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 글쓰기]의 3 대장(르포 인터뷰 칼럼) 중 마지막, 칼럼 시간입니다
칼럼(column)의 사전적 의미는 ‘신문 잡지 등에서 시사, 사회 풍속 등을 촌평하는 글, 또는 그 기고란(寄稿欄)’ 정도입니다.
저널리스트의 칼럼은 ‘저널리스트의 관점(觀點∙point of view)이 담긴 글’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각 언론사보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1) 현장 취재를 하는 젊은 저널리스트의 칼럼(현장 칼럼, 기자 칼럼, 기자의 눈 등)
2) 차장급 데스크의 칼럼
3) 부장급과 논설위원의 칼럼
4) ‘○○○ 칼럼’이라고 간판 달린, 저널리스트 이름이 걸린 기명(記名) 칼럼 등이 있습니다.
TMI(Too Much Information∙너무 과한 정보)일 수 있는데 칼럼을 쓰는 저널리스트 사이에는 ‘내가 취재하거나 내가 담당하는 분야의 이야기를 칼럼으로 쓰고, 다른 분야는 침범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 담당 논설위원의 경우 경제와 정치가 만나는 지점의 이야기를 칼럼으로 다룰 수 있지만, 정치 담당 논설위원이 100% 다루는 정치 이야기를 쓰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경제 담당 논설위원이 A라는 정치적 사건을 칼럼으로 꼭 쓰고 싶다면, 그 사건의 경제적 의미나 효과 등에 대해 써야 하는 것이죠.
[저널리스트 글쓰기-칼럼]에 대해 가장 핵심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생각해야 관점이 생긴다]입니다.
칼럼을 쓰려면 ‘나의 관점’이 있어야 하는데요, 그 관점은 그냥 생기거나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접할 때마다, 누구를 만나 대화하고 인터뷰할 때마다,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보면서 ‘나의 관점’을 생성해 가야 합니다.
[저널리스트 글쓰기]에서 기본이자 기초인 스트레이트, 3 대장인 르포 인터뷰 칼럼을 각각 분류해서 말씀드리고 있는데요, 실제로는 서로 연결되는 경우가 아주 흔합니다.
예를 들어 인터뷰를 하다가 ‘스트레이트거리’(스트레이트로 쓸 만한 뉴스)가 나오기도 하고, 르포 취재 갔다가 인터뷰로 따로 소개할 만한 ‘뉴스 인물’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취재 과정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나의 관점’이 생기면 그것이 곧 ‘칼럼’이 됩니다.
[저널리스트 글쓰기-르포 : 현장을 정직하게 담아라 2]에서 소개했던 [파나마운하 개통 100주년 르포] 기억하시나요. 그 현장 르포를 통해 아래의 인터뷰를 썼고, 그 인터뷰를 통해 다음의 칼럼을 썼습니다.
인터뷰
“파나마 국민들은 운하가 미국 관리하에 있던 85년(1914∼1999년) 동안 분단국가, 식민국가에 사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나라 안에 다른 나라가 들어와 있는 듯한 불쾌한 감정이었죠.”
(2014년 8월) 7일(현지 시간) 파나마시티에서 만난 미겔 로드리게스 파나마운하청 감독관위원회 위원장(56)은 ‘파나마 운하 100년’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미국의 운하 관리 지역은 철저히 미국법이 적용됐다. 파나마 국민이 미국 관할 구역에서 법을 어기면 파나마 법정이 아닌, 미국 법정에 서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99년 파나마 운하가 파나마 소유가 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로드리게스 위원장은 운하청 간부 중 입지전적 인물이다. 17세에 견습공으로 입사해 2년 뒤 파나마 최고 인기 직업 중 하나인 ‘파나마 파일럿(운하에 들어온 배를 이끄는 도선사)’이 되기 위해 미국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 최고참 파일럿 중 한 명인 그는 현재 파나마 운하 통행 검사의 총괄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파나마가 운하를 직접 운영한 지난 15년간 무엇이 달라졌나.
