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불 하나

제10회 전국 독립문 백일장 우수상(수필)

by 책읽는 조종사

조각 불 하나

어둠 속에 밝은 빛이 몰려온다. 조각 불 하나만으로도 암흑 같던 방이 환하게 변한다. 등불이면 오죽하랴. 환해지다 못해 타오른다. 어둠에 갇힌 어느 날, 달빛 한 조각에 의지한 채 비행한다. 두려움이 엄습해와 무심코 기도가 터져 나온다.

‘나의 앞길에 등불이 되어주소서. 나를 환난에서 보우하소서.’

짙은 어둠이 깔린 밤, 어김없이 출격 명령이 내려졌다. 마음이 요동치고 두려움이 나를 덮친다. 서둘러 출격 준비를 마친다. 손전등을 점검하고 항공기에 오른다. 야간 비행은 언제나 긴장된다. 이따금 맞이하는 긴박한 순간마다 기도는 저절로 흘러나온다. 기도는 두려움을 잠재우는 처방전이자 나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칠흑 같은 밤을 뚫고 나아간다. 한 조각 불빛이 길잡이가 된다. 바닷속인지 하늘인지 혼란스러운 순간에도 불빛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킨다. 비행 착각을 막아주고 항공기 자세를 좌우로 치우치지 않게 해준다. 너무 밝은 빛은 계기판을 볼 수 없어 오히려 방해된다. 야간 비행은 철저한 암순응이 필요하다. 강렬한 등불보다는 적당한 불빛 한 조각이 낫다. 뭐든 적당해야 한다. 불빛이 강력해도, 너무 약해도 문제다. 야간 비행에서는 달빛 한 조각이 알맞다.

착륙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제는 어둠이 아니라 빛이 필요하다. 계기판의 불을 최대로 밝히고 손전등까지 동원해 점검한다. 환한 불빛에 기대어 재빠르게 항공기의 시동과 모든 전원을 끈다. 불빛이 밝을수록 더욱 안전하다. 빛은 상황에 맞게 조절한다. 이륙할 때는 희미하게, 착륙 후에는 환하게 만든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뜨겁기만 해서는 지속될 수 없다. 불꽃이 지나치게 타오르면 금세 꺼지고 만다. 부부의 삶도 그렇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뜨겁게 불이 꺼지지 않도록 조절하며 서로를 보살핀다. 뜨거움과 잔잔함이 공존하는 게 부부다. 불을 꺼뜨리지 않고 시의 적절히 때에 맞는 불 조절을 한다.

불꽃엔 희망이 있다. 언젠가 활활 타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작은 불씨에 불쏘시개를 더하면 마침내 거대한 불꽃이 되어 활활 타오른다. 그러나 불씨 없는 장작에는 아무리 불쏘시개를 넣어도 불이 붙지 않는다. 불을 지피기 위해선 조각 불 하나라도 꺼뜨려선 안 된다. 꺼져가는 불은 다시 살릴 수 있지만, 완전히 꺼진 불은 되살릴 수 없다. 불쏘시개를 계속 던져 넣는다. 조각 불이 마침내 등불이 되고 타오르는 불꽃이 되는 순간까지. 조각 불 하나를 내 안에서 찾았다.

조각 불이 꺼지지 않게 끊임없이 불쏘시개를 넣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며 독서와 사색을 하고 글을 쓴다. 그 과정에서 조각 불은 점점 커지고 더욱 선명해진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았다. 꺼지지 않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가장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계속해서 불을 지핀다. 훗날, 아이의 앞길을 환하게 비춰주는 등불이 될 것이다.

어두운 밤하늘을 가른다. 달빛 한 줌 없는 야간 비행도 이제는 두렵지 않다. 내 안의 조각 불이 길을 밝힌다. 살아서 돌아가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가족은 등대요, 살아갈 희망이다. 희망을 불쏘시개로 나라는 장작을 지핀다. 기도를 통해 장작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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