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돼볼게-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길. 비 오는 날에 길을 걷다 마주하는 쓰레기들은 화창한 날의 쓰레기와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비닐봉지는 피곤한지 바닥에 철썩 붙어있고, 맥주캔은 속상한지 빗물을 한껏 머금고 있다. 평소 같으면 주웠겠지만. 한 손에는 우산이. 다른 한 손에는 가방이 들려 있기에 애써 못 본 척한다. 몇 걸음 가다 고개를 흘끔 돌리니, 비닐봉지와 맥주캔이 이대로 두고 갈 거냐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손을 뻗어 비닐봉지를 깨운다. 여기서 주무시면 안 돼요. 일어나세요. 비닐봉지를 주워서 빗물을 털어내고 맥주캔에 다가간다. 왜 울고 있어요. 그 많던 보리들은 다 어디 가고요. 맥주캔이 시원하게 울 수 있도록 뒤집어 빗물을 쏟게 한다. 맥주캔과 비닐봉지의 손을 잡고 걷다 보니 방금 그들을 외면했던 순간이 열 없이 느껴졌다. 하찮다고 외면한다면, 귀찮다고 외면한다면. 언젠가 외면당하는 것이 우리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