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십니까? : 키워드 자기소개서 쓰기 5

by Newfifty

25년 6개월 간 저널리스트(기자)로 일한 경력을 토대로 대학에서 산학협력중점교원(비전임) 자격으로 미디어 글쓰기 관련 강의를 1년 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후 다른 대학에서도 언론사 입사 등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 차원의 특강을 몇 차례 했습니다. 그 소중한 경험을 ‘미디어 글쓰기 강의 노트’ 연재를 통해 간직하고 공유하고 싶습니다.




지금 읽고 계신 [미디어 글쓰기 강의 노트]에 대해 이렇게 소개드렸습니다.


나름 치열하게 저널리스트의 삶을 살았지만 제 얘기가 이미 철 지난 것일 수도 있고, 심지어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I might be wrong)는 것을 압니다.


다만 [미디어 글쓰기 강의 노트]가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오늘은 오리엔테이션(OT)과 ‘키워드 자기소개서 쓰기’를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OT 내용을 반복해서 말씀드리는 이유는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미디어 글쓰기는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쓰기’와 같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저널리스트인 내가 유명인 A를 혼자 만나 인터뷰했다고 합시다. 내가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은 나밖에 모릅니다. 그의 표정, 그의 분위기, 그가 한 말의 미묘한 뉘앙스(nuance) 등을 모두 나만 압니다. 그 인터뷰 자리에 없었고, 그래서 당연히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독자에게 그와 나눈 이야기 중 핵심 내용을 글로 묘사해 전달해야 합니다. 구체적이고 생생하고 친절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전해질 수 없습니다.

그런 미디어 글쓰기를 잘하려면 2 GL(Good Listener + Good Lead)를 기억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먼저 ‘Good Listener(굿 리스너∙잘 듣는 사람) 되기’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재료를 모으는 자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말이 너무 많거나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저널리스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널리스트가 말이 너무 많거나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면 상대방(취재원, 인터뷰 대상자 등)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듣고 싶은 말만 들어서도 안 되고, 듣고 싶은 말을 하도록 유도하거나 강요해서도 안 됩니다. 그가 속 깊은 이야기를 스스로 털어놓고 싶도록 호응하고 질문하고, 기다리고 인내해야 합니다.

모 대기업의 소규모 계열사 대표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이른바 ‘뉴스거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1시간 넘게 질문하고 호응하며 대화하던 중에 그가 무심코 ‘큰 뉴스의 단서’를 언급했습니다. 그 대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산업계 전반에도 파급력이 꽤 있을 만한 사안이었습니다. 우연히 들은 그 내용을 토대로 추가 취재를 한 결과 의미도 있고 파장도 큰 기사를 보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대표의 말을 가로막거나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강요했다면 절대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들이 ‘잘 듣는 것이 좋은 글쓰기의 토대’라는 확신을 만들어 갔습니다.

Good Lead(좋은 첫 줄) 쓰기’는 좋은 글을 쓰는 방법론입니다. 미디어 글쓰기에서 좋은 시작은 반(半)이 아니라, 전부(全部)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습니다. ‘내 글을 어떻게 시작하고, 무엇으로 시작할까’를 늘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면 글쓰기가 편해지고 좋은 글도 많아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예를 들어 유명인 B를 인터뷰했는데 그가 한 말 중에 뉴스거리가 되는 사안이 ① ② ③ ④ ⑤ 다섯 가지라고 합시다. 저는 주니어 저널리스트 시절엔 그 다섯 가지를 다 취재해서 수첩이나 노트북에 적어놓은 뒤 다시 읽어보며 ‘어느 것을 리드(첫 줄 도입부)에 쓸까? ③이 좋을까, ⑤가 좋을까?’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고민이 깊어져 마감시간에 늦어서 혼이 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리드 쓰기의 중요성을 숙지하고 체득한 뒤에는 인터뷰를 하면서 ‘아, 지금 말한 ②는 훌륭한 리드(Lead)감이다’ ‘아니다. ⑤가 내용이 더 좋고 임팩트(impact)가 더 크다. ⑤를 리드로 하고, ⑤를 뒷받침하는 내용인 ②를 이어서 쓰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리드가 될 내용은 따로 별표를 하거나 표시해 둡니다. 좋은 리드가 빨리 정해지면 글 쓰는 시간과 노력이 크게 절약됩니다.

미디어 글쓰기의 역삼각형(▼) 구조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신문 기사나 방송 리포트 모두 제한된 공간, 제한된 시간이란 구조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내용을 가장 먼저 써야 합니다. 그래서 역삼각형(▼)입니다. 공간이나 시간이 부족하면 글의 아랫부분을 자르거나 편집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Good Lead(좋은 첫 줄) 쓰기’는 역삼각형(▼) 구조의 특성과 연결돼 있습니다. ‘제목이자, 주제이고, 손님(독자 또는 시청자)을 부르는 강렬한 손짓’인 핵심 내용을 리드에 쓰지 않고, 글의 맨 뒷부분에 쓴다면 공간이나 시간 제약이 발생할 경우 홀연히 사라져 버릴 수 있으니까요.


자기소개서 쓰기에도 지금까지 요약해 드린 내용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자기소개서야말로 일기가 아니라 편지'여야겠죠. ‘나(지원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채용 담당자 등)에게 나의 장점 매력 성장가능성을 알려야 하는 짧은 편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삼성 현대차 SK LG 같은 대기업에선 자기소개서가 어느 정도의 비중과 영향력을 갖는지 잘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를 뽑는 언론사에선 채용 전 과정을 따라다니는 자료입니다.


서류 전형에서부터 실무 면접이나 실무 평가, 그리고 당락을 결정하는 최종면접에까지 자기소개서는 중요한 평가자료이자 기초자료입니다.

또 자기소개서는 1) 지원자의 글쓰기 실력 ‘첫인상’을 좌우하고 2) 그 문장 하나하나가 면접의 주요 질문이 됩니다.




(리뷰)

‘자기소개를 위해 하고 싶은 얘기는 너무 많은데, 그걸 고작 3개의 키워드로, 각 300자씩 쓰라니 나 보고 어쩌라는 것인가?’라는 글쓴이의 고민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걸 해내야 하는 것이 글쓴이가 선택한 ‘저널리스트(기자)의 삶’입니다. 각 200자로 더 줄이라고 하면 그에 맞게 줄이고, 500자 1000자로 늘려야 한다면 늘릴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글의 구성이 늘 역삼각형(▼) 구조여야 합니다.




‘3대 키워드 자기소개서’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 욕심낸 한 학생에게 이런 조언을 했습니다.


위 리뷰에서는 ‘300자 분량을 500자 1000자로 늘릴 수도 있어야 한다’고 썼는데요. 마감시간에 늘 쫓기는 미디어 현장에서 그렇게 하려면 ‘1000자 분량의 글’을 미리 써놓고 있어야 합니다.


즉 역삼각형(▼) 구조로 1000자 분량을 써놓고, 300자만 필요하면 가장 위에 있는 리드 부분 300자만 보내면 됩니다. 500자가 필요하면 위로부터 절반까지를, 1000자가 필요하면 역삼각형(▼) 전체를 보내면 되는 것이죠.


‘키워드 자기소개서 쓰기’ 연습하실 때 각 키워드 별로 표현할 내용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고 친절하게 역삼각형(▼) 구조로 충분히 1000자 이상 써보시길 권합니다.


그다음 그 내용을 500자로도 줄여보고, 300자로도 줄여보는 연습을 하시면 좋습니다.


고심하며 쓴 내 글을 스스로 줄이고 잘라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내 글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역삼각형(▼) 구조를 체화하는 연습을 하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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