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하고, 살아낸다

모순 _ 양귀자

by 서수정

| 삶은 언제나 이해되지 않는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사랑하지만 미워하고, 그립지만 피하고 싶고, 곁에 있고 싶으면서도 멀어지고 싶은 그런 마음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낸 이야기일 것이다.

나도 그런 감정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갈 때도 있었다.

양귀자의 소설 [모순]은 여러 가지 감정으로 혼란하고 정체성을 몰라 헤매던 날부터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주 조금씩......


이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처럼 시작되지만 장을 넘길수록 내 마음 가장 안 쪽의 흔들림을 끌어올린다.

우리는 왜 이렇게 복잡하게 살아가는 것일까?

왜 사랑은 때론 고통이고, 왜 가족은 때로 멀게 느껴지는 걸까?

그 질문 앞에 [모순]은 말한다.

인간은 모순 그 자체로 살아가는 존재라고....


|진진의 사랑은 솔직했을까


진진은 사랑 앞에서 솔직하지 못했다.

감정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더거리를 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싶다면서도

정작 '나답지 않은 나'를 보여주며 상대의 시선을 조율하려 한다.

그 모습이 낯설지는 않다.

사랑은 진심이면서도 그 진실을 가장 숨기고 싶은 감정이기도 하니까.

나를 들켜버릴까 봐 두렵고 들킨 내가 사랑받지 못할까 봐 더 두려워했다.



"사랑은 그 혹은 그녀에게 보다 나는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으로 시작된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나를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유혹을 극대화시키는 감정이다"




진진의 모순은 결국 우리들 안의 모순이었다.

사랑은 늘 그렇다.

미화하고 싶지만 본질은 물와전하고, 붙잡고 싶지만 마음은 흔들린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동시에 아프게 한다.





| 말하지 못한 사랑도 사랑이었다.


이모의 죽음은 소설 속에서 조용하지만 가장 묵직한 파문을 남긴다.

그녀는 남편을 향한 마음을 평생 동안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

끝내 그 외로움을 말 못 한 채, 누구에게도 온전하게 보여주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그런 그녀의 삶은 진진에게, 그리고 나에게 깊은 침묵의 질문을 남겼다.

말하지 못한 감정은 아무 의미가 없었을까?

그러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너무 특별한 사랑은 위험한 법이다.

넘쳐버리는 사랑은 모자란 사랑보다 못한 일이었다"



| 엄마는 왜 아버지를 돌보았을까


병들어 돌아온 아버지를 외면하지 않았던 엄마의 모습 역시 진진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장면들의 통해 나를 오래도록 붙잡았다.

그토록 외면하고, 상처를 줬던 사람이었는데 엄마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받아들이고 끝내 돌본다.

그것은 오래 살아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말로 정의 할 수 없지만 인간의 마음 어딘가에는 증오보다 깊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

그 감정을 껴안고 살아가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임을 엄마는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아버지에 대한 진절머리나는 삶도, 아들 진모에 대한 삶도 그녀는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한국의 어머니였다.




| 우리는 모순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진다


[모순]은 단순히 인물들의 이야기로 끝나는 소설이 아니다.

그 속의 사랑, 침묵, 이해할 수 없는 선택들은 곧 나의 이야기이고, 당신의 이야기이다.

완벽하지 않은 감정들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었다.


진진은 처음엔 세상을 명확하게 구분하려 했다.

사랑과 미움, 옳음과 그름, 진심과 거짓 사이에서 선을 긋고자 했다.

하지만 끝내 알게 된다.

삶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경계는 흐려지고 모순은 피할 수 없으며, 그 속에서 사람은 조금씩 더 사람다워진다는 것을.....


| 삶을 견디며 사랑을 지켜내는 태도


우리는 모두 모순 속에서 사랑하고, 상처받고, 성장한다.

사랑은 때로 나를 지우고 때론 나를 더 크게 만든다.

가족은 가장 익숙하면서도 가장 이해되지 않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복잡한 감정의 층위를 껴안을 수 있을 때, 우리는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은 더 부드럽게 살아갈 수 있음을 느낀다.


'모순은 우리를 흔들리게 하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결국 '나'를 발견하게 된다'


중요한 건 그 모순에 얽매여 내 삶을 잃지 않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신을 희생하거나 누군가의 기대에 걷혀 나답게 살아가지 않기를.

우리는 사랑을 견디되, 그 사랑이 나를 삼키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

진심을 다하되, 나의 존엄을 지우지 않도록 매 순간 나를 바라보아야 한다.


사랑은 때론 너무 커서 나를 압도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단단히 나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때 비로소 사랑은 나를 파괴하는 감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


삶은 정답이 없다.

그저 끝내 나 자신을 지켜내는 총합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람만이 나를 지키고 타인을 살리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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