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서영 Jan 26. 2021

아무것도 아닌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워킹맘 다이어리

매주 한 편의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든다. 그것이 올 한해 내가 나에게 한 약속이다. 내가 쓴 글들이 책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 기조로 글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프로젝트에 <워킹맘 다이어리>라는 이름을 지었다. 부제는 아직 감추고 있지만, <의미심장 프로젝트>라고 지었다. 내가 기록하지 않으면 휘발되는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들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다. 워킹맘이라는 표현은 내가 내 유튜브 채널에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고, 다이어리라는 표현은 일단 내가 쓴 글들이 부족하고 투명하고 단순한 탓에 일기나 다름없음에 지은 것이다. 내가 왜 하필 워킹맘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나 생각해본 적이 있다. 별생각은 없었다. 남들이 보기에 나라는 사람을 가장 유추해보기 편한 표현 같아서인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이 보기엔 그 의도를 알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제목이 워킹맘 다이어리인데, 일하는 엄마의 모습은 찾기 어렵고, 워킹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것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여성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열정적인 것과 거리가 먼 나라는 존재를 유추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매주 쓰는 글들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올라가는데, 댓글을 보면 ‘힘내’라는 말이 유독 많다. 내 의도와는 다르게 내 문장들이 어두워 보이는 걸까? 글로 사람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조언과 너무 짧게 문단을 끊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어떤 작가님의 말을, 글을 쓸 때마다 유념한다. 자기검열의 시간이 늘어간다. 부제인 ‘의미심장’이라는 표현도 직관적이지 않고 와닿지 않는다. 사실 책을 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자신이 없고, 최근 글쓰기 모임에 들어가면서 함께 글을 쓰는 작가의 글을 보면 무척이나 주눅이 드는 것이다. 주저리 쓰다 보니 글이 또 어두워졌는데, 여튼! 매주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 좋아서 쓴다. 그 하나의 이유 외에 사실 다른 이유들은 부수적인 것. 그러니 오해받을 일도, 위로받을 일도 아니다.                     

그러니 제목도 사실 필요 없고, 책이 되지 않아도 좋고, 댓글로 어떤 이야기가 나오든 다 괜찮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쓸 것이다. 생각한 걸 가능한 다 말할 것이다. 아주 간결하게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만, 이것들을 다시 실행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내가 스스로에게 지은 이름들 때문에 그 이름에 갇히기도 했고, 타인의 말에 아파서 가던 길을 멈추기도 했다. 무언가 시작했다면 또 완결지어야 할 것만 같아 억지로 이상한 걸 만들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고독한 것은 또 싫어서 아주 사적인 것을 공적으로 만들고 있다.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내가 좋아서였고, 내가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한 것은 생면부지 행인이 한 말을 몇 달을, 몇 년을 끌어안고, 그 말 한마디를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끌어안고 버텼던 날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숨어 이렇게도 쉽고 간결한 일들을 마땅히 하지 않고 울고 있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조금 우울해 보이고 보잘 것 없어 보여도 괜찮다. 도리어 그 모습이 내 마음을 움직이고 살게 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제목을 짓는 이유는 누군가 제목을 보고 내가 지은 집 처마 밑에 잠시 쉬다 갈 것이기 때문이고, 타인의 아픈 말도 다시 주워 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건 타인이 지은 집 처마 밑에서 내가 잠시 쉬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시작했다면 이상하더라도 완결스러운 완결을 짓는 건, 시즌2를 기약하기 위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선배, 잘 지내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