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찾았다 독서모임!
신이 내게 준 능력

내 내면의 목소리 찾기

by 책뚫기
신은 당신이 무엇을 하길 원할까?
신이 원하는 일을 할 의향이 있는가?
만일 당신이 암을 치료할 능력이 있다면 그렇게 하겠는가?
세상에서 기아를 없앨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는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그저 돈을 충분히 벌고 싶은가?

로버트 기요사키, 페이크, 박슬라 옮김, (미음인, 2019), 392


신은 내가 무엇을 하길 원할까? 신은 내게 어떤 능력을 주었을까? 나는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신이 내게 준 목소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내게 준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급급했다. 따라서 나는 신이 내게 준 꿈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꿈을 이루는 데 훌륭한 도구로써 살아왔다. 나는 우물 안 모범 개구리였다.


나는 누구일까? 문득 올라온 질문이 망치가 되어 내 삶의 흔적과 나의 신념을 하나하나 깨트렸다. 책 읽기와 글쓰기는 망치질을 부추겼다. 책을 읽을수록, 글을 쓸수록, 사회가 감추었던 것들, 신이 내게 준 능력들이 하나씩 하나씩 드러났다.



나는 감정 기복이 없는 편이다. 그래서 종종 친구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해준 적이 있었다. 나는 친구의 말속 얽히고설킨 감정의 소용돌이를 하나하나 정리해주었다. 나아가 친구가 겪은 일에서 감정을 제거하고 사실만을 정리해주었다. 복잡했던 사실 관계와 감정 관계가 정리되고 나면 간단한 뼈대만이 남았다. 비로소 욕심의 충돌과 선을 넘은 실수가 드러났다. 친구와 나는 다양한 선택지를 찾았고, 친구는 그중 한 가지 선택지를 결정했다.


나는 메타 인지가 비교적 잘 되는 편이다. 나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생각과 감정이 어떤 욕구에서 비롯되는지 분석한다. 부려도 되는 욕구와 과한 욕심을 구분하고, 부려도 되는 욕구라면 마음껏 부린다. 나는 아내와 대화할 때 나를 “나는”이라고 말하지 않고 “우구리는”이라고 말한다. “우구리는 오늘 배고팠어요. 밥 주떼요.” 같은 애교가 아니라 마치 드론에서 나를 내려다보듯, 나를 다른 사람인 것처럼, 내가 나를 관찰하듯 표현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니라 3인칭 관찰자 시점이 되어 나를 본다. 나는 나를 남처럼 볼 수 있는 메타 인지가 비교적 잘 되는 편이다. (다만 예전 글에 썼듯이 소외 콤플렉스가 작동할 때는 메타 인지가 잘 안 된다.)


나는 타인의 심리에 관심이 많다. 어떤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면, 저 사람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저 감정은 어떤 욕구에서 비롯되는지 궁금하다. 심리 관련 책에서 주워들은 것들, 초등 교사로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 경험했던 것들을 활용하여 나름 그럴싸한 설명을 해낸다. 그리고 그게 실제로 맞아 들었을 때 굉장한 쾌감을 느낀다. 타인의 심리에 대해 알게 되면 그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고, 조금 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나는 그 순간들이 참 좋다. 나의 마음이 넓어지는 순간, 내가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는 거 같은 느낌 때문이다.


신이 내게 준 능력이 꽤나 만족스럽다. 그리고 이는 내 꿈을 이루는 데 꽤 괜찮은 능력인 듯하다. 나의 꿈은 소외된 이의 숨겨진 목소리를 마중 나가는 일인데, 특히 타인의 심리에 관심이 많은 건 꽤 도움이 될 듯하다. 신이 내게 이런 능력을 준 거를 보면 신은 내게 타인의 숨겨진 목소리를 마중 나가길 희망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신이 내게 원하는 일을 꿈 삼아 하고 싶다.






