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할수록 마이너스가 난다면...

손으로 사유하세요

by 책뚫기

밤낮으로 열심히 사는데 성과가 없거나 도리어 마이너스가 나는 사람이 있어요. 반면 별로 애쓰지 않는데도 손쉽게 행복과 성공을 누리는 사람이 있는데요.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핵심은 ‘손으로 사유하기’에 있어요.


비유를 들어 설명해 볼게요. 좋은 식재료를 탁월하게 요리하면 훌륭한 음식이 탄생해요. 우리는 이를 파인다이닝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좋은 식재료를 냉장고에 쌓아두기만 하면 어떻게 될까요? 요리를 해야 음식을 먹든, 돈을 받고 팔든, 소중한 사람에게 대접할 수 있을 텐데요. 요리를 하지 않고 좋은 식재료를 쌓아두기만 하면 결국 썩어요. 기껏 구한 좋은 식재료를 버려야 해요.


반면 좋은 식재료를 제때제때 요리하면 어떻게 될까요? 음식을 맛볼 수 있고, 팔 수도 있고, 대접할 수도 있어요. 심지어 요리하는 실력도 점점 좋아져 결국 파인다이닝이 될 거예요.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책과 사람 그리고 경험은 좋은 식재료예요. 그런데 좋은 책과 사람 그리고 경험을 냉장고에 쌓아두기만 하면 어떻게 될까요? 썩어요. 다시 말해 밤낮으로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마이너스가 나요.


반면 좋은 책과 사람 그리고 경험을 제때제때 요리하면 어떻게 될까요? 뭐라도 성과가 나겠죠? 게다가 요리하는 실력은 갈수록 좋아져서 결국 파인라이프를 누리게 될 거예요.


그럼 좋은 책과 사람 그리고 경험을 요리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요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억하세요. 오늘의 핵심은 딱 한 문장, ‘손으로 사유하라’는 거예요. 손으로 사유하셔야 해요.


[책뚫기의 글을 오디오로 만나보세요]

https://youtu.be/cYsTRKlXnEU



노동자를 자발적 노예로 만드는 방법, ⟪동물농장⟫


손으로 사유하려면 먼저 알아야 할 게 하나 있어요. 파인라이프, 즉 좋은 삶을 누리려면 ‘나만의 언어’를 가져야만 해요. 나만의 언어를 가진 사람은 나만의 삶을 살고요. 타인의 언어에 빠진 사람은 타인의 삶을 살아요.


잠깐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조지 오웰은 자신의 책 ⟪동물 농장⟫을 통해 세상에 개돼지 같은 인간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해요. 이때 개돼지 같은 인간이란 ‘생산하지 않으면서 소비만 하는 동물’을 뜻하는데요. 예를 들어 ‘서류 파일’ ‘보고서’ ‘의사록’ ‘각서’ 같은 불필요한 언어를 만드는 데 에너지를 쏟으며 노동자들의 수고를 도둑질해 가는 지배층을 말해요.


조지 오웰은 개돼지 같은 인간들이 많아지면 세상이 불평등해진다고 지적해요. 불평등한 세상에서 노동자들은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되는데요. 자기 삶은 물론 지배층의 식량과 사치까지 부양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동물농장⟫의 백미는 지배층이 국민을 자발적 노예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인데요. 그 방법의 핵심은 ‘말, 즉 언어’에 있어요. ⟪동물농장⟫의 독재자 ‘돼지 나폴레옹’은 독재를 시작하는 첫날 가장 먼저 ‘회의’를 폐지했어요. 대신 불필요한 언어와 나폴레옹을 편들거나 찬양하는 언어를 쏟아냈어요.


따라서 ⟪동물농장⟫ 속 대다수 동물들은 자기 만의 언어를 가지지 못했어요. 오로지 나폴레옹의, 나폴레옹에 의한, 나폴레옹을 위한 말에 갇혀 노예로 살 수밖에 없었어요. 바로 이 거예요. 타인의 언어에 빠지면 타인의, 타인에 의한, 타인을 위한 삶에 갇히게 되어요.



나만의 언어를 가져라


파인라이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바로 ‘나만의 언어’를 가지는 거예요. 기억해 주세요. 파인라이프란 곧 ‘나만의 언어’를 가진 삶을 뜻해요. 왜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경험을 해야 하냐고요? 바로 ‘나만의 언어’를 갖기 위해서예요.


그럼 어떻게 해야 ‘나만의 언어’를 가질 수 있을까요? 이때 필요한 게 손으로 사유하기예요. 우리는 모두 손으로 사유해야 해요.


혹시 UFC 격투가 최두호 선수를 아시나요? 한때 잘 나가던 최두호 선수는 한동안 부상과 연패의 늪에 빠져 긴 암흑기를 보냈는데요. 작년 7월 서른셋의 나이로 8년 만에 단비 같은 승리를 거두었어요. 그리고 이어진 12월 경기에서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격투가 최두호의 부활을 알렸지요.


경기 이후 한 인터뷰에서 최두호 선수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훈련법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너무 뜻밖이어서 정말 놀랐어요. 여러분은 무슨 훈련일 거 같으세요? 체력 훈련? 기술 훈련? 상대 분석 훈련? 실전과 같은 스파링 훈련?


놀랍게도 최두호 선수의 답은 ‘공책 쓰기’였어요. 최두호 선수는 젊은 시절 감독님이 시킨 공책 쓰기가 굉장한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데요. 제가 말하는 ‘손으로 사유하기’가 바로 이 거예요.


