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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pr 27. 2020

06. 기획이란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 김영미 / 남해의 봄날

나에게 기획이란 진정 좋은 것이라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일이다.


06. 기획이란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 김영미 / 남해의 봄날


나에게 기획이란 진정 좋은 것이라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일이다. 책공방에 들어오며 선생님은 내게 글을 쓰라 하셨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글은 기본이고 기획자가 돼라 하셨다. 선생님께 한 번이라도 정신 교육받은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말. "이제 앞으로는 하나만 잘해선 안된다. 두 가지, 세 가지를 해야 한다.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꽹과리까지 쳐야 한다." 내게 이 이야기를 다양한 버전으로 수없이 하셨다. 그렇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어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가지 않았다. 나는 낯가림도 심하고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싫어할 정도였다. 그런 나에게 기획자라니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무언가를 총괄하고 책임자가 되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많이 발전했고 변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렇다. 그냥 나는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노는 것이 좋고 하루하루의 일상을 글로 남기는 것 딱 거기까지가 좋고 그것까지가 내 역할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기획자만은 요구하지 않았으면 싶었다.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고 상상하여 아이디어를 내는 것 더 나아가 혼자 이렇게 저렇게 해 보는 것까지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 나 스스로 나를 잘 아는지라 기획의 매력과 장점을 알긴 하나 전혀 탐나지 않았다.


그러나 선생님은 내가 싫다 싫다 해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설득과 강요를 동반해 밀어 부쳐 지금의 나로 변화하게 하셨다. 이제 나는 나 자신을 기획자라 소개하고 이에 자부심을 가진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나의 생각을 현실에서 실현되게 할까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되었다. 기획의 'ㄱ'자도 모르던 나였다. 지금도 뭐 그렇게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아주 조금 '아 기획이란 게 이런 거구나' 정도는 안다. 내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한 배경은 선생님의 정신교육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있기 위해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오랜 시간 동안 붙들고 있었던 이 책은 기획에 대해 정말 매력적으로 풀어놓았다. 기획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 인지도 알 수 있다. 일곱 명의 인터뷰 중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교보문고의 도서 공간 기획자 조성은 씨의 이야기였다. 나중에 수업할 때 아이들에게도 소개해 줄 생각이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책과 관련된 직업은 작가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내가 책의 세계에 들어와서 보니 책은 정말이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고 그만큼 많은 직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몰랐으면 모르는 대로 잘 살았겠지만 알게 된 것이 정말 신기하고 감사하다. 그만큼 책의 세계는 흥미롭고 의미 있다. '도서 공간 기획자' 또한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 생각했다.


기획자들이라 그런지 말하는 것마다 카피가 장난이 아니었다. 특히 눈빛 출판사의 이규상 대표님이 했던 말이 마음에 와 닿아 옮긴다.  


"무엇보다 스스로 즐거워야 한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남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는 말처럼 일을 하는 기획자가 즐겁고, 기획자의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 기획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즉, 기획은 감동이고 진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진심은 통한다.'라는 말을 믿는다. 


청소년 친구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공무원이 최고의 직업이 아니라는 것, 안정이 최고가 아니라는 생각을 좀 더 많은 친구들이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고 자기가 어떤 일에 가슴이 뛰는지 느꼈으면 싶다. 하고 싶지 않은 일까지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게 할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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