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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n 08. 2020

01. 태도와 경험의 관계

태도가 경험이 되고 경험이 태도가 된다



01. 태도와 경험의 관계

-태도가 경험이 되고 경험이 태도가 된다


달걀이 부화하면 닭이 되고 닭은 알에서 비롯된다. 태도와 경험도 앞서 말한 두 존재와 같이 그러하다. 태도가 경험이 되거나 경험을 만들기도 하고 경험이 태도를 만들거나 경험이 되기도 한다. 어느 것이 먼저라 할 수는 없지만 서로에게서 비롯됨은 분명하다. 또 이 두 가지가 어우러져 정체성의 일부를 이루고 누적의 총합은 전체가 된다.


많은 프리랜서의 많은 희망사항 중 하나는 주기적으로 일거리가 있었으면 하는 것과 적정 금액의 페이를 쳐주는 일거리가 들어왔으면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현실은 ‘희망사항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듯 상위 몇 프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프리랜서들은 주기적인 일거리는 고사하고 대부분의 일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한다.


나는 이 까닭이 프리랜서들이 일감의 적정 금액을 높이 평가한 탓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 업무의 대부분이 창의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그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사전에 지식을 쌓거나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한 시간의 강의를 하기 위해 몇 배에 달하는 시간을 준비 시간으로 쓰고 이동 거리 또한 소모해야 한다. 일명 품을 버리는 것이다. 프리랜서에게 이렇게 품을 버리는 일은 당연시된다. 어떠한 일을 하기 위해선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알고 있지만 이것이 누적되었을 땐 큰 값이 되어 버리고 만다.


프리랜서의 업무에 대한 비용은 클라이언트를 비롯한 일반적인 인식 수준에서 결정된다. 간혹 클라이언트의 특수한 주머니 사정이 고려되어 터무니없는 금액이 책정되기도 한다. 명품샵에서 소비자들은 가격보다는 디자인이나 품질, 실용성에 따라 어떤 상품을 구입할 것인가는 물론 상품의 구입 여부를 결정한다. 반면 마트나 인터넷 쇼핑의 소비자에게는 품질, 특성도 중요하지만 수준 이하의 정도만 아니면 이러한 것들은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가성비’라는 이름하에 품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가격이 저렴하다면 그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합리적인 소비로 여긴다. 다른 어떠한 것들보다 이 ‘가격’이 절대적인 기준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은 명품샵보다는 마트나 인터넷 쇼핑의 소비자에 가깝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프리랜서들은 아마 자신이 생각하는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의 일을 받게 되면 고민에 빠지지 않을까 싶다. 주어지는 비용만큼의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것인지 나의 커리어를 위해 최선의 결과물을 내는데 힘을 써야 하는지.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프리랜서의 업무 특성을 잘 모른다는 핑계로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하는데 이때도 마찬가지로 그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돈을 준 만큼만 하자니 이 또한 나의 커리어가 되고 모든 일을 나의 커리어가 될 것에 집중해 몰입하자면 항상 바쁜데 무언가 쌓이지 않은 허무함에 빠지게 된다. 최저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이나 계약기간이 끝나면 계약이 만료되는 계약직 근로자는 물론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고민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최선의 노력을 쏟아부어도 좋을 만한 일만 할 수 있다면 그런 직장에서만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을 가려 받을 수 있을 만큼 시장은 일감이 많지 않고 그런 직장만 골라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취업의 문은 넓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되지 않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쏟아붓는 사람을 두고 미련하다고 얘길 한다. 만 원을 받았는데 만 오천 원치의 노력을 하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그러면 안 된다고 한다. 자꾸 그러면 바보가 된다고 한다. 사회는 계속해서 돈을 받은 만큼만 일을 하라고 요구하며 그것이 현명한 것인 양 통용되고 있다. 무언가 더 큰 것을 원한다면 상대방으로부터 무언가가 주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너무나 당연하고 합리적인 이야기이나 나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달갑지 않았다. 이 이야기들이 향하는 방향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 나은 방향이 아닌 반대의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듯하다. 그렇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만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와 의미가 무시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것은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뒷받침해 줄 만한 사례보다 전자의 이야기들을 뒷받침해 줄 사례들이 넘쳐난다. 내가 생각하는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을 이야기하기엔 세상엔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사회에서는 일할(=열정이 있는) 사람이 없다 하고 청년층을 일할(=열정을 쏟아부을) 직장이 없다고 한다.


어떠한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그들은 그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친구들의 논리는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일일 경우에만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하는 것이다. 무언가 잘못될 경우 불이익이 당하거나 무언가를 잘했을 때 이익이 주어지는 경우를 뜻한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이 하나가 있다.


태도가 경험을 만들고 경험이 태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일명 ‘최선의 노력’은 마음먹는다고 해서 단번에 발휘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갈고닦는 훈련을 해서 단련이 되어야 내가 그것을 쓰고자 할 때 그것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몸의 근육만 평소에 단련을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근육도 평소에 잘 닦아 두어야 그것이 몸에 배어 태도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쓸모 있는 경험으로 만들어 준다.


아무리 값진 경험도 그것을 가치 있다고 여기지 않는 한 그것은 그저 쓸데없는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쓸모 있는 경험과 가치는 나에게 이익이 될 것 같은 일이나 대단해 보이는 일에만 있지 않다. 나에게 별 상관없어 보이는 일들 안에서도 내가 생각지 못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대단치 않아 보이는 일을 대단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자신이 원하는 경험에 필요한 태도를 취하고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가지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니 돈이 되지 않고 돈이 되는 일은 돈이 되는 만큼 아니 그 이상의 고됨이 수반되곤 한다. 그러면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큰지 정확하게 돈이 지급되는 만큼의 일을 해내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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