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의 땅에 대한 이야기.

강인욱, <테라 인코그니타>

by 김뜻뜻
테라인코그니타.jpg 사진의 배경은 경남 창녕에 있는 가야 고분이다. 제국주의 시대의 일제는 '임나일본부설'을 기반으로 가야 고분을 조사하면서 한반도의 식민지화를 정당화하려고 했다. 이를 지켜봤을 고분



'미지의 땅'을 '무지의 땅'이 되지 않게하려면 선입견 없는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 P46
식인 풍습은 미개함과 관련이 없다. 살을 베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베어내는 지금이 더욱 잔인한 식인의 시대일지도 모른다. P72
미지의 땅과 문화에 대한 열정은 새로운 땅에 대한 정복욕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자산에 대한 관심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어야 합니다. P361


저자인 '강인욱' 교수는 시베리아와 만주 지역을 중심으로 북방고고학을 연구하는 고고학자이다. 그는 기록된 역사가 아닌 땅이 말하는 역사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미지의 땅, 미지의 개척 영역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는 과학 기술이 발전한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고고학적 사례를 통해 인류가 지리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정치적, 사회적으로 미지의 땅을 무지의 땅으로 만들고 있다고 역설한다.


고고학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이 누구인지 물어본다면 90년생 이하는 '인디애나 존스'를 떠올릴 것이다. 머리에는 페도라를 쓰고 허리에 밧줄을 동여맨 남자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영웅으로 묘사되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열혈 초등학생은 탐험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졌다. 학교에서 작성하는 장래희망란에 고고학자라고 적었으니 인디애나 존스가 삶을 관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의 어린 시절에게는 미안하지만, '산타는 없다'급의 말을 해야만 했다. 인디애나 존스는 고고학자보다 유물 약탈자에 가깝다. 자극적으로 말하자면 나를 포함한 그 시대 어린이들은 범법자를 롤모델로 삼은 것이다. 인디애나 존스의 실제 모델은 미국의 고고학자인 '랭던 워너'로 그는 중국 신장 일대의 실크로드의 벽화를 무자비하게 뜯어갔다. 문화재를 보존하고 지켜야 할 고고학자가 문화재 파괴에 앞장선 것이다.


고고학은 제국주의 열강이 약소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문화재를 강탈하면서 발달한 근대 이후의 학문이다. 열강은 식민지를 건설하고 그곳의 유물과 유적들을 파괴하고 가져갔으며 그들의 박물관에는 현재까지 타국의 유물들이 명예롭게 전시되어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 한국의 유물과 유적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에서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모든 조사는 정치적으로 식민지를 정당화하는 논리에 사용되었다.


고고학의 발전은 인류의 욕심에서 비롯되었지만, 인류의 기원을 알아가는 것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최근에 기원전 12세기부터 존재했던 티베트의 기원인 '상웅국'을 발견함으로써 티베트가 중국도 인도도 아닌 고원지대를 따라 유목하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티베트와 분쟁으로 얽혀있는 인도와 중국이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고고학적 사실이 정치적, 사회적인 것에 휩쓸리지 않고 오롯이 존재하기를 바란다.


서랍을 정리하던 중에 몇 통의 편지를 '발굴'했다. 무려 10년 전 누나와 매형이 될 뻔한 사람과의 편지였다. 어두컴컴한 서랍장 속에 갇혀 10년간 빛을 보지 못한 편지는 사위어있었다. 편지의 내용은 절절하고 애틋한 내용으로 사랑의 표현들이 가득했다. 누나가 이렇게 표현력이 좋았던가. 편지를 가지고 그악하게 놀릴까 생각했지만 이내 멈추었다. 편지의 내용은 진실이었으리라. 현재의 나의 주관적 생각으로 이 편지의 진실을, '사랑'하는 누나의 마음을 곡해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맞고 싶지도 않았다)


고고학은 유물을 객관적인 시각을 지향하지만, 고고학자의 시각은 그들이 속한 시대와 사회적 관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저자는 끝으로 말한다. '테라 인코그니타'라는 단어는 미지의 땅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또는 잘못 알려진 역사라는 이중적 의미로도 존재한다.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안다고 말하는 것은 역사를 오해하고 재단하는 것과 같다. 고고학을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지만 '테라 인코그니타'라는 단어가 미지의 땅이라는 의미로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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