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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pr 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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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은 참 좋은 것

요즘 내 여러 기록에는 주 3회 이상 ‘눈코 뜰 새 없이’가 등장하곤 한다. 이렇게 적고 보니 오버가 심했던 것 같지만 내 나름의 바쁨을 그리 표현하고 싶었고 저 표현이 좋아 그랬다. 어쨌거나 매일매일 참 바쁘게 살고 있다. 엄청나게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왜 이리 바쁠까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하지만. 내 일상의 어느 것 하나 내 선택이 아닌 것이 없다 도망갈 곳이 없다.


오늘도 그렇게 바쁜 일상을 보내는 중이었다. 마감 기한을 한참이나 놓쳐 버린 원고를 엎치락뒤치락 하루 종일 씨름을 했다. 결과는 1:1로 마지막 한 판승이 남았고 기세는 내게 유리했으나 내 체력이 바닥을 보였다. 시간이 자꾸만 흘러 마음은 초조해지고 배는 고파지고 열어둔 창으로 들어온 빛과 바람은 나를 자꾸 꼬셨다. 며칠 전부터 한번 가야지, 가야지 했던 내가 좋아하는 산책을 나서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배가 고파 밥을 먹고 나설까 싶었으나 그럼 또 더 늦어지고 그럼 또 다음이 될 것 같아 빵 한 조각 때려 넣는 것으로 배를 달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곤 나서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공기도 좋고, 바람도 좋고, 무엇보다 풍광이 좋았다. 이 좋은 걸 못 보았으면 어쩔 뻔했을까 아찔할 정도였다. 혼자 보기 아깝고 한 번만 보기 아까워 연신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과거의 나는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갖으려 노력했다면 요즘의 나는 많은 것들에 최대한 관심을 적게 두려 노력 중이다. 특히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있다.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다른 사람이 그런다면 그러면  된다고  소리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래야 내가 일상을 지속할  있을  같아 그리 하고 있다. 속상한 일들이 너무 많다. 좋은 것들이  되기보다 나쁜 것들이  되고 정신없는 사람들이 설치고 그것들이 주체가 되는 것이 너무 싫다. 예전에 나는 ‘좋다 중심에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으나 요즘의 나는 ‘싫다 중심에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것을 느끼고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었다. 싫은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굳이 입으로 뱉을 필욘 없는데 방심했다.



산책은 이렇게 좋은 것이다. 만사가 귀찮고 이런 글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내가 언제 의미가 있어서 썼나. 그저 내 생각과 감정을 기록할 뿐이지 하는 과거의 생각에 나를 다시 데려다주었다. 일명 ‘황금의 계절’이 슬금슬금 시작되었다. 이 시기를 행복하게 잘 지내서 또 1년을 열심히 살아봐야지 싶다.


#분주한일상을뒤로하고 #잠시 #산책

#우리동네 #좋다 #산책은더좋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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