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가슴 떨리지 않는 꿈. 꿈 맞아?

내 내면의 목소리 찾기

by 책뚫기

내 나이 서른둘. 흔히 밀레니얼 세대라 부르는 M세대다. 모든 M세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꿈이 없다. 초등학생 때 “꿈이 뭐야?”라는 어른들의 질문에 나와 내 친구들은 직업으로 답했다. “선생님이요!”, “경찰관이요!”, “의사요!”, “소방관이요!” 우리는 우리가 보고 들어본 적 있는 직업을 꿈으로 삼았고, 열심히 공부해서 꿈꾸는 직업을 갖는 게 꿈을 이루는 거라 배웠다.


내 나이 스물셋에 교사가 되었다. 그때는 돈에 대한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시대가 되었고, 덩달아 아이들의 꿈도 ‘건물주’가 되었다. 또 한편으로는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이 등장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목표로 답한다. 선생님이 되고 나면? 경찰관이 되고 나면? 의사가 되고 나면? 소방관이 되고 나면? 건물주가 되고 나면? 공무원이 되고 나면? 직업을 ‘꿈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목표로 삼았던 나는 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설레지도, 벅차지도, 기쁘지도 않았다. 단 하나의 감정이었다. ‘다행이다… 실패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목표를 성실하게 해냈다. 결국 나는 사회 시스템의 훌륭한 톱니바퀴였고, 비로소 내가 훌륭한 톱니바퀴였다는 걸 알아차리고서야 내게는 꿈이 없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사회에 속았다는 느낌에 화가 났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는데 왜 이렇게 무망 하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진짜 나의 모습은 뭐지? 퇴직 후에 과연 나는 행복하게 살까, 아니면 더 무망 해질까?


나는 더는 사회가 요구하는 정답에 맞추어 살고 싶지 않았다. 정답 맞히기 식 삶에서 벗어나 내 내면의 목소리, 진짜 목소리, 진짜 나를 찾고 싶었다. 생애 처음으로 자기 계발서를 읽고, 자기 계발서가 하라는 대로 실천해보기 시작했다. 평소 일어나던 시간보다 1시간 먼저 일어나 물을 한 컵 마시고 체조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미라클 모닝) 하루에 6~7권의 책을 10쪽씩 읽고 눈에 꽂히는 문장들을 표시했다.(10쪽 독서법) 자기 전에는 눈에 꽂혔던 문장들을 다시 읽어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왜 이 문장이 내게 꽂혔을까?’ 떠오르는 과거, 생각들을 적었다.(꽂힌 문장 글쓰기) 두 달간 매일 실천하다 보니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발견은 내가 ‘소외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중학생 시절 경험한 학교 폭력과 고등학생 시절 경험한 입시 전쟁 때문인 듯했다. 나는 키가 작고 왜소하였으며 성적도 그냥저냥인 존재로 늘 약자였다. 그때 사회 시스템이 내게 내려준 정답은 ‘힘이 있으면 괴롭힐 수 있고 힘이 없으면 조용히 당해! 너는 힘이 없으니 당하는 쪽이야.’였다. 나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정답에 순응했다.


내 나이 서른둘. 끔찍했던 학창 시절을 나는 견뎌냈고, 교사라는 지위를 당당하게 얻어낸 지 10년이 지났다. 적어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만큼은 그런 끔찍한 학창 시절을 겪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교육 시스템이 학생의 자아실현보다 학생을 피고용인으로 양성하는 게 목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무척 힘들었다. 지금 아이들이 경험하는 학교 생활은 내가 경험했던 것만큼 끔찍한 학창 시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나를 괴롭혔다. 아마 이런 경험과 생각들이 쌓여 소외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나는 화를 느꼈던 모양이다. 시스템에 대한 분노. 그렇게 나는 ‘소외 콤플렉스’를 갖게 된 듯하다.


동전의 옆면에 대해 알게 되면서 교육 시스템의 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 대한민국 학교 교육 시스템이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적어도 (피고용인으로서의 역량을 함양함으로써)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교육 시스템이 아이들을 피고용인으로 세뇌한다고 나쁘게만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우리 사회의 합의는 ‘적어도 교육 시스템을 통해 아이들의 사회 참여 기회를 보장하라’는 거였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꿈이 없이 피고용인으로서만 길러지는 게 마음에 걸렸다. 우리 아이들은 나처럼 방황하지 않고 자기 길을 잘 찾아갈까? 결국에는 시험 성적에 맞춰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게 되지는 않을까? 아이들은 진짜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리며 살아갈까? 아이들 또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데만 몰두하지는 않을까?


꿈이란 하고 싶은 무언가(행위)고, 목표는 꿈을 위해 가야 하는 지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는 말에서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이 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도 나 만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을 찾고 싶었다. 나아가 나와 마주하는 아이들 또한 자신만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을 찾기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어설프지만 나의 꿈을 글로 정리해 보았다.


