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무엇을 기대했나.

존 월리엄스, <스토너>

by 김뜻뜻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P52)
그가 너무나 오랫동안 속에 담아두었던 그 상실감이 쏟아져 나와 그를 집어삼켰다. 그는 의지를 넘어 그 흐름에 휩쓸리는 자신을 내버려 두었다. 자신을 구하고 싶지 않았다.(P350)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것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P387)


W.S.에게.

저는 당신이 가르쳤던 미주리 대학의 영문학과 학생은 아닙니다. 그저, 당신의 인생을 훑어본 독자로서 할 말이 있어 이렇게 펜을 듭니다. 짧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저는 늘 인생에서 기대한 것만큼 얻었는지 스스로 되묻곤 했습니다. 당신이 죽음 앞에서 ‘너는 무엇을 기대했나?’라고 말하는 순간 저는 그때의 기억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을 읽은 후 한동안 ‘뭐 그런 거지’를 되뇌었던 저는 뜻 모를 생경함을 느꼈습니다.


당신의 삶은 실패작입니까? 저는 책을 읽기 전까진 저의 삶이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삶에 더 이입되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이 평생을 바쳤던 책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을 때.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스승인 아처 슬론의 말처럼,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끝까지 잊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15장을 타이핑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역사학과 학생처럼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은 평생 이디스, 찰스워커, 로맥스의 행동들 때문에 고통받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신이 유일하게 내뱉었던 로맥스에 대한 욕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킴으로써 그 모든 것을 견뎌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레이스와 캐서린과의 이별에도 묵묵히 본인의 일을 해온 것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표합니다.


술에 의지한 그레이스에게 불행한지 물어볼 때, 자신에게 물어보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레이스의 절망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스토너 당신의 삶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겠죠. 그래서 그레이스가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고마웠을 것 같았습니다. 절망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은 저에게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은 싯다르타처럼 성인이 되지 않는다면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결국 무(無)로 돌아감을 일찍이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과거나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그 길을 걸어가는 나름의 방식이었겠지요. 무감각, 무심함, 초연함이라는 단단함 밑에 부드러운 감정을 품었던 당신에게. 지식의 세계, 이디스, 캐서린에게 아낌없이 열정을 주었던 당신에게 다시 존경을 표합니다. 책을 덮은 후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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