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생인 내게 꽤나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었다. 80년생이 온다, 같은 제목의 책은 없었는데, 나는 초등학교 영어수업도 없었는데, 뭔가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다. 회사에서 이제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한참 주역으로 일하고 있으니 과연 그들과 나 사이에는 어떤 벽이 있을지 궁금했다.
표지가 꽤나 깜찍하고 글씨체도 둥글둥글, 가벼워 보이는 책이었는데 내용은 꽉 차고 은근히 어려운 세대론에 가깝다. 1990년생이 올해 딱 서른 살이 되니, 그들이 직업을 가지고 주 소득원이 있으며 사회의 주 소비층이 되는 지금 적절한 책인 것 같다.
저자는 현재의 청년층- 즉 90년생이 자라오면서 겪어온 사회적 이야기(2000년 후반 미국 모기지론 사태, 9급 공무원 선호,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사회, 모바일 기술의 발달)와 그들의 특징(간단, 재미, 병맛, 정직을 추구)을 주르륵 언급한다. 뒤이어 이들이 기업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지를 말한다. 회사에서 90년생을 어떻게 관리하고 미래의 주 소비층을 맞이하는 시장 지형의 변화를 말한다.
책은 길게 늘여 쓴 <트렌드 코리아> 느낌이다. 책을 읽다 보면 90년생 만의 특징보다는 현재 20~40대의 문화와 소비 양식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가 보인다. 그러니까, 이 책은 90년대생을 이해하려고 쓰인 책이 아니다. 지금 사회 트렌드가 어떻고 거기에 맞춰 뭔가 시도해보려는 이들에게 어울린다. 90년대생이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맞아, 우리가 이런 특징이 있지, 하면서 깨달음을 얻지는 않을 거란 말이지. 90년생이 책에 공감하는 게 아니라, 이 시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고민하는 책이다. 문유석 판사의 '변한 것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라는 말처럼 몇 년생, 무슨무슨 세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70, 80, 90년 대생들이 성인이 되는 길목에 뭔가 큼지막한 사건이 하나씩 있다는 것이다. 70년생은 민주화 운동, 80년생은 IMF와 인터넷, 90년생은 모기지론 사태와 아이폰 출시다. 이처럼 사회의 큰 변곡점이 우리의 생각과 사고의 뼈대를 바꾸었을지도 모르겠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더니 참 신기한 격언이 아닐 수 없다.
이제 00년생이 20살이다. 회사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친구가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참 신기하다. 10년 후에는 00년생이 온다, 진정한 밀레니엄 세대가 온다, 같은 책이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