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사고가 났다 그렇게 난 장애인이 되었다 (2/2)

PART 1. 여행자 이야기 4 - 나연이 이야기

by 북울림




몇 달 후부터 시각장애 학교에 다니기로 했다. 엄마와 함께 등굣길을 익히고 있었다. 집에서 조금 걸어가면 사거리에 세탁소가 나온다. 세탁소만의 따뜻한 향이 참 좋다.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걸어가면 내가 좋아하는 빵집이 나온다. 특히 새벽 6시 새어 나오는 크루아상의 고소한 버터 향기는 그저 황홀하다. 빵집을 지나가는 것은 나의 소소한 행복이다. 그 길로 120걸음 정도 걸어가면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가 나온다. 건널목을 건너서 100걸음 정도 걸어가면 향긋한 꽃집이 나오고 그 앞이 내가 다닐 학교다. 이러한 향기 덕분에 학교에 가는 길이 설렌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이나 가게가 쉬는 날에는 그 향기가 모두 사라지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가야 한다. 이 길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반복해서 연습해야 한다. 눈이 보일 땐 아무것도 아닌데 이제는 이렇게나 힘든 일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그땐 몰랐다. 그래서 이제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난 엄마를 생각하며 열심히 학교에 다녔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글자, 새로운 방식의 수업이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다짐하고 외친다.

“나연! 어쩌겠어? 해내야지 뭐!”

장애인 중에 선천성 장애인보다 나처럼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이 되는 비율이 더 높다. 이 사실만으로도 내가 장애 이해 교육 강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내가 느끼고 경험하고 변한 생각들을 잘 알려주면 된다. 이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겠다. 그리고 나를 이렇게 쓰이게 해 준 운명에 감사하다. 두 눈과 함께 세상의 빛을 잃었지만, 누구보다 큰마음의 눈을 얻고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단단하고 깊은 메신저가 되고 싶다.

우리는 언젠가는 신체기능이 노쇠해지고 반드시 장애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장애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장애에 대한 올바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문화는 우리 모두가 한 번은 누릴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애인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된다면 우리가 어떤 사고를 당해도 나라가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갖고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다. 그럼 법을 바꿔야 하네? 국회의원이 되어야 할까? 그래! 오늘 또 다음 목표가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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