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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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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Nov 04. 2023

온난화와 연말

정말 지구 온난화가 많이 진행이 된 건지, 날이 유독 따뜻하다. 11월임에도 30도가 되는 지역도 있고, 어찌 됐든 전국이 평년기온을 크게 웃돌며 1907년 이래 가장 따뜻하다고 하니 말 다 했다. 나 역시 미친 듯이 널뛰는 기온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출근을 위해 집에서 나가는 새벽 5시 그 무렵은 공기가 무척 차고(그리고 자다 일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체온이 좀 낮은 것 같다.) 점심 먹으러 가는 그 무렵엔 더워서, 반팔과 후리스, 면 점퍼 등 평소에 잘 입지 못한 다양한 외투를 섭렵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날이 유독 따뜻하다 보니 11월이란 게 체감이 안된다. 며칠 전, 후임에게 광고기획을 맡겼더니 '루돌프'를 인용한 광고안을 갖고 왔다. 후임은 해맑게 웃으며 '이제 11월이고 곧 크리스마스라서요.'라고 했지만 반팔에 외투만 걸친 내 몸은 계절 감각을 잊었는지 크리스마스가 한 달 밖에 안 남았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대중도 그럴 것이다 생각해서 대답했다. 이 버전은 좀 나중에 쓰고, 다른 걸 기획해 달라고.


몇 년 전부터 우리 집 연말이 시작되는 시기는 엄마와 내가 스타벅스에 크리스마스 md를 사러 가는 때였다. 갑자기 스타벅스 텀블러에 빠진 엄마는 평소에도 md가 나오는 날을 유심히 지켜봤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꼭 오픈 시간에 맞춰 집 앞 스타벅스에 갔다. 그런데 아뿔싸, 요즘 일정이 타이트하다 보니 md 나오는 날을 생각조차 못 했고, 인스타그램 피드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됐다. 결국 1차 md 구매에는 실패했다. 그런데 스타벅스 앱 속 md 제품들이 왜 이리 더워 보이는지, 빨갛고 초록 초록하고, 알록달록 내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의 그 분위기가 나를 왜 이리 덥고 답답하게 만드는지, 앱을 종료해 버렸다.


이제 비가 오고 날이 추워지면 곧 뚱뚱한 패딩을 꺼내 입고 입김을 후후 불며 다니겠지. 그러면 또 연말 느낌이 물씬 들 거고, 2023년은 어떻게 보냈나, 이직한다더니 이직도 못하고 한 해 동안 나는 뭘 한 건가, 자기비난과 또 다가올 새해를 생각하며 자기 위로를 하겠지. 여하튼 겨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라 그런지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가 밉기만 하다. 생각해 보면 호주는 크리스마스에도 더운 여름이라던데, 비단 호주뿐 아니라 더운 나라들이 꽤 많지 않나. 날이 더워서 연말 느낌이 나지도 않고 마음 한편 이 씁쓸한 나는 너무나도 4계절에 익숙해 있어서, 더운 나라에선 못 살지 않을까 생각이 문득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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