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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뜻뜻 Jun 01. 2024

존재란 무엇인가.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내가 무엇을 행할 것인가 보다는,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이다. (P101)
소유는 사물과 관계하며, 사물이란 구체적이며 묘사할 수 있는 것이다. 존재는 체험과 관계하며, 체험이란 원칙적으로 묘사할 수 없는 것이다. (P128)



에리히 프롬(1900~1980)은 독일계 미국인으로 정신분석학자이자 인문주의 철학자이다. 그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를 새로운 차원으로 받아들였다. 이 책은 내가 읽은 저자의 책들 중 <사랑의 기술>, <불복종에 관하여>에 이어 세 번째 책이다.


생각하는 즐거움이 좋아서 책을 읽었다. 어느새 생각하는 즐거움이 아니라 지식을 '소유'하기 위해서 책을 읽고 있었다. 지식을 얻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에 공부하듯 책을 읽었다. 그때부터 책을 읽는 행위의 즐거움은 '부담'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지식을 '소유'하고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유는 우리의 실존과도 연관된다. 생물학적으로 살고자하는 욕망은 우리를 소유하게끔 만든다. 더 잘살기 위해, 더 오래살기 위해 소유한다. 그러다보면 내가 사물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 나를 소유하게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소유하고 있는 것은 언젠간 사라질 것이므로 도둑과 질병, 죽음을 두려할뿐더러, 사랑하는 행위에도 불안을 느끼며, 자유, 성장, 변화, 미지의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게 만든다.


생각하는 즐거움이 좋아서 책을 읽었다. 그러다 내가 '체험'한 즐거움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독서와 생각나눔의 즐거움'이라는 취지로 작은 독서모임을 꾸렸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망해도 상관없을정도로 큰 고민과 걱정은 없었다. 그 이유는 '존재'로서 행위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유가 사물과 관련되어 있다면, 존재는 체험과 관련되어 있다. 존재는 묘사할 수 없으며 오로지 체험을 공유함으로써 전달 가능하다. 존재는 하나의 대상을 놓고 즐거움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 그 공유의 체험은 양자 사이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유지시켜준다. 존재는 생산적, 자발적인 활동이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소유가 소비와 불안이라면 존재는 생산과 기쁨인 것이다.


저자는 소유와 존재 각 양식의 강도는 개인의 성격 및 사회적 성격이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대사회는 소유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여겨지는 실정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소유냐 존재냐의 양자택일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즉,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가 개인의 소유와 존재 양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도 '소유'하기보다 '존재'하기 위해 노력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현대사회의 소유라는 권위주의적 구조 아래 비권위주의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불복종’으로 대항한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는 신에게 불복종하고 인간에 대한 연대감으로 불을 나눠줬다. 어쩌면 '존재'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불'을 나눠준 프로메테우스들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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