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회 한민족통일문화제전 경남도지사상(수필)
독수리 오형제의 꿈
아버지는 군인이셨다. 친구들과 군 관사를 뛰놀며 군부대를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친구들과는 나중에 커서 함께 나라를 지키자고 약속했다. 독수리 오형제처럼 함께 자란 우리는 전부 해군으로 복무했다. 장교, 부사관, 해군병으로 입대하여 어릴 적 약속을 지켰다.
우리가 군대에 갈 때 즈음엔 당연히 통일이 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다. 군대도 자원입대로 바뀌어 있을 줄만 알았다. 통일이 되면 지금보다 나라가 커져서 지켜야 할 국경과 면적이 넓어진다. 자연스레 군대의 역할이 커지는 게 당연하다. 우리는 통일된 나라를 우리 손으로 지키자는 약속을 했다. 시간이 흘러 아직 통일은 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약속을 이행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중이다.
친구들이 먼저 차례차례 입대했다. 아버지 따라 자연스레 모두가 해군이 되었다.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부사관으로 임관한 친구, 대학을 다니다가 해군병으로 입대한 두 친구, 그리고 도중에 진로를 부사관으로 정하여 임관한 친구까지, 나를 제외하고 먼저 입대했다.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니 어서 입대해 친구들과 함께 복무하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장교로 임관하여 독수리 오형제의 꿈이 마침내 이루어졌다.
통일된 나라를 함께 지키자는 포부는 그대로였으나, 통일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가슴 한편에 지닌 채 군 생활을 이어갔다. 친구들과는 종종 약속을 잡고 만났다. 진해에서, 평택에서, 동해에서, 사는 곳과 근무하는 곳은 달랐지만, 시간과 휴가 일정을 맞추었다. 만나서 군대 이야기뿐 아니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해군 유치원에서 뛰놀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우리의 가슴 속엔 말하지 않아도 일맥상통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선이 우리에게 있는 듯했다. 같은 유치원, 학교, 그리고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우리는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했다. 친구들과 함께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건 어릴 때나 커서나 똑같았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무언가가 우리 안에 있었고, 우리는 그 추억을 공유하고 있었다.
지금은 나 빼고 전부 전역했다. 한 친구도 국방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모두 이행했다. 부사관으로 임관한 두 친구는 7년의 군 생활의 종지부를 찍었고, 가장 늦게 임관한 나는 어느덧 8년 차가 되었다. 시작은 가장 늦었으나 가장 오래 남아 있다. 함께 나라를 지키자는 독수리 오형제는 꿈은 이루었고, 이제는 각자 자신과 약속한 인생을 살기 위해 날개를 활짝 펼치는 중이다.
친구들이 입대하고 전역하는 그날까지 통일은 요원했으나, 지금도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은 그대로다. 간혹 만나는 술자리에서도 언제쯤 통일이 될는지 대화 주제를 옮겨가곤 했다. 군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사회에 나오니 사회가 더욱 어렵다는 말을 주고받는다. 자영업자가 된 친구들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통일이 된 초기엔 사회는 더욱 혼란스럽고 어려움이 잇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통일을 지향하는 바는 강건한 통일 대한민국을 바라기 때문이다. 통일이 되어 안정화시기를 거치고 나선 물적, 인적 자원이 풍부해져 나라가 점점 강대해지리라 확신한다.
우리나라는 결국 통일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분단된 작금의 상황이 길어질수록 통일을 희망하는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 주민들이 한민족이라는 생각도 옅어지고 있다. 이제는 굳이 통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여론이 더 앞서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까닭은 미래를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더 살기 좋게 바뀌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최우선 과제는 통일이다.
통일이 되어 부강한 나라가 될 때, 더 이상 무시당하지 않고 세계 열방에서 우뚝 설 수 있다. 나라에 힘이 있을 때 국민에게도 힘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힘든 시기를 여럿 겪었다. 외세의 침략이 끊이질 않았다. 일제강점기를 지나고 6·25전쟁을 치렀다. 누구도 이렇게 빨리 극복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우리는 이겨냈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뤘다. 통일된 나라가 어려워 봤자 전쟁 직후 시기보다 더욱 낫지 않겠는가. 그러면 더욱 빨리 극복할 수 있다. 회복탄력성을 이미 경험했기에 우리는 이겨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평화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지금도 부단히도 애쓰는 이들이 있다. 불철주야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을 비롯해 투철한 애국심을 갖고 자신의 본업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 자유를 얻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했고, 지금은 필사적으로 쟁취한 그 자유를 사수하기 위해 헌신하는 중이다. 그들의 노고를 기억해야 한다.
해군에 입대하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동, 서, 남해에 해군 함정이 24시간 출동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어떠한 공백도 허락하지 않는다. 북한은 적화통일을 노리며 호시탐탐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려 한다. 주적인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불철주야 근무를 선다. 비단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둔 육지에서, 보이지 않는 선을 경계에 둔 공중에서도 24시간 감시를 한다. 나라를 지킨다는 일념 하나로.
하늘을 날며 바다를 사수한다. 함정에 탑재해 출항을 나설 때마다 마음속으로 다짐을 한다.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날이 어서 오게 해달라고. 임무에 나서는 비행은 긴장의 연속이다. 더욱이 출동 때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를 일이기에 자유롭게 비행을 즐길 여유는 없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거리상 북한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혹여나 보이지 않는 선을 넘어가지 않게 손에 땀을 쥐며 비행을 한다. 언제쯤이면 경계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어수선한 시국에 일어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경계를 강화하고 만전을 기한다.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준비에 임한다.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친구들과 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군인이 되었지만, 지금은 통일을 간절히 염원하기에 직업군인으로서 사명을 감당하는 중이다.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목표를 가진 한 사람의 군인으로서, 전쟁 없는 평화 통일을 바란다. 정전을 넘어 종전이 선언되어 더 이상 북한을 주적으로 보지 않게 되기를.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통일이 되어서도 전쟁은 불식되지 않고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이라크 전쟁 등 세계는 아직도 곳곳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의 통일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나라들은 훼방을 놓고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통일은 반드시 이뤄야 할 숙원과도 같다. 우리나라가 부강해지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기에 필사적으로 방해 공작을 펼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여 많은 희생을 치르며 현대전을 배웠다. 현대전 양상을 익혀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평화 통일을 바라지만, 만일을 대비해 대책을 세워둬야 한다. 전쟁을 막기 위해선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적이 쉽게 넘보지 못한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 - 로마 군사전략가, 베게티우스
평화엔 대가가 따른다. 참혹한 전쟁 뒤에 찾아온 평화. 이 평화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을까. 전쟁의 아픔과 분단의 고통을 우리 대에서 끊어낼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아버지가 되고 나니 더욱 통일을 염원하게 되었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전쟁에 대한 불안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아이에게 더욱 부강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통일 대한민국을 소망한다.
이륙 준비를 마친 마지막 독수리. 오늘도 창공으로 힘차게 날아오른다. 통일을 염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