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나를 찾아서

싯다르타 _ 헤르만 헤세

by 서수정


‘나의 길을 찾는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찾고 신성으로 향하는 여정이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몇 번째 읽었지만,
음, 참 심오한 책이다.
읽으면서 ‘왜 이렇게 어렵게 썼을까’ 싶어 살짝 심통도 났지만, 그런 심정까지도 이 책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한 문장을 넘기기 위해 멈추고, 생각하고, 마음속에 웅크리고 앉아 나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데미안] 이 무의식의 세계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면,
[싯다르타]는 의식의 세계를 통과하며 인간의 욕망, 기쁨, 슬픔, 사랑, 그리고 고통을 ‘참나’로 승화시키는 이야기다.
그 중심엔 ‘강물’이 있다.
강물은 아래에서 위로 흐르지 않는다.
억지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우리는 겸손해지고, 비로소 귀 기울일 수 있다.
싯다르타는 강물에게서 지혜를 배웠다.
그리고 나 역시, 강물을 보며 삶을 배우고 싶어졌다.

“존재하는 것은 앎뿐이야. 앎은 어디에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참나야.” (p.37)

이 문장을 읽으며 멈춰 섰다.
우리는 끊임없이 ‘알고자’ 하고 ‘배우려’ 하지만, 진짜 앎은 외부가 아니라 내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배움은 때론 참나를 가리는 구름이 되기도 한다.
참된 앎은 내려놓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그리고 또 한 문장.

“깊이 사유하던 사람이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이 된 것은 아닐까?” (p.147)

어른이 된 우리는 복잡한 머리로 세상을 본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게,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려 했다.
달이 아름답고, 별이 빛나며, 꽃이 사랑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감각을 회복한 순간—그는 진짜 깨어나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순간이 그립다.
바보 같고 멍청해 보여도 괜찮다.
그런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
순환되는 삶을 겪고 또 겪으며, 결국 나에게 이르는 길이라면 그 길은 ‘올바른 길’이라 믿고 싶다.

“나는 바보가 되어야 했다. 내 안에 있는 참나를 다시 찾기 위해서.”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지든 나는 이 길을 가고 싶다.” (p.147)

[싯다르타]는 단순히 종교적 믿음으로 향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믿음’이란 이름으로 외부의 신을 찾는 것이 아니라, 깊이 내려앉아 있는 나 자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끄는 여정이다.
종교란 어쩌면 외부의 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이미 있는 신성을 발견해 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도, 여전히 이 길의 어디쯤에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진정한 ‘나’를 만나기 위해선 다시 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용기, 흐르는 강물처럼 묵묵히 살아가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
나도 그 길을 걷고 싶다.
비록 이 길이 바보 같은 길이라 해도, 나의 길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 함께 읽는 문장들

“그 무엇도 추구하지 않은 채 단순하게 마치 어린아이처럼 이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p.76)
“이 길은 아주 좋았고 내 가슴속 새 또한 죽지 않았다.” (p.147)
“이 길은 순환되는 길일 것이다.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지든 나는 이 길을 가고 싶다.” (p.147)



#싯다르타 #헤르만헤세 #독서에세이
#나를찾는여정 #참나를향하여 #강물처럼살기
#존재의의미 #의식의흐름 #사유의시간
#브런치에세이

keyword
이전 20화모순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하고,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