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인생을 위한 철학수업_안광복
○ 철학은 위로가 아니라 나침반이다
어느 날 문득, 나는 내 하루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았다.
눈을 떠서 하루를 시작했건만, 다시 눈을 감을 무렵엔 마치 ‘살아냈다’는 감각 없이 시간만이 지나간 기분은 참으로 묘했다.
이런 무심한 하루들이 쌓일 때면, 나는 종종 멈춰 서서 묻곤 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그리고 그 물음은 묘하게 철학으로 나를 이끌었다.
이럴 때 읽게 된 책이 있다. 안광복 작가의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이다.
책은 철학을 일상의 언어로 끌어와 마치 친한 이웃과 담벼락 너머 수다를 나누듯 말을 건넨다.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질문 대신, ‘오늘 하루를 어떻게 잘 살아낼까’를 묻는 방식이다.
이건 나 같은 평범한 일상의 철학자를 위한, 조용하고 묵직하게 다가온 안내서였다.
철학, 내 마음의 임상 상담실
저자 스스로를 ‘임상 철학자’라 말한 이유를 나는 곧 알게 되었다.
그는 관념적인 철학이 아닌 현실의 고민을 적용하였다.
인간관계에 지쳐 있을 때, 장자나 아리스토텔레스가 건네는 이야기가 뜻밖의 위로가 되기도 하고,
‘잘 산다는 건 뭘까’란 고민 앞에 아리스토텔레스와 스티븐 코비가 나란히 등장해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설명해 준다.
예컨대 이 책을 읽을 즈음에 나는 ‘좋은 엄마’와 ‘나답게 사는 것’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아이의 입시, 진로, 정서적 지원… 온 정신이 아이들에 맞추어져 있을 때 나 자신은 뒤로 밀려나 있었다.
그때 이 책 속에서 마주한 빅터 프랭클의 말이 마음을 건드렸다.
“삶은 질문이고, 우리는 그에 대한 대답이어야 한다.”
삶이 늘 내게 답을 달라 했지만, 실은 내가 삶에 답을 해줘야 한다는 이 말.
철학은 내가 당면한 질문들을 바꿔놓았고, 나는 어쩌면 좀 더 근본적인 것에 다가가고 있었다.
철학은 위로가 아니라 길
철학이 위로가 되어줄 거라 기대했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더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철학은 위로가 아니라 ‘길을 찾게 해주는 빛’이라는 사실을 내 마음속에 심어주었다.
나는 나름의 원칙과 신념으로 살아가려 하지만, 여전히 흔들리고 자주 주춤한다.
그럴 때마다 철학은 묻는다. “그 선택, 너답니?”
그 질문 하나로, 나는 내 삶을 타인의 기준에서 끌어내려 다시 내 손안에 올려놓게 된다.
내 손안에 올려진 질문들은 갈팡질팡하며 서툴게 지나간다. 이렇듯 서툴러서, 더 철학이 필요하다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나는 철학을 떠올린다.
“엄마, 왜 우리는 꼭 잘 살아야 해?”
그 질문에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잘 사는 게 꼭 남보다 앞서가는 거라면… 그건 철학자들도 반대할걸. 네가 너답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지.”
철학은 정답이 아니라 나만의 방향을 찾게 한다.
삶이 서툴고, 관계에 실수하고, 때로는 내 감정조차 내 것이 아닌 듯 낯설 때…
그럴수록 철학은 더 가까이 있어야 한다. 철학은 결국 인간을 위한 학문이니까.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수업]을 읽고 나니, 나의 평범한 하루에도 작은 ‘철학의 씨앗’이 뿌려진 듯했다.
아이와 밥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에도, 친구와의 오해 끝에서의 침묵에도, 퇴근길 하늘을 올려다보는 내 눈길 속에도…
삶이 어쩐지 어려운 날엔, 철학책 한 권이 마음의 방향을 잡아준다.
결국 철학은 거창한 지식이 아니라, “서툴러도 계속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지탱해 주는 지혜”이기 때문이다.
서툰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당신에게
누군가는 말합니다. “나만 이렇게 서툰 걸까?”
그 질문에 나는 이 책을 손에 쥔 나 역시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아니요, 우리 모두 서툽니다. 다만 어떤 사람은 철학을 통해 조금 덜 흔들릴 뿐입니다.”
당신이 지금 삶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이 책은 당신의 손을 잡고 이렇게 속삭일지도 모르겠다.
“잘 사는 건, 잘 헤매는 것에서 시작된다”라고.
불안은 불완전함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완벽하려 애쓰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게 살아가려는 용기’,
그 한 조각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고 있는 중이라 말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흔들리는 나, 그리고 당신에게 필요한 건
‘철학적인 거리두기’, 즉 잠깐 멈춰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 시선이야말로 삶을 견디게 하는 가장 다정한 도구이자,
가끔은 나 자신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다.
삶이란, 정답을 향한 경주가 아니라, 질문을 품은 여정인 것이다.
그리고 철학은 그 여정의 언저리에서 말없이 등을 토닥여주는 벗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오늘도 서툰 당신의 삶을 사랑해 주세요.
그 서투름 안에서 당신만의 길이 조금씩 그려지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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