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Jul 08. 2020

37.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권외편집자 / 츠즈키 교이치 / 컴인


37.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권외편집자 / 츠즈키 교이치 / 컴인


180711 나도 엄청난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에 정말 엄청난 책을 만드는 사람은 평범하고 과묵하며 혼자서 꾸준히 하는 작업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읽고 한 생각이다. 지난 시간 동안 내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동료였다. 혼자 하는 것을 즐기는 나이지만 책공방의 모든 일이 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선생님 덕분에 버거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는 선생님의 말과는 달리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마주하고 보니 내게 동료는 헛된 꿈이었구나 싶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혼자라서 좋은 혼자라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가 하는 이야기가 무조건 옳고 내가 하는 이야기가 무조건 옳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혼자라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이런 측면도 있다는 것이고 나는 이 생각에 동의한다.


이 책과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읽었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에서 하는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고민하는 부분은 같다는 이야기와 지금처럼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서 초보자와 베테랑의 차이는 오로지 경험뿐이라는 이야기였다. 내가 이 두 책을 연달아 읽어서 더 그렇게 생각이 되는지도 모르겠으나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두 사람의 이야기가 겹치고 내가 수많은 책 중에 하필 이 두 권의 책을 만나게 되었음을 생각하니 마치 그 메시지가 진리인냥 생각되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한 그 경험을 쌓기 위해 책을 한 권이라도 많이 만들어 보는 일이 중요하고 내용을 깊이 음미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으로 100번 읽은 책을 몇 권이나 갖고 있는가를 묻는다. 즉 가짓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깊이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이것이 진리까진 아니겠지만 진짜배기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취재하고 결과물을 낸다. 그리고 소수의 이야기 특별한 것, 독특한 것의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대다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남들이 관심 갖지 않는 주제로 계속하여 책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란다. 자신이 아닌 전문가가 똑같은 일을 하게 되먼 자신이 들였던 10분의 1의 노력을 들이고도 10배 빠른 속도로 결과물이 나올 텐데 그들이 하지 않기 때문에 비효율을 무릅쓰고 자신이 하는 것이란다. 물론 그 전문가 그룹이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가 하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해내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돈이 되지 않기는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좋아서 그 일은 하고 어떤 사람은 돈이 될 때만 그 일을 한다. 후자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뭔가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돈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의 기준만을 가지고 일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돈도 어떤 면에서는 의미가 될 수 있긴 하겠지만 돈과 의미는 다른 것인데 마치 그 둘이 같은 것인냥 취급한다. 돈이 되는데 의미가 없으면 돈이 의미가 되는데 의미는 있는데 돈이 되지 않으면 있던 의미마저 사라져 버린냥 취급한다.


사진작가가 아니지만 저자는 사진을 찍고 사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전시회 초입에 이런 문구를 적어 놓았다고 한다. ‘어떻게 찍혔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찍혔는지를 봐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취재를 하고 싶은 것이지 멋진 사진을 찍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그는 사진을 찍을 때는 예술인가 저널리즘인가 작품인가 정보인가를 잘 고려해서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는 이것이 비단 사진에만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이고 기획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내가 글을 쓰는 목적도 글을 통해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잘 전달하고 싶은 것이지 멋진 글을 쓰고 싶은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목적을 달성하는 것도 좋지만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도 좋다. 우리는 어쩌면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아우르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은 내게 했던 이야기 중에 어디에나 다 어울리는 것은 역으로 어디에도 완벽하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라는 말을 하셨던 것이 떠올랐다. 편집에는 기술 따위 없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보며 삶에도 특별한 기술 따윈 없이 그저 내 경험이 쌓여 축적된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36. 일명 구두손질 참고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