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여행자 이야기 2 - 승호 이야기
6시 30분, 알람 소리가 울렸다.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방바닥엔 온통 날카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엄마, 아빠는 그런 것이 없다고 한다. 내 발바닥에는 느껴진다. 그래서 날카로운 것들로부터 발바닥을 보호하기 위하여 난 항상 양말을 신는다. 조심히 암막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다. 오늘도 햇살이 기분 좋게 눈부셨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차가웠다. 얼른 창문을 닫고 거실로 나갔다.
6시 35분, 엄마 아빠가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승호야 잘 잤니?”
나는 인형을 보며 말했다.
“엄마 아빠 잘 잤니?”
그렇게 아침 인사를 하고 곧장 나의 루틴대로 책장에 갔다.
6시 40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을 꺼냈다. 바로 엄마가 읽는 잡지다. 잡지는 낱장이 얇아서 손으로 튕기면 소리가 예쁘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손으로 종이를 튕기면서 책의 아름다운 소리에 집중했다. 벌써 20분이 흘렀다.
7시 정각, 책을 책장에 꽂고 화장실로 향했다. 당연히 첫걸음은 왼발부터 시작했다.
7시 2분, 치약을 꺼냈다. 뚜껑을 열었다. 칫솔을 꺼냈다. 칫솔의 13/19 만큼 치약을 짰다. 뚜껑을 닫았다. 양치를 시작했다. 3분이 지났다.
7시 5분,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다.
7시 25분,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8시 00분, 식사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다.
8시 05분, 양치를 마치고 가방을 메고 아빠와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빠 손을 내 쪽으로 가지고 와서 29층을 눌렀다. 29층에 도착했다. 다시 아빠 손을 가지고 와서 1층을 눌렀다. 오늘따라 중간에 사람들이 많이 탔다. 초조했다. 생각보다 1층에 늦게 도착했다. 우리 집 현관이 보인다.
8시 8분이 아니라 8시 10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나는 급하게 뛰어서 버스정류장에 갔다. 저 멀리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출발하고 있었다. 머리가 뒤죽박죽 엉켰다.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아니야, 버스 아니야, 버스 아니야!”
아빠는 나를 다독이며 ‘괜찮아’ 그림카드와 ‘다음’, ‘버스’ 카드를 연달아 보여줬다.
8시 20분, 버스를 탔다. 문 쪽 자리가 내 자리인데 누가 앉아 있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중얼거렸다.
“내 자리야. 내 자리야. 문 쪽 자리, 내가 앉아야 할 자리.”
“승호야 오늘은 뒤에 가서 앉아보자.”
“아니야. 내 자리야.”
“뒤에 자리가 텅텅 비어있잖아. 뒤로 가자.”
“여기 내 자리, 내 자리”
내 자리에 앉아 있던 승객분은 따뜻한 미소를 보이며 자리를 양보해주었다. 나는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이 자리는 햇빛이 가득히 들어오는 자리다. 그래서 햇빛을 사랑하는 내가 앉아야 한다.’
9시 00분, 담임선생님이 등장하시면서 학교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매일 이러한 루틴대로 산다. 불편하지 않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 나에게는 더 불편한 상황이다. 나에게 루틴은 긴장을 완화해주는 안정제와 같다. 그런데……. 루틴이 깨진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