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의 ’그때‘가 녹아있어요
언제든 갈 수 있는 ‘내 마음속의 여행지’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입니다. 예전의 제게는 그런 장소가 없었는데 몇 년 전 새로 생겼어요. 바로 강릉입니다. 강릉은 평소 친하게 지냈던 지인이 사는 곳이라 우연찮게 오게 되었는데요, 그때 짧게 스쳐갔던(관광했던) 강릉이 무척 좋았는지 매년 2번씩 강릉에 오게 됐어요.
저는 지금 강릉에 있습니다. 아침에는 바다에 인적이 드물었는데, 어느 순간 수학여행을 온 아이들이 ‘하나, 둘, 셋’을 외치며 사진을 찍네요. 파도소리와 웃음소리가 가득한 바다입니다. 아직 19도인데 푸릇한 아이들은 바다에도 뛰어들어가고, 잔뜩 멋을 낸 친구들을 보면서 순간 제 복장을 점검하게 됩니다. 바다가 주는 해방감은 노인에게도, 청년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강아지에게도 동일한가 봅니다.
매년 같은 장소에 온다는 것은 아마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더 좋아하기 때문일 수 있지만, ‘외부인’인 제가 익숙한 듯 이곳저곳을 누비며 동네 주민인척 하기에 좋아서 일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같은 장소에 계절만 다르게 오면서, 이전의 저를 찾아볼 수도 있기에 좋아하는 걸 수도 있겠네요. 그때 마셨던 바닐라 라떼, 그때 먹었던 전복 뚝배기, 그때 읽었던 책, 그때 들었던 음악 등 자주 다니던 거리엔 저만의 ‘그때’가 녹아있어요. 의도치 않게 ‘그날의 나’로 자주 돌아가게 됩니다.
회사 동료가 그러더군요. ‘매년 찾아갈 수 있는 나만의 장소를 발견하라.’고요. 그녀에겐 그 장소가 일본이었고, 저에겐 강릉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저도 해외에 ’제2의 강릉‘같은 공간을 마련하고 싶네요. 매년 찾아가는 나만의 해외 공간과 도시. 매년 다른 나를 느낄 수 있는 타국의 장소가 있다는 게 괜찮을 수도 있겠다, 느껴지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