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맞히기 식 삶에서 벗어나기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이어나갈 꿈이 있는가?
나는 말 잘 듣는 아들이었고, 학생이었고, 교사였다. 아무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꿈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그랬다. 나는 나의 꿈이 아니라 타인들의 꿈을 이루어주며 살았다.
늦었지만 나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고 싶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할 무언가를 찾고 싶다. 그래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기, 10쪽 독서, 꽂힌 문장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다.(10쪽 독서와 꽂힌 문장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 글들에 있습니다.) 이제 곧 두 달이 되어 가는데 그동안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일에 가슴이 뛰는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어설픈 꿈이 생겼다.
소외된 이의 숨겨진 목소리를 마중 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
지난 글에 썼듯 나는 처음으로 독서 모임에 참여했고, 실패했다. 실패라고 해서 꼭 나쁜 건 아니었다. 내 꿈을 이루는 데 독서 모임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또 하나, 좋은 인연을 만났다.
독서 모임에 참여하던 중에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분이 있었다. 서진(가명)님이었다. 서진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분은 이미 성취한 게 있지만 앞으로 더욱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진님은 고민하고 있었다. 앞으로 자신의 사업을 어떻게 키워나갈 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었다. 그리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때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고민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고 말하였다. 또한 몇 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고 이해하기 편하게 말하였기에 나는 서진님의 발표를 듣고 눈이 번쩍 떠졌다. 진짜 교사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책 「페이크」에서 성공하려면 진짜 교사를 찾아가라고 말한다. 진짜 교사는 학교에서 책으로 강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성공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실제로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부동산 투자를 배우고 싶으면 실제로 부동산 투자로 성과를 내는 사람을 찾아가야 하고, 요식업을 배우고 싶으면 실제로 요식업으로 성과를 내는 사람을 찾아가라는 말이다. 서진님은 해당 사업 분야에서 실제로 성과를 내는 사람, 진짜 교사라는 생각이 뇌를 스쳤다.
물론 그분의 사업은 내가 가고자 하는 길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 분과 같은 분야의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그분은 분명 진짜 교사다. 나는 진짜 교사가 될 수 있는 분의 삶을 더 알고 싶었다. 독서 모임 방장님에게 서진님과 개인적으로 더 이야기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두 번이나 거절당했다. 서진님은 분명 더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거 같았는데…… 나는 내 목적에 맞지 않은 독서 모임을 그만두었고, 서진님과의 인연도 아쉽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입 있냐? 발 있냐? 그럼 됐다. 입이 있으면 물으면 되고, 발이 있으면 가면 되지. 뭐가 걱정이냐?
과연 진짜 길이 없을까? 아니면 내가 길이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내게는 정보가 있었다. 서진님의 이름도 알고, 운영하는 회사 이름도 알고, 나이도 알았다. 심지어 얼굴도 알았다. 그래서 무작정 구글에 회사 이름을 검색했다. 다른 회사가 나왔다. 그때 내 옆에는 아기를 재우고 핸드폰을 쓱쓱 넘기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 아내가 있었다.
“뭐가 그렇게 흐뭇해?”
“응? 뭐가?”
“흐뭇한 미소가 아주 한 가득이야. 넘치고 있는데”
“그래? ㅎ 그냥 친구들 어떻게 사는지 보고 있었는데?”
아! 인스타! SNS! 나는 인스타나 페이스북, 틱톡 등의 SNS를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카카오톡 정도? 사람을 찾는 데 SNS를 떠올리지 못한 만큼 SNS 문맹이다. 계정만 만들고 사진만 몇 개 올려놓았던 인스타를 다시 설치하고 오래도록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듯 접속했다. 그리고 곧장 서진님의 이름을 검색했다. 첫 번째에 딱! 서진님이 있었다.
나는 서진님에게 인스타 DM을 보냈다. 내 생애 첫 인스타 DM(Direct Message, 개인 문자 같은 기능)이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서진님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고, 질문하고 싶은 게 있다며 서툰 메시지를 보냈다. 나를 기억이나 하실까? 바쁘신데 실례인가? 지금 아내와 소개팅할 때로 돌아간 듯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답을 기다렸다. 웬걸 서진님은 흔쾌히 받아주셨다.
나는 서진님과 통화 날짜와 시간을 잡았다. 그리고 질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 생애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날이 오다니! 서진님의 인스타와 블로그를 살피며 먼저 서진님에 대해 조사(?)했다. 서진님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어떤 책을 보는지, 어떤 경험을 하는지, 서진님의 인스타에는 어떤 댓글들이 달리는지 등을 둘러보았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떤 것을 주요하게 봐야 하는지, 어떤 질문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려웠다.
