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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뜻뜻 Jun 08. 2024

내일의 음악, 재즈.

남무성, <재즈 잇 업!>



재즈는 미국에서 흑인과 유럽 음악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P18​
흑인 연주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적어도 음악에서 만큼은 흑과 백이 동등한 위치라는 인식이 생겨난다. P74​​
재즈는 완성의 음악이 아닌 과정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일의 음악이다. P511


작가인 남무성은 재즈 평론가이다. 한국 최초의 재즈 월간지를 창간 발행한 사람으로 재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작가는 재즈의 시초인 루이 암스토롱이 태어난 1901년을 시작으로 1980년대 이후까지 연도별로 재즈의 역사를 ‘만화’로 재미있게 알려준다. 재즈가 어렵다는 인식을 깨주는 책으로, 재즈 입문자의 필독서임이 틀림없다.


​재즈가 시작된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스는 강대국들의 식민지로 유럽과 아프리카의 다양한 문화를 가진 도시였다. 유럽의 클래식과 흑인 노예의 블루스, 그리고 관악기 밴드인 브라스 밴드와 불규칙한 리듬의 래그타임이 재즈의 구성요소가 된다. 결론적으로 재즈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결합 속에서 태어난 혼혈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가 만나서 태어난 재즈음악는 장르와 역사가 다양하다. 1920년대 루이 암스트롱으로 대표되는 전통 재즈가, 30년대는 대공황 이후 밝아진 분위기를 타고 빅밴드 스윙이, 40년대는 뉴욕을 중심으로 경쾌한 모던재즈 비밥이,  50년대는 2차 세계대전 종료 후 가벼운 쿨재즈와 하드밥이, 60년대는 로큰롤의 인기로 파격적인 프리재즈가, 70년대 이후에는 퓨전재즈와 팝재즈가 인기를 끌었다.


​줄곧, 누군가에겐 시끄럽다고 할 수 있는 힙합과 일렉트로니카 장르를 좋아했다. 처음으로 재즈를 인식하고 들었던 것이 언제였을까. 1년 전. 하릴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듣게 된 빌 에반스의 곡이었나. 홍대의 어느 한가한 카페에서 들었던 쳇 베이커의 노래였나. 천천히 떨어지는 눈송이들이 밤사이 내려앉아 소북이 쌓이듯이, 재즈는 천천히 내게 왔다. 덕분에 삶의 농도가 짙어졌다.


​생각해보면 재즈는 아주 오래전에도 나에게 다가왔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는 나오코가 스무 살 생일에 빌 에반스의 [Wlartz For Debbby]를 듣는 장면과 와타나베가 편지를 쓰며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를 듣는 장면이 있다. 스무살 무렵. 그때는 재즈를 듣는 와타나베의 취향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내가 그 독특한 취향을 가지게 되었다.


​어떤 점이 재즈를 좋아하게 만든걸까. 그것은 재즈의 '유동성' 이다. 재즈는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과 같다. 그러면서 무수히 합쳐지고 쪼개지고 흡수된다. 그 순간들을 기록한 앨범을 들으면 몸과 마음이 좀처럼 가만있지를 않는다. 재즈는 청자도 유동적으로 만든다.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재즈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후 재즈 LP를 모으기 시작했다. 턴테이블의 카트리지가 레코드에 닿는 소리가 퍽 듣기 좋다. 아침에 커피를 내리며 데이브 브루벡의 [Time Out]을, 저녁에는 책을 읽으며 찰리 헤이든의 [Nocturne]을, 주말에는 이불 속에서 스탄 게츠의 [Getz/Gilberto]를, 간혹 밤에 와인이나 위스키를 마실 때는 쳇 베이커의 [Sings]를 듣는다. 인생에서 이런 호사(豪奢)가 없다.


​그 중 더블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의 [Nocturne]을 애정 한다. 쿠바의 피아니스트 곤잘로 루발카바와 함께한 앨범으로 오넷 콜맨, 키스 자렛, 펫 메스니와 연주한 앨범이 있지만, 이 앨범이 더욱 좋은 이유는 따로 있다. 가보고 싶지만 가본 적 없는 쿠바의 밤 골목길을 서성거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야상곡은 밤을 황홀하게 만든다.


​책에는 무수히 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이 나온다. 재즈의 시초인 루이 암스트롱부터 쿨재즈의 시작인 마일스 데이비스와 비밥의 상징인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까지. 그들의 앨범들은 모두 명반이며 명작들이다. 행복은 눈앞에 보이는 턴테이블에 LP와 놓여있다. 덕분에 오늘도 새벽녘에 잠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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