔을 삼켜야 했다

소년이 온다_한강

by 서수정

어느 날 혼자 남겨진 방 안에서 밥을 짓고, 물을 올리고 불을 끄던 손끝이 떨리며 가슴이 뭉클했다.

별안간 어떤 이름이 가슴속에 차올랐다.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 이름 ‘동호‘

나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 속 한 줄에 다시 걸려 넘어졌다.


“엄마는 그날 이후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삼켜야 했다.”


이 소설은 1980년 5월, 광주라는 도시에서 있었던 절멸의 현장을 이야기한다.

소년동호의시선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그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죽음과 침묵의 서사를 따라간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눈물을 펑펑 흘렸다.

동호의 엄마가 끊임없이 숨결처럼 느껴져 그의 엄마 마음에 머물렀다.


동호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한강은, 아이를 잃은 이들의 시간 또한 그 뒤에 조용히 흐르고 있음을, 말보다 정적 속에서 더 많은 울음을 담아 보여주었다.

엄마는 울지도 못한다.

울음은 때로 어떤 공식적인 인정과 사회적. 장례 절차 위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소년이 온다]. 속 엄마들은 울음조차 빼앗긴 존재들이다.

시신조차 보지 못한 채 운동화 하나를 끌어안고 어디선가 아이가 살아 있을 거라는 희망 아닌 희망을 붙잡은 채 살아야 한다.


엄마는 그렇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아이가 어디서 길을 잃었을까? 친구들과 나쁜 일을 당하진 않았을까?를 걱정한다.

엄마는 자식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울지 않았다는 것은 강해서가 아니라 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고, 잠을 자지 않아도 시간은 흐른다.

그런데 왜 아이가 사라졌는데 세상은 계속 돌아가는 걸까?

이 부조리 속에서 엄마는 세상에 등을 지지 못한 채 묵묵히 살아야 한다.

엄마의 마음으로 읽은 이 책은 가슴을 후벼 팠지만, 그 슬픔은 삼켜야 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엄마들도 울지 못하고 그 슬픔을 삼켜냈기에….. 내가 차마 더 많이 슬픔을 토하지 못했다.


엄마는 무엇을 했을까?

그날 이후 그녀들은 무엇을 먹고, 누구를 향해 웃고, 무엇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살아냈을까

나는 그 상상 속에서 멈추었다.

울지 못한 사람, 말하지 못한 사람, 슬픔을 삼킨 사람, 그 이름은 곧 ‘엄마‘였다.


[소년이 온다]는 단순히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소설이 아니다.

그 죽음을 지켜보았던 사람들의 부서진 언어와 유예된 시간, 그리고 그들 곁에서 지키며 아무 말 없이 살아낸 이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나는 오늘, 이렇게 말하고 싶다.

“돌아오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를 기다렸던 엄마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 이름은, 둘이 함께 완성되는 것이다. “




그 아그가 기회를 봐서 제 발로 나올라는 것이여….. 분명히 나한테 약속했단 게.

사방이 너무 캄캄해서 내가 그렇게 말을 했다이. 금방이라도 어둠 속에서 군인들이 나타날 것 같아서 그렇게 말을 했다이.

이러다가 남은 아들까장 잃어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말을 했다이.

그렇게 너를 영영 잃어버렸다이.


목숨이 쇠심줄 같아서 너를 잃고도 밥이 먹어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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