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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Nov 15. 2024

그날 저녁은 피자였어요.

생각이 꼬리를 물더니, 수능날 저녁으로 돌아갔습니다.

어제가 수능이었죠. 대학생때는 과외로 용돈을 벌어서 그랬는지 제법 수능날에 민감했는데, 이제는 수능이 오거나 말거나. 별로 관심이 없어지더라고요. 저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그런가 봅니다.


누군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 문자를 받고 장례식장을 가던 길이었어요. 이것도 어제였어요.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수능 얘기가 나왔고, 문득 "엄마, 수능은 정말 삶에 있어 별 거 아닌 건데, 왜 그렇게 떨고 죽자 살자 목숨 걸었을까."라는 말이 나왔어요.


정말 그렇더라고요. 삶에는 하나씩 관문이 있잖아요. 저는 고등학생 때, 제가 대학에만 가면 모든 게 다 끝나는 줄 알았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조금 더 앞을 내다보는 것 같은데요(좋은 일이죠.) 저 때는 그런 게 조금 부족한 시대였나 봐요. 그런데 대학을 가면, 취업을 해야 하고. 또 바보처럼 취업만 하면 모든 게 끝나는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더라고요. 삶은 늘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씩 듣도보도 못한 문을 준비하더라고요.


19살이었던 제게 수능은 세상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문이었을 텐데, 정말 거대한 관문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수능보다 훨씬 어려운 삶의 시험이 많다는 걸 알아서 그럴까요. 수능은 그냥 시험의 한 종류인데, 왜 그렇게 긴장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food logistics / 피자가 먹고 싶네요.

생각이 꼬리를 물더니, 2007년 수능날 저녁으로 돌아갔습니다. 항상 수능날은 추웠어요. 추위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친구들과 pc방에 모여 가채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저녁은 피자였어요. 피자헛에서 피자를 시켜 가족들과 모여 먹었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그날 피자맛이 아직도 기억나는 보면 정말 특별했었나 봅니다.


2007년 수능 저녁에 먹은 피자가 어제 문득 기억이 났는데, 아직도 제 기억엔 좋은 추억이 많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계속 기억해내서 글로 적고싶다,라는 생각을 했던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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