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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로 보는 희생양 메커니즘과 고통에 대하여

영화 미키 17, 팀 켈러 고통에 대하여, 폴워셔 복음, 르네 지라르

by 최서영

* 영화 미키 17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은 복제 인간 '미키'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고통, 그리고 희생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 미키는 인간의 욕망과 필요에 의해 끊임없이 복제되고 희생되는 존재이다. 그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희생양'으로서, 공동체의 불안과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미키는 공동체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 희생됨으로써, 일시적인 평화를 가져다주는 존재이지만, 그의 희생은 인류 구원이라는 이름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성을 드러내는 잔혹한 행위이다.


미키가 겪는 고통은 육체적 고통과 더불어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한 실존적 고통으로 융합된 인간이 죽음 앞에서 겪는 고통의 통합본이다. 그는 끊임없이 복제되고 소멸되는 존재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불안을 느낀다. 미키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찾을 수 없는 비극적인 운명 앞에 매번 죽음에 스스로의 몸을 던진다.


영화 '미키 17'은 인간 존재의 심연에 존재하는 고통과 폭력, 그리고 희생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미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성을 돌아보게 한다.


영화 '미키 17'의 마지막 장면은 인간복제 기계를 폭파함으로써 욕망의 종식을 맞이하는 듯하다.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파멸의 씨앗을 인간 스스로 제거함으로써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과연 인간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영화 미키 17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인간복제 기계의 폭파는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 인간의 욕망과 폭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여전히 인간은 이기심과 욕망에 의해 끊임없이 고통과 파멸을 야기하며,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는 존재이다. 영화 '미키 17'은 인간의 자기 구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미키17은 우주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미키17은 도처에 있다.


고통, 복음, 그리고 희생양

팀 켈러의 '고통에 답하다', 폴 워셔의 '복음', 그리고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 메커니즘'. 이 세 권의 책은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인간 존재의 심연에 존재하는 고통과 폭력, 그것들에 대한 해답을 탐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팀 켈러는 고통의 다양한 면모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신을 만나는 여정을 제시한다. 고통은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내고, 신을 찾도록 이끌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그러나 고통은 동시에 인간의 죄성을 드러내고, 모방적 욕망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 메커니즘은 이러한 인간의 모방적 욕망이 어떻게 폭력과 갈등을 초래하고, 희생양을 통해 일시적인 평화를 얻으려는 사회적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지 설명한다. 폴 워셔는 이러한 인간의 죄성과 폭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복음이라고 강조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진 궁극적인 희생양으로서, 희생양 메커니즘의 악순환을 끊고 사랑과 용서의 새로운 질서를 세웠다.


팀 켈러, 폴 워셔, 르네 지라르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 조건의 어두운 측면을 조명하지만, 동시에 희망의 빛을 제시한다. 우리는 이 세 가지 관점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고통과 폭력의 문제를 극복하며,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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