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어떻게 할까?

논리적인 사고로 공감하는 방법

by 책뚫기

사람을 장난감으로 만드는 행위들. 비난, 조롱, 비웃음, 구타 등 비인간적인 행위들 이면에 부족한 공감능력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역이 성립하는 건 아닌데도 종종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비인간적인 사람, 인간성이 부족한 사람이라 섣불리 말하곤 한다. 그들의 생각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 능력이 있고, 따라서 공감 능력은 인간성의 기본 조건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즉 그들은 공감 능력이 타고난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나만 해도 대학생이 되어서야 공감 능력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몸이 성장하는 시기와 속도가 사람마다 다르듯, 공감 능력도 성장하는 시기와 속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또한 몸이 성장할 시기더라도 성장하려면 적절한 영양소와 수면이 필요하듯, 공감 능력도 성장하려면 적절한 조건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 치열한 입시 경쟁 구조 속에 살았는데, 이는 공감 능력이 발달하기에는 가혹한 환경이었다. 나아가 몸이 성장할 때 적절한 운동이 몸의 성장을 촉진하듯, 공감 능력이 성장하려면 적절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공감도 공부가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공감을 공부하여 나름대로 정리했다. 나처럼 공감을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있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먼저 공감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 나름대로 정리한 공감의 뜻은 다음과 같다.


공감이란 타인의 상황과 기분을 같이 느끼고 표현하는 일


그럼 공감은 어떻게 하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공감 방법을 단계별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상대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파악하기
② 상대의 감정 파악하기
③ 파악한 감정 표현하기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엄청 어렵다.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나의 감정을 알고 함께해주는 사람을 영혼의 단짝, 소울메이트라 부른다. 즉 소울메이트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위 세 단계가 자연스럽게 되는 사람을 말한다. 고작 세 단계만 잘해주면 소울메이트라 하는데, 왜 우리 주변에 소울메이트를 찾기 어려울까?

사실 1단계(상황 파악하기)부터 난관이다. 세상 사람 모두가 달변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려면, 상대가 중요하게 인식한 다양한 맥락을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과 있었던 일인지, 언제였는지, 어디였는지, 어떤 일이 어떤 순서로 일어났는지, 왜 일어났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상대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몇몇 맥락을 설명하지 않을 수 있고, 나 또한 상대가 한 말을 나의 맥락에서 해석하여 오해할 수 있다.

따라서 1단계를 하려면, 상대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도록 적절히 질문해야 한다. 상대가 어떤 사람과 있었던 일인지, 언제 있었던 일인지, 어디서 일어난 일인지, 어떤 일이 어떤 순서로 일어났는지, 왜 일어났는지 등을 풀어낼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다만 내가 상대의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지나치게 질문하면 상대 말의 흐름을 끊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1단계를 통과해도 더 큰 난관 2단계(감정 파악하기)가 기다리고 있다. 상대의 관점과 나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상대에게는 불편한 상황이 내게는 즐거운 상황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그런데 그게 왜 힘들어? 나는 좋을 거 같은데?"라고 하는 순간 공감은 끝이다. 그래서 2단계를 잘하려면 상대의 관점이 나의 관점과 다르더라도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 관점으로 상대가 처한 상황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처한 상황 속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기에 상대와 같은 감정을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비슷한 감정을 찾아내야 한다.

마지막 3단계다. 상대의 감정을 느끼거나 찾았다고 하자.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나는 분명 감정을 담아 표현했는데, 상대는 왜 영혼이 없다고 말할까? 3단계의 핵심은 상대가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다. 대게 상대의 표정이나 어조를 따라 하면 되는데, 거울 신경이 발달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세 단계가 자연스럽게 잘 되는 영혼의 단짝, 소울메이트.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소울메이트는 대게 나와 많은 생활 세계를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가정환경, 비슷한 직장 생활 등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 말이다.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가정환경과 비슷한 직장 생활 속 비슷한 판단을 할 것이다. 나아가 비슷한 생활 세계를 공유하고 있기에 감정 표현 방식 또한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 나는 이 때문에 소울메이트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울메이트를 기대하지는 않을 테다.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바라는 경우도 적지 않을 테다. 그만큼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찾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렇기에 상대가 속마음을 터놓을 때 1단계만 잘해도 충분하다. 상대가 그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조금씩 질문하는 거다. 그가 그의 속마음을 원 없이 풀어놓을 수 있게 마중물이 되어주는 거다. 그리고 그의 말을 수용하기만 하면 충분하다. 그의 말에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그랬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여주기만 해도 된다. 그의 말이 강처럼 흘러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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