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환경이 나만의 모국어겠지요.
'모국어'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 나라의 말'입니다. 주로 외국에 있을 때 쓰는 고국의 말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런데 이런 사전적 의미 외에, 제가 생각하는 '모국어'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가정환경'이에요.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면서 형성되는 고유의 취향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내 취향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소 중에 '부모의 취향'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겁니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정에서 자란 사람은 클래식 음악에 친숙할 거고, 짠 음식을 먹는 집에서 자란 사람은 짠 음식이 익숙하겠죠.
주말이었나, 아침에 '걸어서 세계 속으로'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일본 도시락이 나오더군요. 송어 도시락이었는데요. 정확한 이름은 '송어 초밥 도시락'이었어요. 초밥이라길래 보통 제가 생각하는 초밥인가 싶었는데 웬걸, 동그란 도시락 위에 송어회를 올려 꾹 누르고 송어 초밥이라 부르더군요. 먹을 때는 피자 조각처럼 조각을 내서 먹고요. 한 입 먹은 일본여성이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송어 도시락을 좋아하셔서 자주 먹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맛이 자꾸 생각이 나 성인이 돼서도 즐겨 찾는 도시락이 되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는데 눈이 쉽게 떼 지지 않아요. 누군가는 '추억의 맛'이라 하겠지만 저는 그 맛이 바로 '모국어'라 생각했습니다. 저희 아빠는 영화를 꽤 좋아했는데, 생각해 보면 주말의 명화나, 밤에 하는 영화는 꼭 저를 데려다 놓고 같이 누워 영화를 봤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지금도 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이것도 제가 가진 '모국어' 중에 하나겠죠.
가족의 '모국어'가 얼마나 중요하냐면, 제 나이 3n살이지만 뒤돌아보니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취향'들은 모두 부모님에게 나왔더라고요. 귀여운 소품을 좋아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저도 미니멀리즘보다는 소품으로 방을 꾸미고, 영화광인 아빠와 있다 보니 영화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취향뿐 아니라 음식도,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도 그렇겠죠. 그래서 어린 시절 가정환경이 중요하다고 하나 봅니다.
송어 초밥을 보며 도란도란 추억을 나누고자 했던 여성의 말 한마디가, 제 머리에는 많은 생각을 심어주네요. 추억이라는 우산 아래 내 취향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도 있겠다. 그러면 좀 더 나만의 모국어를 풍성하게 다듬어봐야겠다, 장난이라도 비속어는 쓰지 말아야겠네,라는 생각이 들던 아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