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로케 Jan 05. 2020

2019년을 같이 하고 있는 몇 권의 책


'2019년을 같이 시작한 몇 권의 책' 이후 가을로 넘어가기 전, 시간을 같이 보낸 책들을 리뷰하려 한다. 요즘 에버노트에 기입하는 걸 자꾸 까먹어서(사실은 귀찮다.) 내용이 또렷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딘가에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겨두는 건 굉장히 좋은 습관이라는 것을 아는데, 아주 어린 시절엔 이것저것 남겨두고 기록하는 걸 즐겼다면 나이가 들수록 모든 게 귀찮다. 쓰는 것도 귀찮고, 타이핑하는 것도 귀찮고. 가끔 일 년에 한 번 정도 휴대폰 메모장에 있는 글들을 쭉 읽어 내려가는데 아, 귀감이 되는 말들, 나를 설레게 한 말들이 얼마나 많던지.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응? 이런 걸 왜 저장해 놔?'라는 부분들도 고로케의 감각으로는 참 좋단 말이지. 이런 기분을 한 번씩 느낄 때면 꾸역꾸역 기록하고 저장하는 습관이 참 좋은 것임을, 그리고 꾸준히 해야겠음을 종종 다짐하곤 한다. 


어제는 notion이라는 플랫폼에 처음으로 독서노트를 작성했는데 글쎄다, 나에겐 에버노트가 좀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때문인지, 에버노트가 실질적으로 user friendly 하게 구성되었는지는 미지수지만. 


1. 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 인스타그램에 책 소개해주는 계정이 있는데 (아마 dogear로 기억한다) 거기서 대략적인 내용을 보고 구매해서 읽은 책이다. 소설이 읽고 싶기도 했는데 마침 찾아낸 재밌는 소설.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으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고 하니 좀 더 흥미가 당기기도 했다.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가는 구성이라 초반에는 좀 헷갈리다가도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서 꽤 빠르게 읽었다. 늙지 않는 병에 걸린 주인공 덕분에 책 속에 피츠 제럴드나 셰익스피어도 등장하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잠깐잠깐 비치는 사회상도 엿볼 수 있어서 나름 재밌었다. (나도 그들과 같은 시대에 살아보고 싶다)


2. 마녀체력

: 선생님이 글쓰기 수업 중, '체육인의 르네상스' 글을 보고 이 책을 추천해 주셨다. '너는 이미 재료가 많으니, 마녀체력 같은 글을 쓸 수 있어!' 초반엔 시큰둥한 반응이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 '나도 40 넘어가는 시점에 '체육인의 르네상스'라는 책을 내 볼까'라는 부푼 생각을 잠시 해 볼 정도로 괜찮은 책이었다. 무엇보다 책이 쉽게 읽힌다. 어려운 부분이 없다. 평생 운동이라곤 해 본 적 없는 작가가 철인 3종 경기에도 나가는 스포츠인이 되었다. 쉬운 길만은 아니었겠지. 책만 읽어도 그녀가 겪었을 어려움이 짐작이 간다. 중간중간 운동과 함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25년 넘게 에디터로 살던 그녀의 삶의 경험이 책 속에 녹아들어 가는 좋은 순간들이었다. 


3.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 다른 팀 과장이 빌려준 책이었다. 같이 점심을 먹고 횡단보도 앞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요즘 내 모토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야.'라는 말을 듣고 궁금해졌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는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 걸까? 왠지 오해를 받기 쉬운 말이다. 대충대충 살자는 말일까,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일까, 아직까지 좋아하는 일에는 뼈를 갈아 넣고 싶은 나에겐 별로 와닿지 않는 말인데. 여러 생각이 오고 갔다. 내 표정을 읽은 건지 과장은 읽어보라며 선뜻 책을 빌려줬다. 책 내용은 어렵지 않다. 순식간에 읽었다. 이 책은 제목을 참 잘 지었다. 모든 결론이 제목에 있다. 그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4. 그날 밤 우리는 비밀을

: 청소년 소설이다. 몰랐다. 검색하다 지금 알았다. 그런데 이 책 꽤 재밌다.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는 책이다. 다섯 명의 작가가 청소년의 성과 몸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다섯 개의 글이 있다. 페미니즘 도서로 분류되지만 읽어보면 아직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생각이, 마음이 모두 공감된다.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그리고 타인의 감정과 시선을 신경 쓰기에 급급했던 미성숙한 사춘기 아이들의 조마조마한 외침 같은 책이었다.


5. 평소의 발견

: 이 책 꽤 괜찮은 책이다. 아마 2019 고로케 리워드에서 올해의 책을 수상할 거 같다. 여름이라 그런지 몸도 마음도 다 축축 처져갈 때, 여행도 뭐도 다 소용없던 요즘 시기, 단비처럼 만난 책. 제주도에서 돌아오는 길 서점에서 구매한 책이다. 카피라이터의 카피라이터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책은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인생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 씨네 21 1219호

: 좋아하는 잡지 씨네21. 서점에 갔다가 있길래 냉큼 샀다. 참 좋은 잡지다. 정기구독을 할 거 같다. 잡지 속에 있는 날 것의 말들을 읽고 마음이 울릴 때 느낌이 참 좋다. 그런데 영화평이라는 게 그렇게 말이 어려운 건지 처음 알았다. (읽다 이해가 안가서 포기)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1월에 구매해서 읽다가 포기했다. 심각하게 재미가 없었다. 집중도 잘 안됐다. 추석 때나 다시 읽어볼까 생각 중이다. 덧붙여 '90년 생이 온다'는 5월부터 읽고 있는데 아직도 다 못 읽었다. 한 챕터 남은 거 보니 거의 다 읽어가는 듯 하나, 읽고 읽고 읽다 보니 90년생이나 80년생 늦깎이나 성향은 비슷한 거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앞으로도 열심히,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닥치는 대로 읽기를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2019년을 같이 시작한 몇 권의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