찾았다! 지난 일요일, 내 꿈에 필요한 독서 모임을 찾았다. 아침 6시, 알람 소리에 겨우겨우 일어나 마음속으로 긍정 확언을 외쳤다. 고양이 세수를 마치고, 개성보다는 내 몸을 따뜻하게 하는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옷을 겹쳐 입었다. 여유 있게 도착하리란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초행길이라 그런지 겨우겨우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다.


모두 처음 보는 분들이었는데 낯설지 않았다. 묘하게 따뜻하고 익숙한 느낌이었다. 다들 처음 보는 나를 어서 오라고 반겨주었고, 따뜻한 차를 한 잔 권하였다. 마치 고향에 온 듯,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듯했다.


독서 모임은 잘 갖춰진 순서와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간단한 체조로 몸을 깨웠다. 이후 본격적인 독서 모임에 나를 맡겼더니 책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각자의 인생 이야기로 흘러갔다. 모두 독서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바꾸려는 분들이었고,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분들이었다.


네다섯 명이 하나의 소그룹이 되어 가장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 신입회원인 나를 위한 배려였다. 이어서 본격적인 독서 모임으로 첫째,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감을 나누었다. 각자 책을 읽고 난 감상을 한 줄 평처럼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자연스레 각자가 가진 문제의식이 드러났다. 같은 책이어도 각자 집중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책에 대한 인상도 다르기 마련이다. 나는 구성원들의 간단한 소감을 들으면서 각자가 처한 문제가 무엇인지, 그래서 어떤 고민이 있는지를 추측해볼 수 있었다.


둘째,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을 음독했다. 이때는 각자의 생각을 덧붙이지 않고, 자신이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을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기만 했다. 신기했다. 그리고 또 신기했다. 처음에는 독서 모임에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데 집중하지 않고 서로 밑줄 친 부분을 소리 내어 읽기만 해서 신기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하고 보니 책 내용이 내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올라서 신기했다. 책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본격적으로 주고받기 전에 책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상기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었다.


셋째, 책을 읽고 깨닫고 삶에 적용한 부분을 나누었다. 이는 『인생의 차이를 만드는 독서법 본깨적』 이란 책에서 가져온 방법이다. 이 독서 모임이 전국적으로 있는 모임이라는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독서 모임을 만든 분이 쓴 책이 아닐까 싶다. 본깨적 독서법이란 저자의 핵심을 제대로 보고(본 것), 그것을 자기 언어로 확대 재생산하여 깨닫고(깨달은 것), 자기 삶에 적용하는(적용할 것) 책 읽기라고 한다. 따라서 셋째 과정이 이 독서 모임의 가장 핵심 과정인 듯하다. 이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각자의 삶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각자의 삶에서 희미하게 느끼던 문제 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책을 통해 드러나게 되고, 우리는 자기 삶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다. 나는 처음 보는 분들과 부쩍 더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분들의 인생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넷째, 소그룹 활동을 마무리하고 전체가 다시 모여 각 소그룹에서 나눈 이야기를 대표 한 명이 발표했다. 소그룹 활동을 한 덕분에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전체가 다시 모인 덕분에 다른 그룹에서 나온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덕분에 다른 그룹에 있는 분들과도 작은 실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섯째, 뒤풀이 카페.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의 독서 모임을 마치니 그대로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 책이 아니라 서로의 삶으로 풍덩 뛰어드는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13개월 아이의 아빠다. 아쉽지만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작별 인사를 건넨 뒤 서둘로 집으로 돌아갔다.






입이 있으니 물으면 되고, 발이 있으면 가면 된다. 입이 있어도 묻지 않고, 발이 있어도 가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나는 이제 우물 안 모범 개구리의 삶을 마치고 우물 밖 청개구리의 삶을 꿈꾼다. 이제 우물 밖이 두렵지 않다. 묻고 싶은 게 많고, 가고 싶은 곳이 많다. 설렌다. 인생은 설레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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