“파나마로서는 15년간 수입이 85년간 수입보다 많다. 지난해(2013년) 운하 수입 24억 1000만 달러(약 2조 4900억 원)는 2001년(5억 8000만 달러)의 4배에 이른다. 반면 각종 사고는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런 변화 덕분에 운하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아졌다.”
―태평양과 대서양 쪽 수문을 추가로 만드는 ‘제2의 파나마 운하’ 공사가 진행 중이다. 53억 달러(약 5조 4900억 원)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운하청 내에 ‘60명의 대국민 소통팀’을 2005년에 구성해 1년 넘게 가동했다. 나도 멤버였다. 새 운하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갔다. 학교 회사 신문사 방송국은 물론이고 해외로도 갔다.”
―그래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세력이 있지 않았나.
“그런 세력과 공개 대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그들이 정치적 주장을 할 때 소통팀은 구체적 수치와 사실을 제시하며 국민을 설득했다. 정치색은 철저히 배제했다. 고객인 국민이 이 프로젝트를 ‘사도록(지지하도록)(buy)’ 만들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만 생각했다. 그 결과 2006년 찬반 국민투표에서 78%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칼럼
“한국 정부는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많은 반대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국민을 설득하고 반대파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기자)
“진실을 말하세요.”(위원장)
질문은 길었지만 대답은 간단했다. 파나마운하 개통 100주년(2014년 8월 15일)을 맞아 (2014년 8월) 7일(현지 시간) 파나마시티에서 만난 미겔 로드리게스 파나마운하청 감독관위원회 위원장. 그와의 2시간에 걸친 인터뷰는 ‘국민 설득 방법론’으로 귀결됐다. 파나마는 53억 달러(약 5조 4600억 원)가 드는 ‘제2운하’를 건설 중이다. 로드리게스 위원장은 2005∼2006년 이 사업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60인의 대국민소통팀’에서도 일했다. 그의 조언에서 몇 가지 특징이 읽혔다.
첫째는 진실이다. 객관적 수치와 구체적 사실로만 접근했다. 그는 “새 사업에 얼마의 비용이 들고, 완공이 되면 얼마의 이익이 있는지를 전문적 분석과 수치로 상세하게 설명했다”며 거짓말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철저한 준비. 그는 “태스크포스 60명은 신뢰를 주는 인터뷰 화법, 프레젠테이션 기법까지 교육받았다”고 말했다. A4용지 500쪽이 넘는 설명 자료가 만들어졌고 3개월마다 업데이트됐다. 그는 “공허한 주장만 하는 반대파 정치인들은 완벽히 준비된 우리를 이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셋째, 분명한 책임감. 대국민소통팀이 운하청 직원만으로 구성된 이유였다. 이들은 1년 넘게 국내외를 누비며 ‘제2운하의 건설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이유로 정체불명의 위원회가 등장하는 한국과 대조됐다.
파나마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4∼10%(평균 7%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중남미의 홍콩’으로 불리는 나라다. 그러나 아직은 한국보다 못 산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에야 1만 달러를 넘었다.
한국 정부는 그런 ‘작은 나라’ 파나마보다 더 분명한 책임감을 갖고, 철저히 준비해서, 진실만을 말하며 국책사업을 펴 왔는가. 최근 10여 년 새 60∼80층의 초고층 건물이 여기저기 들어선 파나마시티를 떠나며 든 생각이다.
[저널리스트 글쓰기-인터뷰 : 준비한 만큼 듣게 된다 2]에서 추석 연휴 직전 수강생들에게 내줬던 과제[내가 감사한 사람(엄마 아빠 등등)과 ‘감사’를 주제로 인터뷰한 내용을 인터뷰 기사 형식으로 쓰시오]도 기억하시나요.
이런 과제 하나도 별 의미 없이 즉흥적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감사(感謝)라는 키워드는 제가 저널리스트 활동을 하면서 간직하게 된 중요한 관점 중 하나입니다.
