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감탄 선생님~ 처음 연락드리죠? 저 지난번 연수 때 선생님 번호를 받아간 ㅇㅇ초등학교 특수교사 이기쁨이라고 해요."
"아~네 안녕하세요 선생님. 무슨 일로 전화를......"
"혹시... 워터파크에 가실 생각 있으세요?"
"아뇨... 딱히..."
"... 아직 메신저 쪽지 못 보셨죠?"
"네 정신이 없어서 못 봤어요."
"아~ 애들 현장체험학습으로 워터파크를 함께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이동 차량도 저희가 다 빌리고 간식도 다 준비할게요! 여자 아이들은 제가 다 케어할테니 걱정 마시고 저희랑 함께 가시죠!"
"아~ 현장체험학습이었군요? 놀랐어요! 갑자기 워터파크를 가자고 하셔서...."
"쪽지를 보신줄 알고 다짜고짜 물었네요 ㅎㅎㅎ"
"근데 왜 다른 초등학교랑 안 가시고 중학교인 저희랑 가시려고요?"
"그게... 우리 아이들이 작년부터 워터파크를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부모님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졸업하기 전에 꼭 가보고 싶다고요."
"네 그런데 왜 저희랑..."
"그게... 자폐를 가진 아이가 있어요. 이 아이랑 꼭 같이 가고 싶은데... 장애정도가 심해서 누군가가 몸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줘야만 워터파크를 이용할 수 있어요."
"네 그런데 왜... 혹시 남자아이예요?"
"네 맞아요... 그런데 올해 선생님이 딱 오신 거예요! 길하나 건너면 있는 중학교에! 남자 선생님이! 완전 럭키비키잖아요!! 딱! 선생님 저 보여요? 지금 중학교 쪽에 손 흔들고 있는데! ㅎㅎㅎ"
"안 보이지만 보이는 것 같네요. 그럼 그렇게 할게요~"
"ㅎㅎㅎ 워터파크라 관리자분이 허락해줘야 하니 오전 중에 물어보시고 결과 말씀해 주세요. 그럼 제가 현장체험학습 계획서랑 일정 정리해서 보내드릴게요! 혹시 아이들 간식을 더 사주실 거면 그것만 더 품의해주세요. 그리고 걱정 마세요. 제가 선생님학교 여자애들 4명과 우리 애들 6명을 모두 케어할테니 그 아이만 챙겨주시면 돼요!"
"네~ 연락드릴게요~"
걱정됐다.
이 아이의 특성도 모르고 장애가 심하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공격행동이 있으면 중재할 방법도 생각해야 하고, 물놀이기 때문에 안전문제도 고려해야 하는데...
걱정한다고 딱히 방법은 없었다.
그냥 기쁨 선생님만 믿기로 했다.
아이들과 워터파크에 갔다.
인지 능력이 낮고 상동행동이 많은 자폐 성향이 짙은 아이였다.
"정규야~"
정규는 남자 선생님을 처음 봤는지 본인을 부르지 않아도 신기한 듯 가까이에서 보고 자기 일 하다가 또 눈앞까지 와서 관찰을 하며 나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었다.
안전하게 물놀이를 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화장실을 많이 데리고 갔다.
"감탄 선생님! 진짜 고마워요! 내가 혼자 아이들 데리고 나가서 다른 아이들을 두고 정규 화장실 보내려면 정신이 하나도 없거든요. 근데 오늘 정규가 화장실을 원 없이 가네요!"
"저도 그래요. 울 유진이 화장실을 보내는 것 때문에 현장체험학습을 간다는 게 쉽지 않아요. 앞으로 같이 다니면 좋겠어요!"
"네 선생님! 내년 현장학습은 같이 계획해 보죠!"
학교란 곳이 그렇듯,
특수교육에서도 남자교사가 희소하다.
그래서 여중에 발령받은 건 생각할수록...... (궁시렁 궁시렁....)
학교에 가면 남자교사들이 귀하다는 이야기를 학부 때부터 들었다.
신규교사 연수나 지역교육청의 연수를 가면 여자 선생님들이 항상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그 관심이 풋내기 남교사에 대한 관심인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쓸모...
'번호를 따가신 이유가 그거였구나?'
유전적으로 보면, 남자아이가 여자 아이보다 장애가 있을 확률이 높다.(성염색체 XX, XY의 완전성과 관련...)
일례로 이 지역 중학교는 여중 1개와 남중 1개만 있다.
우리 학교 특수학급 학생이 4명인데, 남중의 특수학급 학생이 17명이다.
이것만 봐도 특수학급에는 남자아이가 많을 것이라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같은 성별인 남자 교사들도 많이 필요하다.
특히 힘을 많이 써야 하는 경우가 많고 신변처리도 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드라마에는 항상 묘한 복선을 깔아둔다.
왠지 오늘이 앞으로 남자 특수교사로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알려주는 복선처럼 느껴지긴했다...
'그래도 오늘 가치 있게 잘 쓰였지 않는가?'
그러니~ 계속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