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일리치의 죽음_레프 톨스토이
삶의 끝에서 비로소 깨달은 것들이 있다.
죽음은 우리에게 침묵으로 다가오지만, 그 안에는 가장 깊은 질문들이 숨어있다.
[이반일리치의 죽은]은 한 인간의 마지막 3개월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후회 없는 삶인가 ‘라는 본질적 물음을 우리 가슴에 던진다.
작년에 나는 예기치 못한 일로. 시술과 수술을 받고 병상에 누운 적이 있었다.
갑작스레 멈춰 선 일상,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몸, 흘러가는 시간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 갇힌 듯했다.
그때, 처음으로 ‘내 삶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생각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해야 할 역할에 충실하였고, 누군가가 “참 잘살고 있어요”라고 말해주면 그것이 곧 나의 삶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병실의 고요 속에서, 세상이 나도 없이 잘 굴러가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삶이 내게 던지는 질문을 듣게 되었다.
“이 삶이 진정 너의 것이었어?”
이반 일리치의 삶도 그랬다.
성공의 겉모습에 감춰진 진짜 공허함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너무도 평범한 한 사람의 인생을 비추어 주었다.
그는 훌륭한 경력을 쌓았고 성공적인 가정을 꾸렸으며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상류층 삶을 살았다.
그는 예의 바르고 성실하며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조율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진심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져 이었는지 몰랐다.
그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깨닫는다.
화려한 생활은 허영심의 결과였고, 직업적 성취는 자존심의 연장이었을 뿐이다.
그의 진짜 기쁨은 카드 게임 한 판, 사소한 일상 속에서 겨우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누가 보아도 ‘잘 살아온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 삶은 철저히 타인의 기대와 기준에 맞춰진 연기였다는 걸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순간에야 마주하게 된다.
죽음 앞에서 드러나게 된 삶의 민낯
병은 그를 빠르게 무너뜨렸다.
3개월.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는 육체의 고통을 견디는 것 보다 거짓된 위로 속에서 고립되어 가는 외로움이 더 고통스러웠다.
아내는 의무감으로 그의 곁을 맴돌고, 의사는 정확한 병명을 말하지도 않으며, 지인들은 진심 없는 격려로 일관한다.
죽음이라는 장엄한 사건을 모두가 모른 척한 채, 커튼을 치고 만찬을 준비하고, 다음 약속을 이야기한다.
그의 진짜 고통은 바로 이런 ‘거짓’이었다.
세상이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도 않고 지신을 진정으로 이해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 그를 절망의 가장 깊은 곳으로 인도 하였다.
“도대체 왜 이 모든 일을 하셨습니까?
무엇을 위해, 무엇을 위해 저를 이토록 끔직히도 괴롭히는 겁니까?”
그가 남긴 마지막 절규는 단지 고통에 대한 저항이 아니었다.
삶 전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반 일리치를 보며 아파서 힘든 것보다 아픈 시간을 견디는 것, 내가 아꼈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해 나가는 시간이 더욱 힘들었다.
아픈 시간 동안에 나를 생각하는 이들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제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진실한 삶이란 무엇인가? “
책의 마지막 장면은 짧지만 강렬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반 일리치는 평온해진다.
그가 집착했던 인정과 체면, 경쟁과 성공의 껍질들이 하나씩 벗겨지고 그 자리에 남은 건 고요한 진실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 처음으로 진짜 자신과 만난다.
가장 연약하고 두려운 상태에서, 가장 맑은 자각과 평화를 느끼는 아이러니.
그 장면이야말로, 이 작품이 독자에게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다.
나 역시, 삶을 다시 쓰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다시 내 삶의 페이지를 펼쳐 보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달리고 있었을까?
그 길 끝에는 내가 바라는 삶이 정말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는 종종,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지만 실은 수많은 사회적 조건과 타인의 시선 안에서 ‘정답처럼 보이는 삶’을 좇고 있는지도 모른다.
행복은 성취의 결과가 아니라, 방향 그 자체여야 한다.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이, 속도가 느리더라도 ‘내가 진심으로 원한 길’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우리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삶은 순간이다. 그러나 그 순간은 영원을 담고 있다
나는 가끔, 병원에서의 그날을 떠올린다.
창밖으로 아름답게 별들이 빛나던 새벽, 내 몸과 마음이 동시에 멈췄던 그 시간.
그 순간이 내 인생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의 삶을 더 귀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을 말하는 책이지만, 그 실루엣을 통해 삶의 본질을 환히 비추는 책이다.
누군가에게는 두려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정작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이에게는 삶을 더욱 뜨겁고 충실하게 살아갈 용기를 안겨주는 책이기도 하다.
오늘, 나는 다시 묻는다.
“지금 이 삶은, 진정 나의 것인가?”
분량은 짧지만 울림은 오래 남는 고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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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이 글은 나의 일상과 경험, 그리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건넨 질문을 엮어 만든 에세이입니다.
누군가에게 이 글이 삶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