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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뜻뜻 Aug 03. 2024

우리의 시선.

문장이 돼볼게-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에는 꽃구경을 간다. 어디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꽃에 시선을 준다. 뒤살피며 길을 걷다 보면 그동안 외면했던 꽃들이 길섶에 ‘나 여기있어요’ 하고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다. 이맘때 여름은 꽃의 시간을 곱으로 돌려준다. 하루만 지나도 밋밋한 꽃봉오리의 행렬이 황혼빛을 머금은 꽃들의 행렬로 바뀌게 된다.




초여름, 등나무의 보라색 등꽃에 시선을 준다. 등나무 줄기에 칡이 얼키설키 엮여있다. 칡 ‘갈’과 등나무 ’등’. 얽혀서 잘 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갈등’이 여기서 유래했다. 등나무는 혼자 설 수 없기에 다른 가지를 엮으며 올라간다. 칡도 마찬가지다. 칡과 등나무처럼 우리들 역시 혼자 설 수 없기에 ‘갈등’이 발생한다. 갈등을 외면하지 않고 시선을 줄 수 있다면. 우리는 보라색 등꽃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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