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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Jul 04. 2024

그동안 잘 가꾼 마음밭이

네, 오늘 저는 많이 속상합니다.

별것도 아닌데 폭발했습니다. 남들에게는 크게 티가 나지 않는 폭발이더라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로 내지른 말이면 폭발이겠죠. 눌러 담았던 것들을 응축시켜서, 작은 도시락에 밥을 욱여넣듯이 꾹꾹 눌러서 한마디를 내뱉었습니다. "저는 다 포기했어요."


정말 이제는 포기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생각했습니다. 7개월 동안 업무 담당자가 네 번이나 바뀌어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지쳤던 것 같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저는 리더에게 그렇게 7년을 배웠는데 뒤돌아보니 '좋은 게 좋은 거가 아닐 때'도 있더라고요. 가끔은 할 말을 해야 정말 좋아지는 그런 관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상대방에게 납작 엎드리는 것만 배운 것 같아 안타까운 요즘입니다.


저는 일과 제 자신을 일치시키지 않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나 자신'이 될 수 없습니다. 찰스앤디도 그의 저서「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에서 '내가 하는 일이 내 자신은 아니니 삶에서 행한 그 어떤 역할로 내 자신을 정의하지 마라.'라고 하죠. 예전엔 제가 하는 일이 나 자신이라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야근도 불사하면서 정말 잘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소위 말하는 '명함 한 장으로 설명되는 삶'이 부럽고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일을 자신과 동일화시키지 말라고 여러 책에 나오니, 정말 그래야겠다 생각이 들더군요. 분리시켰습니다. 일은 일이고, '일'이라는 명사는 언제든 바뀔 수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또다시 일과 제 자신을 일치시키고 있었나 봅니다. '포기했다.'라는 말을 입으로 내뱉자마자 (얼굴을 보진 않았지만) 차가운 눈초리의 리더의 모습을 마주한 것 같았고, 괜스레 마음이 무겁고 슬펐습니다.


리더 앞에서 하면 안 될 말을 했다는 단순한 양심의 가책보다, 그동안 잘 가꾼 마음밭이 토네이도에 휩쓸려 엉망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꽃은 꺾이고, 과실은 뭉그러지고, 나무는 뿌리가 뽑혔어요. '포기했다.'라는 말이 주는 힘이 크더군요. 그리고는 부끄러움이 몰려왔습니다. 리더에게 이런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직접적으로 말도 못 하고, 빙빙 우회해서 '속상함'을 알아달라 어필하는 제 모습이 초라해 보이더라고요. 뭐 어쩌겠습니까. 그냥 속상하면 속상한 거예요. 네, 오늘 저는 많이 속상합니다. 

 

야자와 아이의 만화 「나나」에 이런 대사가 나오죠. "남의 정원 망칠 시간에 너네 꽃이나 피워라." 이 말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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