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런데 철학을 곁들여서.
장자와 한 잔
장자의 사상은 술을 마셨을 때의 자유로운 정신과 비슷하다. 도가 사상가들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삶을 추구했기 때문에 술을 즐겼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 도가 사상가이자 시인이었던 이백은 술을 사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장자는 "취한 사람은 정신이 온전하다"며 술 취한 사람이 수레에서 떨어졌는데, 빨리 달렸는데도 죽지 않았다며, 술을 마신 덕분에 정신이 온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자는 술을 마셨지만 절제를 중요하게 여겼다.
니체와 한 잔
니체는 술을 즐기지 않았지만, 그의 철학에서 술 취함과 비슷한 도취 상태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꿈과 도취를 대비시켰는데, 꿈은 현실을 반영하는 반면, 도취는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 우리가 만든 질서가 사실은 인위적인 것에 불과함을 깨닫게 한다고 보았다. 술을 마시면 질서가 사라지고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난다. 니체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취기가 아니라, 술이 불러오는 창조적이고 강렬한 에너지였다.
쇼펜하우어와 한 잔
쇼펜하우어는 술을 부정적으로 본 철학자였다. 그는 "술은 잠깐 현실을 잊게 해주지만 결국 더 큰 고통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을 '의지'로 보았고, 술을 마시면 인간이 이성을 잃고 욕망의 노예가 된다고 보았다. 술은 고통을 잊기 위한 도피일 뿐이며, 결국 더 큰 허무함을 남긴다고 생각했다.
플라톤과 한 잔
플라톤은 처음에는 술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그는 술이 용기와 절제를 해친다고 믿었고, 특히 전사 계급이 술을 마시는 것을 반대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고, <법률>에서는 통제된 술자리가 영혼을 단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반드시 현명한 어른이 이를 감독해야 한다고 보았다. 결국 술도 절제와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철학자들과 술을 마시다 보니(사실 마신 건 아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들 중에는 술이나 마약을 이용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려 한 사람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알코올 중독이었지만 혁신적인 그림 기법을 창조한 잭슨 폴락, 그리고 LSD와 술을 즐기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문 가사를 쓴 짐 모리슨이 있다. 또, 영화 네이키드 런치의 원작자인 윌리엄 버로스는 직접 마약을 하면서 소설을 썼다.
이들은 술과 마약을 통해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찾으려 했다. 단순히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혼돈 속에서 창조적인 힘을 끌어내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끝까지 예술을 지속할 수 있었고, 또 어떤 사람은 예술이 그들을 삼켜버렸다.
"술이 나를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내가 술을 마시지만, 점점 술이 나를 지배해버린다는 의미다. 술을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적당히 마시면 삶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술이 나를 삼키게 두면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철학자들과 술을 마시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취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취한 건 오직 나 혼자다. "아놔, 이 사람들하고는 재미없어서 못 마시겠네." (철학은 재밌었음 (●ˇ∀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