노트북 컴퓨터에 ‘감사’라는 폴더를 하나 만들어놓고 감사와 관련된 사건이나 일화, 주요 인물의 감사 관련 코멘트 등을 차곡차곡 모아놓습니다. 그러다가 시사 이슈 중에 감사와 연결되는 사안이 있을 때 그 폴더를 열어 ‘감사에 대한 칼럼’을 구성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감사 칼럼' 중 하나입니다. 국제 담당 데스크였던 2018년 8월에 쓴 것입니다..
감사하는 나라 감사하는 사람
태국은 출장 몇 번 가본 게 전부다. 어떤 나라인지 잘 모른다. 그런데 최근 CNN에서 본 30초짜리 ‘감사(感謝) 광고’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동굴에서 조난당한 10대 축구부원 12명과 25세 코치가 17일 만에 모두 구조된 데 대해 고마움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다이버, 엔지니어, 의사들로 구성된 다국적(구조)팀. 그들이 해냈습니다. 인간에 대한 최고의 사랑으로요. 세계가 하나입니다. 온 나라가 한마음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태국 국민 일동.”
구조활동에 참여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영국 캐나다 등 23개국 국기를 빠짐없이 담았다. 태국관광청이 제작한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태국민들은 “국제사회 지원에 정말 감사드립니다”라는 댓글을 남기고, 다른 국가 사람들은 “태국이 얼마나 예의 바른 나라인지 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나의 감사가 또 다른 감사로 이어지고, 새로운 호감을 낳고 있다. 기자도 “태국은 어떤 나라냐”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다른 건 몰라도 “감사할 줄 아는 나라 같다”고 대답하겠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남침에 대한민국은 급히 구조를 요청했고, 유엔은 그에 부응했습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터키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 에티오피아 벨기에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룩셈부르크 16개 나라 용사들이 이름도 위치도 몰랐던 한반도에 오셨습니다. 용사들은 죽음을 불사하며 전선에 뛰어드셨습니다.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는 결코 잊지 못합니다.”
6·25전쟁 정전협정 65주년을 맞은 지난달(2018년 7월) 27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 기념사. 태국 동굴소년을 구조한 23개국 중 한국이 있고, 6·25전쟁 참전 16개국 중 태국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마치 ‘크고 작은 감사의 끝없는 윤회(輪廻)’ 같다. 참전용사 중 3만 8000명이 목숨을 잃고, 1만 명 가까이 실종되거나 포로로 잡혔으며, 10만 3000명이 다친 몸으로 귀향했다고 이 총리는 소개했다.
닷새 뒤인 1일(2018년 8월 1일) 북한에서 미군 수송기로 이송돼 온 6·25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의 송환식이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서 거행됐다. 유엔군사령부 주관으로 의장대 사열과 21발의 예포 등 국가원수급 예를 갖춰 진행됐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감사의 마음이 충분히 담겼는지 모르겠다. 혹시 귀한 손님 떠난 뒤 아쉬움은 없었는지 꼼꼼히 챙겨봐 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지난 65년은 기적이었고, 그 기적의 터전은 참전용사 여러분이 만들어 주셨으니까’(이 총리 기념사) 더욱 그렇다.
이 글을 쓰면서 감사의 반대말이 뭘까 생각해 봤다. 내 나름대로 찾은 답은 ‘당연(當然)’. 당연하다고 여기면 감사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을 잘 입히고, 잘 먹이고, 잘 재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아빠 엄마,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경비원 아저씨가 경비 잘하는 게 당연하고, 청소부 아줌마가 청소 깨끗이 하는 것도 당연하고, 군인 경찰 소방관이 목숨 걸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조차 당연하게만 여기면 어떤 감사도 마음속에 움트지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일은 줄어들고, 감사한 일이 많아지면 당신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 창업자 허브 켈러허의 유명한 경구(警句)는 국가에도,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나라든 사람이든 적어도 실패하지 않으려면 감사하고, 또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