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예전에는 행사가 참 많았는데 코로나 때 많이 줄고, 지금 서서히 늘어가는 거 같아요. 함께하는 동료들이 좋아서인지 생각보다 ‘가기 싫다.’는 마음이 크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금요일 밤 자기 직전, 너무 가기 싫다...라는 마음이 은연중 나오더군요.)
행사에 몰입해 있는데, 저 멀리서 꼬마손님 세 명이 오는 거예요. 두 명은 무척이나 씩씩하고 흰색 후드 점퍼를 입은 한 명은 부끄러움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씩씩하게 빈자리에 앉은 꼬마손님 두 명에게 다가갔더니, ‘우리는 이미 지난주에 참여했어요.’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럼 또 참석하고 싶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오늘은 자기 친구를 데려왔다면서, 흰색 옷을 입은 친구를 소개해줬어요. 무척 귀엽더라고요.
그런데 또 웃긴 게, 친구를 데려왔다면서 친구가 생각할 틈을 안 주는 거예요. 제가 질문을 하면, 꼬마손님 1번이 친구 귀에 귓속말을 해요. 뭐라 뭐라 하니까, 친구가 쭈뼛쭈뼛 대답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질문을 또 하니까, 꼬마손님 1번이 또 귓속말을 해요. 참다못한 꼬마손님 2번이 ‘야, 넌 왜 그르냐’ 이래요. 딱 봐도 초등학생 2~3학년처럼 어렸거든요. 그런데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기고 귀여운지. 나중엔 내성적인 친구도 꼬마손님1의 가스라이팅?을 견디지 못했는지 조금 짜증을 냈어요.
그 뒤로도 종종 꼬마손님들에게 워크북을 나눠주면서, ‘남은 건 집에 가져가서 엄마, 아빠랑 같이 해보세요.’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문득 만약 이 아이가 편부모 가정이거나, 조부모 가정이라면 이 말이 어떻게든 상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예전에 읽은 김희경 작가의 <이상한 정상가족>이라는 책이 생각났어요. 우리 사회 속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존중에 대해 다루거든요. 저 책을 읽은 지 7년은 넘은 거 같은데, 여전히 우리는 사회 통념대로 정상가족이라는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벗어나면 비정상 가족으로 여기잖아요. 이상한 일이죠.
여하튼,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니까 생각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오후에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가서 천천히 읽고 남은 그림 색칠해 보세요.‘ 주말 동안 느닷없이 꼬마손님들과 같이 지내다 보니 깨달은 게 많았어요. 아이들이 가장 솔직하고 정직하더라고요.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뭐가 됐든 티끌보다 작은 상처라도 주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