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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통 Jun 29. 2023

불효자가 어버이날에 읽어본 책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를 읽고 - 늦은 기록

나는 이제 벌을 줄 사람이 없어졌다 - <엄마는 나의 프랑켄슈타인 中>


환자들은 대부분 주말이나 밤에 죽습니다라고 말하는 이 거짓말쟁이 의사야. - <민들레의 흰 머리칼 中>


정확히 작년 어버이날에 읽기 시작해서, 굉장히 금방 읽었던 기억이 난다. 1년 전에 책 속에 다양한 이별들이 나오는 모습을 보며, 불속성 효자인 나는 ‘좋네’하고 좀 가볍게 넘어갔다. 그리고 (그때도) 독후감을 쓰지 않고 내팽개쳐두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라고 하면 많이 12개월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진 않았다. 정확히는 11개월이 지났던 4월에 생각해볼 일들이 많이 생겼었다. 하나는 집안일, 하나는 퇴사. 180도까진 아니고 좀 많이 흔들리게.



시집의 표제가 ‘지구가 죽으면’인 만큼, 시집 안에서는 많은 죽음과 이별들이 일어난다. 따지고 보면 읽는 독자가 ‘달’이 되는 체험을 하게 하는 시집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달’은 지구를 공전하는데 지구가 사라진다면? 이과적으로는 잘 모르겠고, 아마 어딘가로 가는지도 모르게 빠르게 날아가지 않을까 싶다. 바라보는 이들도 없이.


그만큼, 읽는 내내 시집의 화자들에게서 ‘구심점’을 잃어버린 공전을 떠나는 듯한 허망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당장은 많이 어려울 거다. 허망한 이들이 저만치 안타까워 보이는 것은, 단순히 중심을 잃은 것이 아니라 그만큼 강력한 ‘구심점’이 있었던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 회사가 나를 힘들게 했던 것도 (아마 많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2년 반 동안 다니며 많은 것을 배우고, 좋았던 경험들이 있었던 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가 퇴사했을 때. 생활패턴이 완전히 달라지는 걸 보면서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 물론, 지금도 못돌아 온 건 내가 게으른 탓이다.


전에 읽었을 때 얕게, 중심에 대해 생각했다면 보다, ‘구심점’을 잃는 경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나’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반대로 보면 구심점‘들’ 사이에 내가 있는 것 아닐까. 하나의 구심점이 사라질 때마다 휘청이지 않을 수 있을까?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새로이 균형을 잡은 것이지, 이전과 같은 자세는 아닐 것이다.


읽고 나서 언젠가 나중에, 구심점을 잃게 되었을 때 너무 엇나가진 않길 바라게 되었다. 잘 돌아올 수 있길 바라는 만큼 다른 구심점들에도 많은 신경을 쓸 수 있으면 한다. 물론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구심점이 될 수 있음도 잊지 않고 그러길 바라면서.


- 2023051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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