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좇은 자, 그리고 그 곁에서 무너진 자

달과 6펜스 _ 서머싯 몸

by 서수정

" [달과 6펜스]와 우리가 외면했던 질문들"


“예술은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가?”

“도덕은 꿈을 가로막는 족쇄일 뿐인가?”

“사랑은 왜 때로 우리를 파괴로 이끄는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예술가의 이야기를 가장한 도발이다.

이 책은 주인공 스트릭랜드의 그림보다,

그가 파괴한 사람들의 잔해와 감정을 통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 예술이라는 이름의 이기심과 도덕의 침묵


스트릭랜드는 예술을 향한 길에 모든 것을 버린다.

그의 눈엔 사람도, 사랑도, 윤리도 없다.

그에게 예술은 신이었고, 세상은 방해물이었다.


그렇다면 예술은, 정말로 도덕을 초월해도 되는가?

그림 한 장을 위해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예술가에게만 던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각자가 자신의 ‘진실’을 좇을 때, 타인을 짓밟고 있지는 않은가?

성취라는 이름으로, 자유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았는가?


『달과 6펜스』는 말없이 묻는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눈물을 밟고 서 있는가?”


●그녀는 왜 그런 남자를 선택했을까


스트릭랜드의 곁으로 간 블란치.

그녀는 자신을 사랑했던 남편 스트로브를 버리고,

그녀를 무시하고 학대하는 남자에게 몸을 내맡겼다.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어쩌면 스트릭랜드 안에서,

세상이 부여하지 않은 ‘자기 결정’을 향한 어떤 순수함'을 본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사랑한 것은 남자가 아니라,

그가 품고 있던 '거짓 없는 열정', '무섭도록 솔직한 자유'였을 수 있다.


사랑은 종종 도덕보다 깊은 곳에서 시작된다.

때로는 자기 자신을 깨뜨려가며 그 사랑에 스스로를 바치기도 한다.

그 선택은 어리석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녀에게는 아마도 유일하게 ‘살아 있는’ 감정의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예술 vs 도덕 ― 경계는 존재하는가?


이 소설이 가장 도발적인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예술은 도덕의 경계를 넘어도 되는가?

자기 내면의 진실을 좇는 행위는, 타인의 삶을 파괴해도 정당화될 수 있는가?


스트릭랜드는 이런 질문에 정면으로 "그렇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그는 책임도 후회도 없다.

그의 그림만이 진실이고, 나머지는 모두 허상이다.


그러나 작가 서머싯 몸은 단순히 그런 삶을 찬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삶이 낳은 잔해들, 침묵 속의 희생자들, 이해받지 못한 사랑과 죽음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고민하게 만든다.


예술은 위대하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무관심 위에 세워진 위대함은,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는가


[달과 6펜스]를 덮은 뒤, 우리는 어떤 감정과 마주하게 될까.

스트릭랜드가 꿈꿨던 삶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꺼려진다.

그는 너무나 순수하게 살았지만, 너무나 비정하게 존재했다.

그런데 그를 비난하면서도, 어딘가 우리도 그의 용기를 조금은 부러워하게 된다.


우리 대부분은 6펜스를 줍는 삶을 산다.

매일의 생계, 사회의 도덕, 타인의 시선, 가족의 기대 속에서 차곡차곡 쌓이는 안전한 일상.

하지만 그 모든 것 아래에 작고 어두운 욕망 하나쯤은 숨겨져 있다.


□ 나는 지금 이 삶을 진심으로 선택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지켜야 할 틀’ 안에서 타협하고 있는가?

□나 역시 언젠가는 달을 향해 걸어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달과 6펜스]는 그 욕망을 은근히 건드린다.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정직하게 대면하도록 만든다.


이 책은 단지 스트릭랜드의 파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내면에 잠든 ‘진짜 나’와 마주하는 용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삶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가?”




스트릭랜드는 사랑받을 인물은 아니다.

그의 삶은 누군가에겐 잔인했고, 누군가에겐 허무했고, 또 누군가에겐 경외로 다가왔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는 한순간도 자신을 속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누구의 기대도, 도덕도 따르지 않았다.

대신, 그 누구도 대신 걸어주지 못할 길을 스스로 걸어갔다.

그 여정은 고통과 상처로 점철되었지만, 그 끝에는 그만의 진실이 있었다.


그를 좋아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의 삶을 통해 자기 삶을 되돌아보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독자에게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응답일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예술에 대한 찬가도, 인간에 대한 비판도 아니다.

그저 삶이란 결코 단일한 정의로 설명될 수 없음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 역시 각자의 경계선 위에서 조금씩 흔들리며 살아간다.

어쩌면, 그 흔들림 자체가 달과 6펜스 사이의 인간적인 진실인지도 모른다.



그는 달을 보았고, 우리는 6펜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가끔, 그 달빛이 내 손바닥에 스치면

나는 다시 한번 묻고 싶어진다.

‘내가 놓치고 있는 건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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