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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파우더 Mar 06. 2021

[사랑] 눈으로 볼 수 없던 마음이 내게

너는 오징어볶음을 좋아하지만, 양꼬치는 아주 싫어한다고 했다.

나에게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가끔 어떤 영화가 재밌었는지 추천해 달라 물었다.

좋아하는 영화가 개봉했다, 공짜 영화표가 생겼다며 나를 불렀다.

난 한 번도 싫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너는 카페에서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시간이 좋다고 했다. 

근처 좋은 카페가 있는데 시간이 남아서 가르쳐 주고 싶은 게 있으니 나오라 했다.

난 한 번도 싫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서로 얼굴을 내밀면 닿을 듯한 작은 테이블에 앉아 너는 종이에 사각사각 적으며

내게 너를 가르쳐주었다.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진지한 모습에 자꾸 웃음이 났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며 나를 장난스레 꾸짖는다. 급기야 문제를 내주고 풀어보라며 아예 연필을 쥐어준다.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지만,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맞은편에 앉은 너의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신경이 쓰인다. 손가락 사이 연필은 자꾸 헛돌기만 한다.

괜히 애꿎은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오늘 끈이 없어서 머리가 자꾸 흘러내린다며 핑계를 댄다.


문제를 겨우 풀고 나서야, 아주 기특하다며 나를 칭찬한다.

잠깐 전화를 하고 올 테니 그동안 못 맞힌 문제를 다시 풀어보라고 한다.

난 시키는 대로 하며 문 너머로 사라진 너를 기다린다.


어느덧 시간은 밤 11시가 다 되었고 헤어지려는 찰나, 너는 주머니 속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내 손에 쥐어주고는 자기가 안 보일 때, 그 상자를 열어보라고 했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갔다. 상자를 열어보았다.

예쁜 머리끈이 들어 있었다. 카페에서 지나가는 말로 흘린 머리끈  얘기에 전화를 핑계로 나에게 줄 머리끈을 사러 갔던 것이다. 한참 만지작거리다 끈으로 흐트러진 머리를 묶었다.


아마 그 날부터 내 마음이 너라는 사람에게 묶여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진출처 : https://unsplash.com/@katersss

매거진의 이전글 시작이란, 서재에서 책한 권을 꺼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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