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다능인'이었거나, ‘다능인’이 됐거나

by 북울림

스스로의 모습에 충실하라

그 모습을 사랑하라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사랑할 것이다


- 『미라클모닝』 할 엘로드. 한빛비즈.





특수교사인 나와 아내는 참 많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레크리에이션 자격증, 마사지 자격증, 음악줄넘기 자격증, 종이접기 자격증, 보치아 심판 자격증까지.


그 시절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학교 현장에 와 보니,

이런 자격증보다 더 절실한 것이 있었다.


직업 능력!


결국 우리도, 먹고살기 위해 직장을 다니고 있다.


물론 건물주, 배당투자자, 사업가, 크리에이터라는 길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 역시,

결국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우시다면 고민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그런 가정은 많지 않다.


나는 임용 전,

독서실에서 3년간 하루 14시간씩 공부하며 ‘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교실에서의 나의 직업 능력은,

그렇게 탄탄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교육청과 선생님들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현장에 들어온 특수교사들은 조금씩 직업 능력을 쌓아간다.


그래서 이제 나는,

바리스타이자,

제과제빵사이자,

목수이자,

쌈채소 농부이며,

플로리스트이자,

토탈공예가이자,

요리사다.


우리 아이들 덕분에,

나는 그렇게 ‘다능인’이 되었다.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고,

갓 구운 빵 냄새로 교실을 채우고,

직접 기른 채소로 아이들과 요리를 하며,

가족을 위한 따뜻한 식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아이들을 위해 또 새로운 무언가를 배운다.


아이들의 건강한 자세를 위해,

쫄쫄이 운동복을 입고 당당히 여자 강사님께 필라테스를 배운다.


아이들 마음의 고요를 위해,

명상을 공부한다.


즐거운 체육 수업을 위해,

방학 동안 4박 5일 뉴스포츠 합숙 연수를 다녀온다.


자기 결정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다이어리 계획표를 연구하고 직접 실천해 본다.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소설을 쓰기도 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결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특수교사는 스스로 다능인을 추구한다.


그러니 학교에서 특수교사를 마주치게 된다면,

가볍게 이렇게 말해주시길 바란다.


“애 많이 쓰시네요.”


그 한마디면, 다시 하루를 살아낼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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