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특별하지 않은 내가 특별한 너를 만나다 (2/3)

PART 2. 동행자 이야기 5 - 통합학급 교사 이야기

by 북울림





사실 우리 반은 교과 선생님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반이다. 내가 느끼기에도 언제 다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아이들끼리 늘 갈등이 잦았다. 혹시 나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가 싶어서 열심히 ‘단합대회’도 해보았고 ‘마니또’도 해보았지만, 결과는 늘 서로를 탓하며 흐지부지되었다. 이 아이들을 데리고 곧 다가올 체육대회를 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 못해 겁이 났다.

드디어 기다리지 않던 체육대회 날, 역시나 우리 반 아이들은 반 티도 없이 체육대회에 참가했다. 종목 참석을 할 때마다 나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다행히 갈등 없이 대부분 종목에서 1회전 탈락을 했다. 그런데 24인 25각은 엉겁결에 1번만 이기고도 결승전에 진출했다.

‘신이시여 제발 아무 일도 없게 해주세요.’

나는 빌고 또 빌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아이들 몇몇이 다치면서 선수가 부족했다. 참가할 수 있는 선수는 민호……

‘민호? 될까?’

되고 안 되고는 없다. 무조건 참여해야 했다.

‘단합이 중요한 이때 민호가 참여한다니…… 이젠 끝났다. 얘들아, 제발 포기한다고 말해주렴……’

그렇게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발이 엉키고 곳곳에서 짜증 섞인 말이 나왔다. 고작 10m를 갔는데 가끔 욕 비슷한 게 나왔다. 앞으로 남은 40m 안에 주먹 다툼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 순간, 민호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전교생이 전부 멈춰서 우리 반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열심히 짜증 부리던 아이들도 모두 얼음이 되어서 민호를 바라봤다.

‘기쁨 선생님 어디 계시지? 아! 아까 다른 아이 화장실 지원해주러 가셨지? 그럼 어떻게 하지? 일단 애들한테 가자!’

내가 도착할 때쯤, 은석이가 아이들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얘들아, 우리가 이거 1등을 한다고 크게 좋거나 달라지는 거 없잖아?”

아이들이 하나둘씩 호응을 했다.

“응 맞아”, “그치 그냥 하라니까 하는 거지”, “기분이 조금 좋을지도?”

은석이가 이어서 이야기했다.

“민호가 왜 소리 지르는지 알지?”

“우리가 민호 옆에서 시끄럽게 싸우고 짜증 부려서 그런 것 같아.”

“맞아,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럼 민호를 안심시킬 때까지는 우리 모두 같은 편이 되어볼까?”

아이들 대화를 듣다가 살짝 감동한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래, 우리 반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럼 다 같이 민호 주변에 와서 민호가 안정될 수 있게끔 잠시 쉴 공간을 만들어주자.”

내 말이 끝나자 아이들은 묶인 발이 엉키고 넘어지면서도 민호의 보호막이 되려고 모였다.

“민호야. 우리 다 같이 숨을 크게 쉬어보는 거야. 숨을 들이마시고, 하나, 둘, 셋~ 숨을 뱉고 하나, 둘~, 다 같이 숨 들이마시고~ 숨 뱉고~.”

아이들의 숨소리와 민호의 숨소리가 하나가 되는 순간 민호는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도 서로를 바라보며 뿌듯함을 만끽하는 표정이었다. 이제 안심이 되었다. 아이들이 자리로 돌아갈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 나는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얘들아, 너희들이 아까 말한 대로 우리가 1등을 하든 그렇지 않든 달라지는 건 없어. 그렇지만 느리더라도 민호랑 함께 결승까지 도착한다면 기분이 너무 좋을 것 같은데……같이 가줄 수 있어?”

“그래!”, “좋아요!”, “가자! 가자!”, “야! 조용히 해! 쉿!”, “아 맞다! 민호 놀래지?”, “자~가보자~”

그렇게 아이들은 민호를 중심으로 서로의 박자에 맞춰 발걸음을 조율하며 천천히 결승점에 도착했다. 내 눈물처럼 모든 관중의 박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시상식에서 우리 반이 ‘베스트 팀워크 상’을 받았다. 늘 으르렁대던 아이들이 이런 상을 받았다는 게 꿈만 같았다. 어쩌면 내 교직 생활을 지탱해줄 하나의 기둥을 얻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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