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내가 이곳에 왜 있는지 궁금해?

PART 1. 여행자 이야기 3 - 채린이 이야기

by 북울림

"인생은 연습이 존재하지 않는 단막극이다.

인간은 누구나 단 한 번의 리허설도 없이 인생이라는 무대에 오른다.

모든 것이 처음이다.

정해진 대본도 없다."

-배철현의 『수련』 중에서





우리 엄마, 아빠는 매일 아침마다 나에게 아름다운 말로 사랑을 가득 주신다.

“채린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이야. 채린이가 있어서 정말 행복해.”

엄마, 아빠 덕분에 나도 내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정말 나를 사랑한다. 그래서인지 마음도 넉넉해진다. 평화롭고 활기찬 분위기를 좋아한다. 나로 인해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건 나에게 선물 같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기회가 주어지면 부끄러워하지 않고 늘 적극적으로 참여를 한다.

그런데 수업시간은 나에게 너무 힘든 시간이다. 수학 시간에 선생님이 칠판에 숫자랑 부호를 적고 설명을 해주시지만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엑스는 에이 분에 마이너스 비 플러스마이너스 루트 비 제곱 마이너스 에이씨.”

이게 무슨 말일까?

영어 시간도 외계어만 왔다 갔다 한다.

“라이언 룩 후즈 히어. 와러 스몰 월~드~”

뜻은 모르겠고 따라 말하기도 어렵다. 과학 시간엔 실험도 하고 다양한 그림도 보니깐 그나마 덜 지루한데 또 수학처럼 숫자를 쓰기 시작하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

“에프는 엠에이,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

사회 시간은 모둠별로 토론을 하고 탐구학습을 하다 보니 내가 숨어있을 시간이 없다.

“환경 문제와 특성, 이를 개선하는 실천 방안을 주제로 각 모둠별로 토의하여 포스트잇에 다양한 생각들을 적고 전지에 붙이세요. 그다음에……”

하지만 미술 시간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그리다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음악 시간에도 악기 소리도 듣고 음악도 감상하니 고개를 흔들며 리듬을 타게 된다. 특히 체육은 내가 항상 기다리는 행복의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오며 가며 친구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내 차례가 되기 전까지 친구들이 하는 걸 보면서 따라 할 수 있으니 나도 친구들처럼 잘하는 것처럼 보여서 좋다. 모든 수업이 체육 수업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보니 내가 왜 친구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해야 하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지? 비록 나에게 어려운 수업시간이었다고 해서 내가 의미 없이 보내진 않았다. 사회 시간에는 모둠원이 나에게 다양한 역할을 주었다. 포스트잇을 나누어 주는 역할, 포스트잇을 전지에 붙이는 역할, 찬성하는 모둠원과 반대하는 모둠원 이름을 적는 역할까지 맡으면서 모둠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고 참여할 수 있었다. 영어 시간에는 점차 알파벳에 익숙해지면서 동네에 있는 영어 간판에 적힌 알파벳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엄마에게 영어 간판을 읽는 방법도 자주 물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예전에는 오래 앉아 있어봤자 30분을 못 넘겼는데 이제는 한 번에 40~50분을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능력은 내가 나중에 직업을 가질 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에 이러한 능력을 기르는 연습은 나에게 매우 큰 배움이다.

그리고 난 쉬는 시간에 친구들을 보면서 내 나이에 어울리는 단어와 말투를 배웠고 상황에 따라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난 아직도 ‘뽀로로’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티니핑’ 노래를 불렀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친구들 덕분에 아이돌을 알게 되고, 아이돌을 사랑할 기회가 생겼다. 어제도 ‘뉴진스’ 뮤직비디오도 봤고 ‘BTS’ 춤도 따라 추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은 빨리 자라기 때문에 내가 교실에서 얼마나 자라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하지만 느리더라도 나의 속도대로 잘 자라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혹시 내가 보이거든 조금 더 잘 자랄 수 있게 작은 관심의 물방울을 뿌려준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고마워! 내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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