인터뷰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서진님이 어떤 과정으로 지금에 이르렀는지 궁금했다. 진짜 교사인 서진님의 삶의 흔적을 들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진짜 교사의 삶을 통해 나의 꿈을 돌아보는 거였다. 나 또한 언젠가 누군가의 진짜 교사가 되고 싶은데, 나의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힌트를 얻고 싶었다.
서진님을 인터뷰한 내용 중 기억에 남는 첫째는 ‘세일즈 Sales’다. 서진님은 자신이 하는 일을 ‘세일즈’라고 소개했다. “지금 팔고 있는 상품이 있지만, 그건 하나의 품목일 뿐이다. 세일즈라는 건 어떤 물건이든 팔 수 있는 능력이고, 심지어 자기 자신을 팔 수도 있는 능력이다.”
나는 세일즈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 나는 정해진 대로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교사이었기에 특별히 무언가를 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학원처럼 경쟁적으로 나를 팔지 않아도 월급을 받을 수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던 듯하다. 그래서 세일즈란 세상을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세일즈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떻게 보일까? 세일즈의 관점으로 나의 브런치와 블로그를 본다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둘째는 멘토의 가르침이다. 서진님은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래서 스스로도 사치를 부렸다고 인정했다. 좋은 차, 좋은 시계, 좋은 옷에 관심을 갖고 돈을 썼다고 했다. 그러다 인생 멘토를 만나게 되었고, 비로소 진정한 사업가 또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멘토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웠기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는지 물었고, 서진님은 이불을 개는 법과 일기를 쓰는 습관처럼 무척 사소할 수도 있는 거부터 배웠다고 고백했다.
서진님은 세일즈가 궁금하면 유튜브에 ‘김형준 단장’과 ‘안 대장’을 검색해보라고 추천해주었다. 김형준 단장의 영상을 몇 개 보았는데, 이 분 범상치 않다. 하여튼 서진님의 멘토가 사소한 습관부터 코칭한 것과 김형준 단장의 영상에서 보고 느낀 것을 연결해보니, 인생의 성공은 좋은 습관의 합인 듯하다. 나 또한 내게 필요한 구체적인 습관들을 만들고, 이를 하루하루 지켜내야만 내 꿈을 이룰 수 있을 테다!
마지막 셋째는 인간의 두 가지 자아다. 서진님은 모든 사람에게는 두 가지 이상의 자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는 ‘자본주의 자아’다. 자본주의와 경제를 이해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경제적인 수준을 이루어내려는 자본주의 자아.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공부하고 실천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자아는 동심 자아다. 동심 자아란 표현은 서진님의 말을 듣고 내가 붙인 이름이다. 동심 자아란 어렸을 적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일, 내 깊은 내면 속에서 진짜 하고 싶은 일, 일상 속에서 자신이 행복감을 느끼는 일을 추구하는 자아다.
서진님의 동심 자아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걸 추구한다. 그래서 곧 다가올 자신의 생일을 맞이하여 생일 파티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해서 생일 파티 자체가 부럽지는 않았는데, 동심 자아의 목소리를 잘 듣고 시간과 장소를 마련하는 서진님의 모습은 무척 부러웠다. 아마 내가 꿈이 없는 이유도 나의 동심 자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입 있냐? 발 있냐? 그럼 됐다. 입이 있으면 물으면 되고, 발이 있으면 가면 되지. 뭐가 걱정이냐?
지인이 어렸을 적 지인의 어머니께 들어 마음속에 새기는 문장이다. 나는 입이 있어도 묻지 않고, 발이 있어도 가지 않는 삶을 살아온 거 같다. 꿈이 없었기 때문에,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진님은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 고민이 있고, 따라서 문제의식이 있기에 입으로 묻고 발로 뛰어가며 살아갈 테다. 서진님을 인터뷰하고 난 뒤 지인 어머니의 말씀이 이제 내 마음속에도 새겨졌다.
나는 어설픈 꿈이 있다. 그래서 고민이 있고, 문제의식이 있다. 이제 나는 궁금하면 입으로 묻고 발로 뛰어가며 살아보련다. 당장 나는 새로운 독서 모임을 검색하여 알아보았고, 오늘 그 모임에 내 발로 가보았다. 새로운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 써보려고 한다. 입으로 묻고 발로 가보기 너무 좋은 세상이다. 스마트폰, SNS, 책, 유튜브 등 진짜 교사를 찾아 연락할 수 있고, 자동차, KTX 등 마음만 먹으면 발로 가볼 수 있는 세상이다. 이제 세상 탓이 아니라 세상 덕을 볼 때다. 좋은 세상, 누릴만큼 누리며 살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