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바통 터치

치사랑 '자랑거리' 글공모 입상

by 책읽는 조종사

육아휴직 바통 터치

아내와 바통 터치했다. 아내가 먼저 달리고 그 뒤를 이어 내가 뛴다.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돌보는 중이다. 어느덧 1년의 육아휴직 끝물에 다다랐다. 운동장을 거의 다 돌고 생각해보니 그저 감사한 순간들로 가득했다. 만약, 육아휴직급여가 없었더라면 휴직을 쓰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으리라. 육아휴직급여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아내의 복직을 앞두고 아픈 아이를 온전히 양육하기 위해 고민 끝에 육아휴직을 결심했다.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고 싶었다. 나중에 후회가 되지 않도록. 그렇게 육아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아이는 희귀질환인 다지증을 가지고 태어났다. 여분의 손가락 절단 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 검사에서 폐동맥 협착증과 폐쇄부전을 진단받았지만, 다행히 큰 문제 없이 건강하게 자라 주었다.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수술 흔적도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 양 손가락 크기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는 분주하면서도 행복하다. 아이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에너지가 많다 못해 넘쳐흐른다. 남들보다 빨리 뛰는 심장이 한몫하는 걸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혹여 아빠와 떨어지는 걸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신나게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낯가림 없이 친구들과 어울리고, 선생님 품에서도 환하게 웃었다. 감사한 게 하나 더 늘었다.

평일 아침, 어린이집 선생님께 바통을 건넨다. 하원 후에는 어머니 댁으로 아이를 데리고 간다. 바통은 이제 어머니의 손으로 넘어간다. 할머니와 함께하는 놀이 시간, 아이는 한껏 들뜬다. 모두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아이를 돌보기에 아이는 사랑과 관심 속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어머니께 홍삼 한 통을 선물했다.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니까.

저녁이 되면 바통을 넘겨받아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 엄마가 퇴근할 시간이다. 집에 돌아온 아이는 엄마 품에서 잠들 때까지 논다. 일하고 돌아오면 피곤할 법도 한데 아내는 아이와 신나게 어울리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바통을 이리저리 주고받다가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에게 바통을 넘긴다. 아이는 쪽쪽이라는 바통을 이리저리 가지고 놀다가 행복한 얼굴로 꿈나라에 빠진다. 행복하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이.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감정이다. 가정이 주는 행복이 이토록 벅차게 다가올 줄이야. 복직한 후에도 일에 치이지 않고 가정을 더 단단히 지켜나갈 것이다. 아이와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사랑을 듬뿍 나누리라.

아이의 수술도 무사히 마쳤고, 제주에서 육지로의 이사도 잘 끝냈다. 감사로 가득했던 한 해를 보내고, 푸른 뱀의 해를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했다. 조종사로서, 푸른 뱀에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다. 아이에게 이어받은 바통을 단단히 쥐고 안전 비행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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