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득하게 무엇을 해본 사람만이 다다를 수 있는 경지, 흔히 고수나 전문가 혹은 고인 물이라고도 불린다. 시간을 나눈 경계선을 지날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만물을 만나고 지나친다. 누군가에게 그냥 마지못해 살아가고 누군가에게는 한 길만을 걸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며 틈 없이 하루를 꽉 채운다.
성공이나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 높거나 흔치 않은 직위에 오르기 위해서 혹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여하다 보니 아래를 우러러보게 되었다는 사람들도 있다. 재능이든 노력이든 몰입하여 만든, 고되고 인내한 자가 만든 역작들은 새로운 길을 알려주기도 하고 의도대로 쓰이지 않아 선과 악의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지구도 모든 우연이 맞닿아 생겨난 것이지만 그 완벽한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미지의 존재가 수많은 연구와 실패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학교 수업을 착실하게 듣지 않아 가끔 아쉬웠다. 어떤 이론을 배웠을 때, 여유가 있었다면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관련된 책이나 문서를 통해 좀 더 배우고 싶었다. 그걸 대학에 가서 할 수 있었는데, 무지하게도 서른 중반이 넘어서야 깨닫게 되었다.
누구의 말 그대로 따라 살지 않았지만, 그다지 주체적이지도 않았다. 매번 불편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전전긍긍했다. 조금이라도 귀찮은 일이 생기면 미루거나 도망쳤다. 실패와 실수가 없는 도전은 단단하지 못하여 제대로 뭉쳐진 적 없는 찰흙과 같았다. 그런 경험은 곧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처럼 무서웠고 타인이 바라보는 나를 그대로 받아들일 용기조차 없었다. 많은 기화를 다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못난 사람으로 살았다.
살아오면서 무엇에 공을 들여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없다고 이제는 진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거짓말은 공허한 애정이다. 나를 사랑할 여건이 없으면서 남들에게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보여야 하는 단발성 애정이다. 시간이 지나 나중에 그 대화를 다시 꺼내어 보면 어떤 단어를 담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런 거짓된 시간이 쌓여갈수록 영혼은 피폐해져 간다. 사람과 나를 속이는 거짓말이 쌓여갈수록 나는 점점 텅 비어 간다. 허한 마음에 타인의 애정은 이제 바라지도 않는다. 좀 더 단단한 무언가를 갖고 싶어졌다. 매일매일 타협하며 살아가는, 스스로를 속이는 짓도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 땀 한 땀 공을 들여 만들어 보고 싶다. 작디작은 한 송이의 꽃이라도 이파리라도 틔워보고 싶다. 매 시간에 집중할 수 없더라도 자그마한 나비날개로 큰 태풍을 만들어 낼 수 없더라도 작은 시도에 기쁨을 느끼고 반복과 열과 성을 다하여 애정을 주고 싶다. 그동안 표출하지 못했던 관심과 애정을 쏟아 부울 무언가가 필요하다. 공을 들일 무언가를 찾는 것, 그리고 단단해질 때까지 끊임없이 시간과 마음을 쏟아 작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 이것이 앞으로 내가 이겨내야 할, 스스로 내린 시련방법이다. 한번 성공을 맛보더라도 평범하게 해내지 못한 날들을 받아들이는 연습에 공을 들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