소외된 이의 숨겨진 목소리를 마중 나가는 일이 나의 꿈이다.


처음에는 꿈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는 사실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늦었지만 지금에라도 나의 꿈을 찾아가는 내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지 않나? 꿈을 꾸는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꿈을 꾼다는 건 가슴 뛰는 일 아닌가? 꿈을 꾼다는 건 가슴 벅찬 일 아닌가?


몇몇 성공한 사람들의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본 적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꿈이 있고, 목표가 있고, 목표를 달성하는 습관이 있다. 그리고 꿈, 목표, 습관에 대한 다짐을 수시로 외친다. 이를 ‘긍정 확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긍정 확언’을 하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볼 때 그들의 눈빛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 에너지의 진동이 얼마나 큰 지 덩달아 나의 가슴을 두근두근 울리게 한다.


나는 꿈을 꾸는 것도 정답 맞히기 식으로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사람이라면 자고로 꿈을 꾸어야 한다’는 정답에 갇혀서, 다시 그 정답에 나를 끼워 맞추고 있는 게 아닐까? 마땅히 해야 하는 그런 일 말고, 정말 내 가슴이 뛰는 일, 정말 내 가슴을 벅차게 하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은데…….


최근 『성과를 지배하는 바인더의 힘』 을 읽고 있다. 자신이 꿈꾸는 일에 성과를 내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는 책으로, 종이에 기록하는 일을 무척 강조한다. 그리고 그 기록을 바인더의 형태로 보관하기를 강조하는데 3pbinder.com 이란 사이트에서 관련 바인더 및 속지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3P 대표의 말이 눈에 확 띄었다.


우리의 사명은 개인과 조직의 의미 있는 성공을 돕는 것입니다.


부러웠다. 책의 저자가 곧 강규형 3P 대표인데, 강규형 대표는 바인더의 힘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한 사람이다. 꿈이 있다는 거도 부러운데 그 꿈을 이루는 구체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나아가 자신의 꿈을 향해 가다 보니 한 기업의 대표가 되어 있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인더 사업까지 하고 있을 테다.

하여튼 『성과를 지배하는 바인더의 힘』은 꿈과 비전을 세우는 거부터 일생 계획 · 연간 계획 · 월간 계획 · 주간 계획을 세우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나는 무엇보다 꿈과 비전을 세우는 부분이 솔깃했다. 어떻게 하면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꿈과 비전을 찾을 수 있을까? 10쪽 독서와 꽂힌 문장 글쓰기를 통해 나름 나에 대해 발견한 것들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책에서는 총 네 개의 징검돌(질문)에 답을 해가며 자신의 꿈과 비전을 찾아보라고 제안한다. 네 개의 징검돌은 다음과 같다.


Step 1. 당신의 일생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은?

Step 2. 당신이 평소 닮고 싶은 인물과 그 이유는?

Step 3. 당신이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상, 단어, 문구, 문장, 좌우명,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는 글귀는?

Step 4. 당신이 기여 · 제공하기를 원하는 대상이나 영역은? 당신이 기여 · 제공하기를 원하는 것은? 어떻게 기여하고자 하는가? 위의 3가지를 골격으로 하여 1, 2, 3 Step의 중요 단어를 선택하여 당신의 사명을 30자 내외로 작성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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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안내하는 징검돌을 따라 생각나는 대로 막 적었다. 처음에는 쓸 거리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나에게 참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프만 만지작거리며 한참 동안 멍을 때렸다. 그러다 번뜩! 한번 적기 시작하니 내 머리가 아닌 손이 멈추지 않고 무언가를 적어 나갔다. Step 3까지 멈추지 않고 적었다. 그제야 나는 내 손이 적어 놓은 글귀들을 읽었고, 그 글귀들을 참고 삼아 Step 4를 천천히 적어나갔다.


나는 특히 Step 2(당신이 평소 닮고 싶은 인물과 그 이유는?)를 적은 게 신선하고, 도움이 됐다. 정답 맞히기 식 삶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면서 만났던 유튜버, 저자들 중 부러워서 유독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었다. Step 2는 ‘나는 그들을 왜 부러워할까?’에 대한 답이었다. 부러워하는 이유는 곧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정리한 나의 꿈은 여전히 조악하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나은 듯하다.


독서 모임을 운영하여 방황하거나 소외된 이들의 둥지가 되어준다.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적절히 질문함으로써 그들이 ‘진짜 나’를 찾도록 돕는다.

항상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아간다.


세 문장을 적고 나서 솔직히 조금 설렜다. 내가 이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거 같다. 나는 여전히 나에 대해 잘 모르기에 앞으로 나의 꿈은 조금씩 바뀌거나 아니면 완전히 갈아엎어질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가슴 설레는 꿈을 꾸고 싶고, 그렇게 할 거다.












나의 소외 콤플렉스 관련 글 1

https://brunch.co.kr/@uguri5959/10


나의 소외 콤플렉스 관련 글 2

https://brunch.co.kr/@uguri59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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