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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Jun 10. 2021

능동적 행위자, 교체되어 가는 일상

<멋있으면 다 언니>, <당신을 이어 말한다>,<세대>,<일>

<멋있으면 다 언니>, <당신을 이어 말한다>,<세대>,<일>. 이 네 권의 책은 마치 한 권의 책처럼 읽혔다. 문맥이 상통한다고 보여지는데, 그 이유인즉슨 이 책 모두가 시류, 시대, 사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의 저자 이길보라 작가는 대중들에게는 MZ세대를 대변하는 작가로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만, 내게는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로 기억되는 감독이다. 작가의 나이보다 내 나이가 더 많으니 내가 언니인 것인데 <멋있으면 다 언니>라는 책 제목처럼 이길보라 작가는 내게 큰 언니나 다름 없다. 


<멋있으면 다 언니>는 그런 책이다. 언니, 여성, 페미니즘. 이 단어는 더 이상 그 고유의 언어가 가진 의미만을 담지 않는다. 그것은 능동적 행위자, 교체되어가는 일상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네 권의 책은 맥락을 함께 한다. 나도 MZ세대의 끝자락에 발을 걸친 사람이지만, 우리 세대의 후세대들은 더 멋진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렇게 더 나아져야만 한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 속 이길보라 작가는 젠더를 둘러싼 이슈들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 하고, 30여년 평생 생리컵을 써보지 않은 내게 생리컵을 쓰고 싶게 만든 생리컵 전도사이다. 내가 잘 알지 못 했던 장애인의 일상을 보여주고, 농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 코다의 일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보험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이나, 집값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머리카락이 쭈뼛 서며 간담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했는데, 난 이 부분을 읽을 때의 내 감정과 생각을 언어화하는데 이 서평에 큰 부분을 할애해보려한다. 중요한건 '아직 언어화가 되지 않은 생각'이다. 나는 왜 한번도 의사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 왜 의사는 부잣집에서 서포트를 받으며 공부를 잘 하는 사람에게만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지? 왜 이 캠페인에 대해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거지? 평생을 벌어도 갚지 못 할 거액의 돈을 대출해 집을 사려고 하는데 누구도 그 구조에 대해 문제제기 하지 않고 다들 슬금슬금 우리 대부분이 주식에 손을 대거나 관심을 기울이며 시류에 동승하고 싶어 하지. 지금 우리가 벌이고 있는 잘못 된 행동들로 인해 우리의 후세대는 우리 보다 훨씬 더 말도 안 되는 세상에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 하고. 이길보라 작가는 되도록 선명한 언어로 사회이슈들을 끌어올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것이 문단과 문단,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 사이로 켜켜이 쌓여 작가의 마음을 옮겨 실었다. 작가의 사유의 흔적이 고스란히 책 속에 담겨 있다.  


민음사 인문잡지 한 편은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책이다. 서점에 가서도 <일> 한 권만 사오려고 했으나, <세대>가 내 눈길을 끌었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한 권만 읽으려 했던 먼저 고른 <일> 보다는 그 다음에 홀린듯 고른 <세대>가 훨씬 내게 큰 감흥을 주었다. <세대>는 청년, 페미니즘, 탈코르셋, 밀레니얼세대 등의 의제를 품은 책이다. 확실히 <일>도 그렇고 <세대>도 그렇고 한 명의 작가가 아닌 여러 명의 작가들의 글을 엮은 책에 대해 큰 매력과 관심을 주게 한 잡지이다. 이 글을 남긴 이후에는 인문잡지나 저자가 여러 명인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세대>에서 좋았던건 이 책에 가장 앞머리에 있는 첫 장이었다. 이 책의 첫 문단은 이름에 대한 일화가 담겨있다. 아버지가 딸에게 바란 이름값이란 우리가 우리 부모에게 가하고 싶었으나 가하지 못 했던 것을 우리에게 가하는 것이며, 이것이 세대교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나의 이름의 의미를, 내 아이의 이름을 곱씹어 보았다.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바랬던 것은 무엇이며, 내가 아버지에게 바랬던 것은 무엇인가. 그 무수하고 무성한 이름들이 장대가 끝 없는 지평선처럼 우리의 삶에 드리워져있다. 현 청년세대들은 페미니즘 세대라는 주장도 흥미로웠다. 페미니스트이건, 반페미니스트이건 현재 우리의 청년세대는 자신의 정체성을 페미니즘에서 찾는다. 페미니즘은 청년세대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렸다. 또한, 한국 레디컬 페미니즘이 일궈낸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들의 일상에서 외모가 아무런 비중도 차지 않는 일상을 회복하고 이동하는 과정을 선사하였다. '청년팔이의 시대' 챕터도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저자의 책 <청년팔이 사회>를 찾아 읽고 싶었다. 세대주의가 곧 청년팔이라는 명제를 선언하는 챕터이지만, 세대주의가 교묘하게 계산 된 이데올로기이기 보다는 오히려 일상적이며 편재해있다는 대목이 납득이 되는 대목이었다. 


세대, 청년, 페미니즘, 탈코르셋, 돌봄, 노동. 여러 공통 된 의제를 앞세우고 우리의 일상은 교체되어 가고 있다. 다음 문장은, 다음 문단을 무엇을 이어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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