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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뜻뜻 Apr 27. 2024

소리 내 말하라, 글을 쓰라.

임경선, <어른의 어휘력>




어떤 말이나 글의 의미나 어감을 쉽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눈치'가 부족하기보다 '어휘력'이 부족한 탓(여는글)
울지마라, 소리 내 말하라, 글을 쓰라(P82)
글쓰기가 우리에게 주는 탁월한 효과 중 하나는 생각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P233)



가끔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낱말들이 부유하지만, 어느 것 하나 상황에 마땅한 낱말이 없다. 단백질 셰이크를 물 없이 삼킨 것 마냥 속이 되우 답답하다. 배움에 허천하여 책을 걸터듬어 보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그 와중에 발견한 책이 바로 '어른의 어휘력'이다.


어휘력, 어휘를 풍부하고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위키백과에 정의되어있다. 저자는 30년간 매일 글을 쓴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처한 상황을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진찰 내린다. '어휘력'을 키우게 되면 세상이 이전보다 훨씬 크고 새롭게 느낄 것이며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힘과 시각이 커질 것이라 정언한다.


책은 어휘력이 왜 중요한지에 관한 내용과 어휘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어휘력이 부족할 경우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이다."를 인용하며 상상과 인식의 한계 그리고 더 나아가 나의 세상의 한계까지 치닫는다고 말한다.  즉, 아름다운 풍광을 보더라도 표현하지 못하고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어"라고 말하며 아퀴짓는 것이다.


저자는 어휘력을 키우는 방법 중 으뜸은 '공감'이라고 말한다. 말과 글은 대상과 소통하기 위해 존재한다. 상대방의 감정/ 말 / 행동을 해석하고 싶어 하는 욕구만큼, 그래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 어휘력은 는다는 것이다. 반면, SNS의 좋다, 싫다를 표시하는 좋아요나 하트는 공감이 아니라 '반응'의 표시라고 일갈한다.


중학교 때, 친구 녀석에게 "뻔뻔하기 그지없다"라고 말한 적 있다. 그때 친구 녀석이 "그지? 너 거지냐?" 라고 뇌까렸던 대사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당연히 상대방도 알겠거니 겉잡았다. 저자는 어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내 말이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인지하라고 말한다. 이 문장을 보고 그 친구의 전화번호를 몇 번 쓰다듬었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낱말의 의미(意味)이다. 이 중 미(味)는 맛을 뜻하는데 이것을 '말맛'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문을 닫고 나가라'는 문을 닫고는 밖으로 나갈 수 없으므로 뜻이 맞지 않다. 그렇다고 '나가고 문을 닫아라'로 바꾸면 맛이 살지 않는다.  말의 맛이 있다는 것은 관용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체득되긴 처음이라 신선하다. 주야장청 사용했던 '말이 찰지다'라는 표현은 사실 맞는 말이었다.


어휘력을 확장하기 위해 낱말의 의미를 음미해보라는 문장도 흥미롭다. 그 중 '아름답다'라는 낱말이 가지는 의미는 퍽 와 닿았다. 생은 유한하므로 아름다운 것은 희귀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나를 열없게 만들었다. 사물에 본질적 의미를 부여하면 그 사물이 무엇이건 새로운 본질이 지닌 사물이 된다.  그렇게 세상이 확장되어 가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여툰 어휘들을 모집어 노트에 정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실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사용하고자 한다.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나에겐 언어의 한계를 확장하는 일과  글과 말,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체험한 낱말의 개수가 살아온 나날만큼 늘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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