아마 최두호 선수는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 기술에 대해, 전략에 대해, 격투기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공책에 적었을 거예요. 공책에는 최두호의 필체가 빼곡히 쌓였을 테고, 반면 그의 생각은 차츰 정리되었을 거예요. 그리고 마침내 최두호 만의 언어가 탄생했을 테죠.


그렇게 탄생한 ‘잽’은 최두호 만의 ‘잽’이었을 테고, ‘원투’ ‘훅’ ‘어퍼’ ‘스텝’ ‘킥’ 등 모든 단어가 최두호 만의 언어로 재탄생했을 거예요. 감독과 코치의 언어로 가득한 격투기가 아니라 최두호의 언어로 가득한 격투기, 즉 최두호 스타일이 탄생한 거예요.



손으로 사유하라


손으로 사유한다는 게 바로 이런 건데요. 중요한 건 두 가지예요. 첫째, 필기든 그림이든 타이핑이든 어찌 됐든 손을 써야 해요. 우리는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아니에요. 뛰어난 천재들은 머릿속으로도 어마어마한 논리 전개와 계산을 할 수 있다는데요. 우리는 아니에요. 우리는 손을 써야 해요.


둘째, 사유해야 해요. 제가 정의 내린 사유란 ‘무엇을, 왜, 어떻게’ 세 의문사를 이용하여 질문을 만들고 답하는 과정을 뜻해요. 영어로는 ‘What, Why, How’가 되겠죠?


예를 들어 볼게요. 신입 직원 새희는 최근 영란 선배를 무척 좋아하게 됐어요. 사실 좋아하는 걸 넘어서 일말의 존경심까지 느끼고는 했는데요. 왜 그런지 설명할 수는 없었어요.


어느 날 새희는 자기 전에 일기를 쓰다 문득 ‘영란 선배가 참 당당한 거 같다, 그래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질문이 하나 떠올랐어요.


‘당당하다는 게 뭘까?’


새희는 영란 선배가 당당하게 느껴지던 순간들을 떠올려 적어 보았어요. 팀장 님의 오해나 구박에도 조그라 들지 않고 할 말을 조곤조곤 전달하던 모습, 결과가 좋지 않아 힘들만한데도 금방 털어내고 평소 루틴으로 돌아오던 모습. 그래서 새희는 적었어요.


‘당당하다는 건 팀장 님에게도 할 말은 하는 거 아닐까? 그리고 결과가 나빠도 돌아갈 수 있는 루틴이 있는 거 아닐까?’


새희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뻗어나갔어요. 다시 말해 ‘무엇을, 어떻게, 왜’를 이용하여 사유하기 시작했어요.


‘나는 왜 팀장 님 앞에서 말을 잘 못할까? 아니 사실 나는 하고 싶은 말조차 없는 거 같아. 왜 나는 하고 싶은 말조차 없는 걸까? 어떻게 하면 어버버 하지 않고 할 말이 딱딱 떠오를까?


혹시 영란 선배처럼 정확한 루틴이 있다면 할 말이 딱딱 떠오를까? 그러고 보니 나는 회사에서 나만의 루틴이랄 게 없네. 영란 선배의 루틴은 정확히 무엇이지? 영란 선배는 어쩌다 그런 루틴을 만들게 되었을까?’


다음날 아침, 새희는 무엇을 했을까요? 영란 선배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어요. 나름대로 영란 선배 루틴의 의미를 추측했고요. 그리고 티타임 때 질문을 던져 조언을 구했어요. 마침내 새희는 자기 만의 언어로 당당함을 정의 내릴 수 있었는데요. 바로 ‘당당함이란 자기만의 루틴이 있는 거야’라는 듣도 보도 못한 새희만의 언어가 탄생한 거예요.


바로 이 거예요. 새희가 그동안 읽은 글과 만난 사람 그리고 경험들이 한데 어우러져 ‘당당함’이라는 언어가 재탄생한 거예요. 좋은 식재료를 ‘손으로 사유해서’ 아주 맛깔나고 고유한 음식이 탄생한 거예요.



지혜로운 어른이 되세요


주식 투자에 성공한 사람을 보면 나도 주식 투자를 해야 할 거 같고, 책을 써서 유명해진 사람을 보면 나도 책을 써야 할 거 같아요. 거대한 흐름을 쫓아다니다 보면 나다운 삶은 희미해지고 늘 뒤처지는 거 같아 조급해지기 마련이에요.


그럴 때마다 성공과 행복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니 조급하지 말라고 조언해요.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경험을 하다 보면 자기 길을 찾게 될 거라면서요.


아니에요. 사실 모든 사람의 성공과 행복은 똑같아요. 바로 자기만의 언어를 갖는 거예요. 사람마다 가지는 언어의 종류와 내용이 다를 뿐 결국 자기만의 언어를 가져야 성공이고 행복이에요. 그래야 파인라이프예요.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경험을 아무리 많이 해도 ‘손으로 사유’ 하지 않으면 자기만의 언어를 가질 수 없다는 거예요. 정말 지혜로운 어른은 방황하는 청년에게 ‘책과 사람, 경험’만을 강조하지 않아요. 청년의 고민을 들어주고 고민 속 키워드를 뽑아내요. 그리고 ‘무엇을, 왜, 어떻게’를 이용해 질문해요. 어른의 몸을 공책 삼아 청년이 사유하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청년이 스스로 사유하여 자기만의 언어를 가질 수 있도록요.


성공하고 행복하고 싶나요? 나다운 삶을 살고 싶나요? 나아가 지혜로운 어른이 되고 싶나요? 그럼 손으로 사유하세요. 손으로 사유하셔야 해요.


지금까지 책뚫기의 북라디오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이야기가 좋았다면 구독과 좋아요로 제 마음을 뚫어주세요.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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