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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신이 없는 세계에서 의미를 찾다

책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니체의 위대한 자유 』를 읽

by 최서영


우리 안에 가장 깊은 영혼의 속삭임


니체는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불릴 정도로, 전통도덕과 근대사상에 ‘가치의 전복’을 외치던 철학자다.


니체는 위험한 철학자다. 어릴 때 니체를 처음 접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교과서에서 그의 이름과 '실존주의'라는 단어를 본 후, 나는 도서관에서 그의 책을 홀린 듯이 읽어 내려갔다.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니체의 사상을 접한 후 한동안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때 엄마는 내게 성경책을 건넸다.


책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중 니체의 글

내 아버지는 순수한 영혼과 따뜻한 마음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기독교인으로서 갖춰야 할 모든 미덕을 만족시킨 분이었다. 그는 평화롭고 단순한 삶이 행복한 삶이라 믿었으며, 자신이 꿈꿨던 대로 인생을 살아갔기에 더없이 행복했다. 그를 알았던 모든 이들로부터 애정과 존중을 누렸다. 그는 훌륭한 예의범절과 명랑한 성격으로 많은 초대를 받았고, 다양한 사교모임을 즐겼으며, 모두로부터 언제나 환영받았다. 아버지의 취미는 독서와 음악이었다. 괜찮은 피아니스트였고 특히 자유변주곡을 연주할 때는 뛰어난 솜씨를 발휘했다.

그는 섬세하고 상냥했지만, 정신과 의지는 나약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버지는 단지 살아있었을 뿐, 진짜 인생을 살아가지 못했다. 내 아버지는, 비유컨대 인생이라는 사물 옆을 그냥 지나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아버지는 인생을 몰랐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인생 그 자체가 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삶이란, 삶으로 불리는 아름답게 미화된 기억들이 고작이었다. 1849년 7월 26일, 아버지는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들었다. 이따금씩 깨어나곤 했지만 그의 눈동자엔 후회도, 슬픔도, 미련도, 두려움도 없었다. 27일 아침 아버지는 죽었다.


자신을 이기지 못한 기나긴 삶에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뒤의 문장을 더 이상 읽지 않았다. "신은 죽었다" 다음에 온 문장은 "우리가 신을 죽였다"이다.



니체는 기독교적 가치관의 종말을 주장했다. 그는 신이라는 초월적인 존재를 부정하며, 인간이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초월적 존재에 의존하는 삶을 '죽은 삶'이라 했고, 인간이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가치와 신념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고 깨달은 것만이 진짜라고 믿었다.


니체의 초인 사상


니체는 인간이 삶을 긍정하고 스스로 의미를 창조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이것을 '신성'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신성은 종교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태도를 의미한다.


나는 최근 『월든』이라는 책을 읽으며 초월주의 사상을 접했다. 『월든』은 자연 속에서 신성을 찾는 책이다. 니체에게도 '신성'이란 인간이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고 의미를 찾는 과정이었다. 그는 예술, 철학, 삶의 긍정 속에서 그것을 발견했다. 그는 인간이 신 없이 의미를 창조하며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니체, 위험한 철학자

니체의 사상은 위험하다. 그의 철학은 어떤 사람에게는 자유를, 또 어떤 사람에게는 위험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의 삶은 좌절과 병마, 그리고 비극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평화를 위해 전쟁을 선포했고, 빛을 찾는다며 어둠을 뿌렸다. 그의 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위험성이 따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니체는 "종교가 인간을 망쳤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신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더 깊고 강렬한 의미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신이 없다면 공허하다. 그 공허함에 인간은 쉽게 공허함과 불안함을 느낀다. 반야심경의 이 떠오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공허함과 불안함이야 말로 인간을 창조적인 인간으로 만든다고 니체는 믿었다.


니체는 니체도 믿지 말라고 했다


니체의 글을 읽으면, 그의 고통과 고민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는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탐구했다. 그 속에서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니체가 새로 사귄 애인에게 쓴 편지도 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깨달음을 준다. 너무나 ‘인간’적인 니체. 너무나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간’이기를 바랐던 니체다.


니체는 "니체를 따르지 말라"고도했다. 니체를 잃어버리더라도, 자신 스스로를 찾으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을 찾은 후에야 니체의 철학이 진정으로 다가올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는 신 없이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니체는 지금도 살아있어 우리에게 질문한다. 그리고 그 답은 니체가 찾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답은 무엇인가? 질문하는 우리에게 니체는 니체를 따르지 말라고 말한다. 우리가 찾아야 한다.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


나는 니체에게 궁금했다.


“니체 당신은 ‘신 없이 가능한’에 매몰되고, ’ 전통도덕과 근대사상을 전복하는 것‘에 매몰되어, 스스로가 온전히 스스로 있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망각해 버린 것 아니야?“


그러자 니체가 대답했다.

“넌 아직 신의 그림자 안에 있군!”


(헐, 어떻게 알았지?

그렇지만 담담한 척 다시 물었다.)


“난 신이 필요하다고 말한 게 아니야. 어떻게 지구상에 혼자 있는 나로만 있을 수 있어. 누구나 인간이라면 그런 상태라면 두렵지 않을까? 나는 인간을 대표해서 묻는 게 아니고, 최서영이라는 인간 스스로가 어떻게 혼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냐고 물은 거야. 우린 결국 관계 속에 있잖아.”


그러자 니체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최서영, 넌 너를 과소평가하고 있어. 네 말은 너의 말, 너의 행동, 너의 선택이 너의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거잖아. 그럼 물어볼게. 그 관계를 만드는 건 누구야? 바로 최서영 너 자신이다. 너는 그 일부가 아니다. 그리고 너 방금 두려움이라고 했는데, 두려움을 왜 없애야 해? “


니체는 말로는 못 이겨먹는 할아버지다. 이 할아버지를 이길 자가 아직 지구상에 나타나지 못했다. 다음에는 까뮈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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